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벌금지, '소통'이 우선이다

2010.08.20 09:09:00

서울과 경기도 교육청에서 학생인권조례안과 맞물려 추진되는 체벌금지가 현실로 다가올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미 서울에서는 올 2학기부터 전면 체벌금지에 들어가겠다는 발표가 있었다. 물론 체벌금지에 원칙적으로 찬성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체벌을 금지했을 때 파생되는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이 나와야 한다는 것에 학부모와 교사들의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다는 것은 쉽게 체벌을 금지할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대변해 주고 있다.

교과부에서 나서서 체벌금지를 위한 교육법 개정을 하겠다고 했지만 이 역시 체벌만 금지할 뿐 관련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체벌을 대체할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매를 때리는 것은 금지하되, 신체에 고통을 가할 수 있는 것을 일부 허용하는 안도 있다고 하지만 그 안이 제대로 추진될지 의문이다. 체벌을 전면 금지하겠다는 서울시교육청의 취지에 맞지 않기 때문이다. 서울시교육청에서는 어떤 경우라도 신체에 고통을 가하지 않는 순수한 체벌금지를 목표로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체벌을 금지하자는 것에 기본적으로 찬성을 한다. 실제로 학교에서 체벌이 사라져야 하는 것도 맞다. 외국의 예를 드는 것도 잘못된 것은 아니다. 그러나 큰 틀만 바라볼 뿐 교육현장에서 겪는 다양한 문제를 제대로 알고 있지 않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본다. 소통이 잘 되어야 교육이 발전하고 교육경쟁력이 높아지는 것이다. 학생체벌금지 문제는 상당히 큰 이슈에 해당된다. 앞으로 이 문제가 어떻게 매듭지어지느냐에 따라 학교교육이 한층 더 업그레이드 될 수도 있고 그 반대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체벌을 대체할 수 있는 것으로 반성문쓰기나 봉사활동 등을 교과부에서 제시하고 있지만 이런 것들은 이미 교육현장에서 일상화된 것들이다. 일상적으로 활용하는 방법인데도 학교에서 체벌이 사라지지 않는 이유를 헤아려야 한다. 문제풀이를 하거나 반성문을 쓰거나, 학교내에서 봉사활동을 하거나 이 모든 것들이 제대로 이루어만 진다면 충분히 체벌이 사라지도록 할 수 있다. 문제는 이런 규정을 학생들이 따르지 않을 경우다. 외국처럼 학부모를 소환하거나 심할 경우 학부모를 고발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없는 상황에서는 겉으로 보기에 그럴듯해 보이는 방안이지만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이야기다.

학생들이 계속해서 교사의 지시를 따르지 않을 경우에는 다른 방법을 찾기 어렵다. 현재의 상황에서 일부 체벌을 하더라도 결국은 끝까지 학생들이 문제를 일으키는 경우가 많다. 교사들이 이런 학생들을 지도하는데 한계가 있게된다. 학부모 역시 이런 자녀들을 어떻게 지도할지 방법을 찾지 못하는 경우가 흔하다. 교과부에서 제시한 예 중에는 학생의 점수를 감점하는 방안도 있다. 이 방안도 현실성이 떨어진다.

학교에서 문제를 일으키고 교사들의 지시에 따르지 않는 학생들은 더 이상 점수를 감점시킬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또한 이 학생들은 점수에 관심이 거의 없는 경우가 많다. 이들 학생들에게 감점은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것이다. 0점을 맞는다고 해도 계속해서 같은 문제를 일으킬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에 이 방안은 학교에서 도입하기 어렵다. 또한 체벌 대체안으로 감점을 시키는 것은 교육적으로도 바람직한 방향은 아니다. 도리어 몇대 맞고 마는 편이 훨씬 더 편하다고 생각할 학생들도 많을 것이다.

체벌금지가 최근들어 이슈로 부상하고 있지만 이 문제는 교육현장과의 소통에 중점을 두고 추진되어야 한다. 체벌을 금지하거나 허용하거나 의견이 다른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학부모들까지 반대하는 입장에서 추진된다면 또 한 번의 소통부재로 인한 문제가 발생할 것이다. 의견을 듣고 모으는 과정은 매우 중요하다. 그 과정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체벌금지가 법으로 정해진 후에 제 역할을 할 것인지 그렇지 않을 것인지 결정되게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교과부나 서울시교육청 모두 소통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할 것이다. 그렇다면 체벌금지가 이렇게 추진되어서는 곤란하다. 일단 교육당국에서 설문조사를 먼저 실시할 것을 권하고 싶다. 교사와 학부모, 학생을 대상으로 실시하자는 이야기다. 학생들 모두가 체벌을 반대할 것으로 생각해서는 곤란하다. 일정부분 체벌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학생들도 우리가 생각하고 있는 것보다 많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학교는 단체생활을 하는 곳이다. 혼자 생활하는 곳이라면 체벌금지가 당연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여러명이 한 교실에서 공부를 하면서 생활하는 곳이기에 체벌이 필요할 경우가 발생한다. 단체생활에서 많은 학생들이 소수의 학생들 때문에 피해를 보는 일이 있어서야 되겠는가. 체벌금지로 인권을 보호받아야 할 학생들이 있겠지만 학습권을 보호받아야 할 학생들은 더 많이 있다. 이들 학생의 학습권도 보호돼야 한다. 기본적으로 교사들 모두가 체벌을 자제해야 한다는 전제조건이 있어야 하겠지만 최소한의 통제방안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창희 서울상도중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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