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울시교육청에서는 내년 2월 말에 명예퇴직할 교원들의 희망서를 접수하였다. 각 지역에 따라서는 접수중일 수도 있다. 얼마나 많은 교원들이 명예퇴직을 신청 할지 예측하기 어렵지만 어쩌면 다른 해에 비해 신청자가 늘어날 수도 있다는 생각을 조심스럽게 해본다. 여러가지로 교사로 계속해서 근무하기 어려운 부분들이 있기 때문이다.
우리학교도 한분의 선생님이 명예퇴직을 신청했다는 것을 뒤늦게 알게 되었다. 목소리도 크고 성격도 시원시원해서 학생들이 상당히 따르는 선생님이다. 50대 중반이지만 학생들과 다양한 활동을 하면서 수업에도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항상 인상적인 선생님이었다. 학교에 오는 것이 매일 매일 즐겁고 아이들을 가르친다는 것이 정말 행복했다고 항상 이야기하던 선생님이었다. 올해 1학기때만 해도 이런 이야기를 자주 하시는 선생님이었다.
그런데 갑작스런 명예퇴직 소식을 접하고 그 선생님을 만나서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이제는 더이상 버티거나 견디기 어려운 상황이 된 것 같다고 했다. 올해 1학기 까지만 해도 학생들을 적절히 지도하는 것에 자신이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2학기 들어서 학교가 갑자기 변하는 바람에 더이상 자신이 없다고 했다. 그 이유중의 하나가 체벌금지였다는 이야기도 했다.
학생들이 교사의 이야기를 알아듣고 행동에 옮긴다면 체벌은 벌써 없어졌을 것이라고도 했다. 최소한 학생들을 지도할 수 있는 방법마저 사라진 지금에 와서 학생들의 갑작스런 변화를 다스릴 수 있는 방법이 없어졌다는 것이다. 아무리 이야기해도 듣지 않는 학생들을 어떻게 지도해야 할지 여러가지로 고민을 한 끝에 명퇴 결정을 내렸다고 한다. 어려운 결정이었지만 이대로 계속해서 가다가는 교사인 자신이 병이 날 것 같다고 했다.
아이들 지도를 포기해서 명퇴를 결정한 것은 절대 아니라고 한다. 앞으로 남아있는 교사들에게 짐을 지운 것 같아 미안한 마음이 든다고 한다. 교육이 이런 식으로 흘러가는 것은 결코 바람직한 방향이 아니라는 이야기도 빼놓지 않았다. 교육을 위한 학교에서 학생들의 인권이 너무나 전면에 나서고 있는 것이 안타깝다고 한다. 오죽하면 자신처럼 학생들을 사랑하고 아끼는 교사가 명예퇴직을 신청했는지 헤아려 달라고 했다.
단순히 학생들의 체벌문제로 명퇴의 결단을 내린 것은 아닐 것이다. 말로해서 안듣는 것이 힘들어서도 아닐 것이다. 학교가 변하고 학생들이 변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 변화가 긍정적으로 변해가지 않고 부정적으로 변해가기 때문일 것이다. 교사가 아무리 열심히 노력해도 교사를 따르지 않는 학생들을 감당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이렇게 시간이 흐르면서 아쉬움이 남는 것이 교단의 현실인 것이다.
그 선생님의 마지막 말씀이 왠지 서글프다는 느낌이 든다. 교원노조에서 열심히 활동해 봤지만 이렇게 교육이 흘러가지는 않았었다. 학교교육이 이렇게 흘러가서는 절대로 안된다. 뭔가 계기가 있어야 한다. 교육이 이런식으로 흘러가는 것은 누구도 원하지 않을 것이다. 끝까지 교단을 지키지 못해서 너무나 안타깝다. 이제는 떠날때가 아닌가 싶다. 그말을 끝으로 그 선생님은 돌아섰다. 아쉬움이 남는 그 모습을 보는 마음이 너무나도 아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