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늬만 지원청, 실제로는 그대로

2010.11.01 08:10:00

올해 변한 것 중의 하나가 각 지역교육청이 교육지원청으로 간판을 바꿔 단 것이다. 지역교육청의 본래 취지를 살리자는 것이었다. 지역교육청이 교육지원청으로 바뀐지 오래되지는 않았지만 이름만 바꿨을 뿐 나머지는 그대로 이다. 분기별로 실시되던 담임장학이 없어진 것 빼고는 별다른 차이를 느낄 수 없다. 명칭대로 특별히 지원을 받은 것도 없다. 장학사들의 태도나 행동도 달라진 것이 없다. 공문이 내려오는 형태도 그대로이고 공문의 양도 전혀 변한 것이 없다.

하는일들이 그대로 인데 굳이 이름을 바꿀 필요가 있었는지 의아스럽다. 학교에 장학사를 비롯한 교육지원청의 인사들이 자주 드나들지도 않는다. 학교는 학교대로 교육지원청은 지원청대로 그대로 모든 업무를 해 나가고 있다. 기존의 업무형태가 그대로 이어지고 있을 뿐이다. 본래의 취지는 학교교육을 지원하는 것을 모태로 하고 있다. 어디에서도 학교교육이 지원을 받는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도리어 간섭이 계속 늘어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 뿐이다.

서울시교육청에서 운영하는 꿀맛닷컴이라는 사이버가정학습 사이트가 있다. 매년 각 학기마다 1회씩 사이버자율평가라는 것을 실시하고 있다. 말 그대로 학생들이 자율적으로 참여하는 사이트 이어야 한다. 그런데 그것이 아니다. 사이버자율평가가 시작되면 하루가 멀다하고 장학사들이 연락을 한다. 전자메일이나 유선이 주를 이루는데 주로 교감에게 연락을 한다. 학생들 참여를 독려해 달라고...

교육지원청으로 바뀌기 전에도 그랬고 바뀐 후에도 그렇다. 요즈음 학생들이 쉽게 평가에 응할 시간이 없다는 것쯤은 교육지원청에서 더 잘알고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학교별로 참여율을 높이라고 한다. 교감은 교사들을 독려할 수 밖에 없다. 중3은 기말고사 준비기간과 겹치는 바람에 더욱더 참여를 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교육지원청에서는 계속해서 참여율을 높여 달라고 한다.

이렇듯 교육지원청으로 간판을 바꿔 달았지만 달라진 것은 없다. 달라진 것이 있을 수 있겠지만 피부로 느낄만큼 찾기 어렵다. 이런 현상을 두고 교사들은 '교육청에서 도대체 무엇을 지원하는지 알 수 없다. 이름만 바꿔놓고 지원한다고 할 수 있는가'라는 의구심을 가지고 있다. 여러가지 기능을 통합하고 분리하여 제대로 된 교육지원청이 되어야 한다.

교육지원청의 입장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다. 어차피 해야 할 일들이 산적한 상황에서 이름만 바꿨다고 변화를 기대하는 교사들이 잘못이라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동안 관행적으로 이루어진 것들에 대한 변화를 기대했던 교사들에게는 실망 스러울 수밖에 없다. 교육청의 기능을 완전히 바꿔서 지원업무를 강화할 것으로 믿었기 때문이다.

뭔가 확 바꿔야 한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최소한의 기본취지에 어긋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이야기이다. 기본취지에 어긋나는 것을 왜 바꿨는지 이해하기 어렵다는 이야기이다. 교육지원청의 기대치외 학교의 기대치에 차이가 나기 때문일 수 있지만 그래도 이 차이를 최소한 줄이기 위한 방안이 있었어야 한다. 지금처럼 하나부터 열까지 간섭하는 교육지원청이 아닌, 도움을 주고 어려움을 지원할 수 있는 방향으로 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창희 서울상도중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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