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지역 자율형 사립고의 원서접수가 마감되었지만 추가모집을 해야 할 형편이다. 대거 미달사태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서울시교육청 자료에 따르면 1만4백62명 정원에 1.44:1의 경쟁률을 보였다. 전체적으로는 미달되지 않았지만 학교별로는 미달사태가 발생했다. 즉 26개 자율형 사립고중 한가람고등 17개교는 정원을 넘겼지만 나머지 9개교는 미달되었다. 미달학교중에서는 지원율이 매우 저조한 학교들도 있다. 다만 여학교나 공학교는 미달된 학교가 없다.
앞으로 자율형공립고의 원서가 마감되면 자율고의 미달사태는 더욱더 커질 가능성도 있다는 예측을 하고 있지만 필자는 자율형 공립고는 상대적으로 미달될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본다. 이렇게 보는 이유는 자율형사립고와 공립고의 차이가 확연하기 때문이다. 즉 자율형사립고는 내신성적 50%를 지원자격으로 제한하고 있지만 자율형공립고는 내신성적에 제한이 없기 때문이다.
자율형사립고의 대거미달사태는 이미 예견 되었었다. 한꺼번에 많은 학교들이 자율형사립고로 전환되었기 때문이다. 학생의 선택폭이 넓어지긴 했지만 지원자격에 제한을 두고 있기 때문에 많은 학생들이 쉽게 지원하기 어려운 기본적인 문제를 안고 있다. 또한 대학입시에서 정시보다 수시의 선발인원이 60%이상인 점을 감안한다면 자율형사립고에 쉽게 지원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수시가 정시보다 선발인원이 많은 반면, 내신에 의해 당락이 좌우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중3학생과 학부모들의 입장에서 본다면 자율고를 선택하는 이유가 대학입시와 깊은 관계가 있기 때문에 여러가지로 판단하기 어려운 면이 있었다는 이야기이다. 내신에 의해 대학진학을 하지 않겠다면 문제가 달라질 수 있지만, 그렇더라도 내신에 대한 부담감이 작용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 현재의 상황이기에 쉽게 판단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한꺼번에 많은 학교들이 자율고로 전환된 점도 미달을 가져온 이유이다. 자율고로 전환된 학교 중에는 기존에 선호하는 학교들도 상당히 많지만 기존에 비선호학교였던 곳도 있다. 선호학교라면 문제가 없지만 비선호학교는 학생이나 학부모들이 쉽게 선택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자율고로 전환된다고 해서 하루아침에 선호학교로 바뀔 가능성이 높지 않기 때문이다. 학부모들의 지적은 교사와 학교시설은 별로 달라지지 않았는데, 자율고로 전환된다고 우수한 학교가 될 가능성이 있느냐는 것이다. 충분히 이해가 가는 부분이다.
여학교나 공학교가 미달되지 않은 것은 자율고 중에서 여학교와 공학교의 비율이 상대적으로 낮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 여학생들이 지원할 수 있는 학교는 공학교 3개에 여학교 2개교가 전부이다. 상대적으로 지원율이 높아진 이유이다. 앞으로 여학생들이 지원할 수 있는 학교비율을 어떻게 넓혀 갈 것인가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 하겠다.
남여 공학교에 여학생들은 많이 지원했지만 남학생들의 지원은 상대적으로 낮았다는 것도 눈여겨 볼 대목이다. 내신성적에서 공학교에서는 남학생이 여학생보다 불리하다는 이야기가 그대로 적용되지 않았나 싶다. 여학생들은 공학교를 선호하고 남학생들은 남학교를 선호하고 있는 것이다. 내신과 무관하다고 보기 어렵다.
어쨌든 자율고의 대거미달사태가 내년에도 계속된다면 사회적 문제가 될 수 있다. 따라서 올해의 지원결과를 면밀히 분석하여 대책을 세워야 할 것이다. 자율고의 확대에 신중을 기해야 할 것이고, 여학생들이 지원할 수 있는 학교를 어떻게 확대해 나갈 것인지도 연구되어야 한다. 철저한 원인분석이 우선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