새 교과부장관에게 바란다

2010.08.09 09:28:00

교육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하고 계속해서 추진하는 것은 옳은 방향이다. 그러나 그 방향이 옳다고 하더라도 과속은 금물이다. 열린 귀를 더 활짝 열고 충분한 검토를 통해 속도를 조절하는 교과부 수장이 되길 바란다. 이것이 새 교과부 장관에게 바라는 요약된 요구사항이다. 또한 우리의 요구사항이기도 하지만 새 교과부 장관은 이런 점을 충분히 고려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어야 한다.

새 교과부장으로 내정된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 장관 내정자는 이미 교육계에서는 차기 교과부장관으로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청와대 교육문화 수석비서관 시절에도 차기 교과부장관은 이주호 장관이라는 이야기들이 교육현장에 돌았었다. 예상 밖에 교과부 차관으로 자리를 옮겼으나 역시 차기 교과부장관을 의심하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이번에 이주호차관의 입각을 놀라거나 의아하게 생각하지 않는 이유다.

이주호 장관 내정자는 그동안 교육정책을 두고 교육현장과 다소 마찰을 빚기도 했었다. 교육현장의 정서를 헤아리지 못한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였다. 교육정책을 추진함에 있어 다소 무리하게 밀어 붙인다는 인상을 받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그러한 인상이 어느 정도는 해소되지 않았나 싶다. 교육현장의 목소리를 전부는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는 잘 듣고 있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앞으로 이주호 장관 내정자에게는 난제가 많다. 현재 50%까지 확대된 교장공모제를 비롯하여, 2009개정교육과정 문제, 학업성취도문제 등을 들 수 있는데, 특히 진보교육감들과 자칫하면 마찰을 빗을 가능성이 높은 것은 그 중에서도 가장 큰 난제가 아닌가 싶다. 서로의 소통이 필요한 부분은 과감히 소통을 해야할 것이며, 문제가 심각하다고 판단되거나 교육현장의 정서와 다른 점이 나타나는 정책들을 과감히 수술대에 올릴 수 있는 결단이 필요하다 하겠다.

진보교육감들과 교과부의 입장 차이로 인해 혼란을 겪고 있는 것은 교육현장과 학부모들이다. 교육현장의 교원들과 학부모들이 혼란스러워하지 않도록 소통에 주력해야 한다. 진보교육감들도 정식으로 선거를 거쳐 선출된 교육감들이기에 이들도 껴안을 수 있는 정책도 함께 펼쳐야 한다. 어느 정도 양보가 필요한 부분은 양보를 하되, 객관성이 떨어지거나 이념적인 정책들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대처하는 결단력도 필요하다.

또한 교사들과 충분한 대화를 가질 수 있는 기회를 자주 갖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일선학교를 수시로 방문하는 현장 중심의 정책을 펼치되, 시범운영으로 성과를 나타낸 학교들을 방문하기 보다는 정말로 낙후되고 어려운 환경에 놓여있는 학교들을 방문하여 격의없는 대화를 나누어야 한다. 물론 현재도 수시로 일선학교를 방문하는 차관으로 잘 알려져 있지만, 앞으로는 더 어렵고 힘든학교를 방문함으로써 현장과 좀더 가까이 할 수 있는 기회로 삼아주었으면 한다.

학부모와 교원, 학생들 모두가 걱정없이 자기의 위치에서 충실히 행동할 수 있는 분위기 조성역시 새 교과부장관 내정자가 해야 할 일이다. 항상 불안한 마음이 이어진다면 교육정책은 실패한 정책과 다름이 없다. 특히 계속해서 좋은 정책은 무리없이 추진하되, 속도조절이 필요하다. 속도조절없이 정책을 추진하게되면 자칫하면 그것이 밀어붙이는 것으로 비춰질 수 있는 것이다. 속도조절이 필요한 이유다.

이와 덧붙여서 또 한가지 추가할 것은 사교육비 절감방안이다. 현재의 방안들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나가되, 일시에 효과를 얻어야 한다는 생각을 가져서는 곤란하다. 이 역시 인내를 가지고 기다려야 한다. 사교육없는학교 운영으로 갑자기 사교육비가 훨씬 더 줄어들어야 한다고 생각하거나, 교원평가제 시행으로 교원들이 갑자기 변해야 한다는 생각 등을 가져셔는 안 된다. 하루아침에 사교육이 줄어들고 교원들이 갑자기 훌륭한 교원으로 바뀔 수 있었다면 그동안은 왜 안 바뀌었는지를 헤아려야 한다.

끝으로 서두에서도 잠깐 이야기했지만 열린 귀를 더 크게 열어 교육현장과 소통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고, 아무리 좋은 정책이라도 갑자기 시행하면 득보다 실이 더 많다는 점을 이해해 주었으면 한다. 자동차가 과속을 하면 아무리 성능좋은 자동차라 하더라도 사고가 나면 그것으로 끝나는 것과 마찬가지로, 아무리 좋은 교육정책이라 하더라도 속도조절을 통해 과속없이 그리고 무리하지 않게 추진하는 것이 중요하다. 새 교과부장관 내정자로 입각하게 된 것을 진심으로 축하드리고, 앞으로의 교육정책도 계속해서 환영받고 축하받는 일이 계속되길 바란다.
이창희 서울상도중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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