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학교교육과정 편성내용을 2월에 정보공시를 통해 알려야 한다고 한다. 4월에 공시하던 것을 2월로 앞당긴 것인데 기본적인 취지와 생각은 맞다. 4월은 이미 학기가 시작된지 한달 이상이 흐른 시기이기 때문이다. 이 시기는 학교별로 이미 중간고사를 앞두고 있는 시기이고, 1학기의 거의 절반 가까이가 지났기에 정보공시가 제 기능을 확보하려면 앞당기는 것이 맞다는 이야기이다.
문제는 학교의 현실이다. 2월이면 졸업식이 있고 교원들의 인사이동이 있다. 당연히 학교장도 바뀌게 되고 각 지역의 교육지원청도 전부는 아니지만 수장이 바뀌게 된다. 학교나 교육지원청의 수장이 바뀌면 당연히 역점사업이나 중점사업들이 바뀌게 된다. 2월에 모든 것을 마감하는 것이 우리나라 학교교육의 현실이다. 사립학교라면 그래도 사정이 좀 괜찮은 편이지만, 공립학교에서는 여러가지 여건상 교육과정을 완성하기 어렵다.
교원의 인사이동이 문제이긴 하지만 더 큰 문제는 학기의 종료가 2월인데 어떻게 2월에 모든 교육과정을 편성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교육과정 편성이 하루아침에 뚝딱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학생수가 결정되는 것이 서울의 경우는 1월초다. 1월초나 되어야 교육과정 편성이 가능하다. 그때부터 시작해서 2월에 완성하라는 것은 겨울방학 내내 출근하여 학교에서 업무를 보라는 이야기와 다를 바 없다. 물론 방학이라고 출근하지 말라는 법은 없지만 그래도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쉽지 않은 것이 학교의 현실인 것이다.
예를 들어 평가계획을 모두 세웠는데 다른 학교에서 전입해 오는 교사가 가치관을 달리한다면 2월에 정보공시에 올렸던 내용을 수정해서 다시 올려야 한다. 다시 올리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신뢰와 업무가중을 피할수 없기에 문제가 있다는 이야기이다. 학교장의 경영관도 교육과정편성에 포함된다. 학교장의 경영관은 학교장이 누구냐에 따라 많이 달라지는 사안이다. 만일 2월말에 학교장이 새로 부임해 오면 해당학교장은 1년동안 다른 교장의 경영관을 가지고 학교를 운영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2월이면 학생들의 학급편성이 완전히 이루지지 않는다. 학급편성이 제대로 되지도 않은 상태에서 교육과정을 짜라는 것은 자칫하면 학교가 거짓말을 하도록 방치하게 되는 것이다. 대한민국 최고의 교육행정기관인 교과부에서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해 냈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학교의 현실을 정확히 꿰뚫고 그에맞는 교육과정을 편성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어야 하는 곳이 바로 교과부라고 생각하고 있다.
필자의 생각이 틀리지 않았다면 무조건 2월에 교육과정을 완성하라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는 생각이다. 정보공시 항목을 어떻게 줄여나갈 것인지 알 수 업지만 학기가 끝나지도 않은 상태에서 새로운 계획을 세워서 내놓으라는 것이 옳은 방향인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 따져본다고 뾰족한 수가 나올 수 없지만 나름대로의 의견청취를 충분히 해야 한다.
이번의 발표는 교과부가 조금더 생각했어야 한다. 4월이 아닌 3월 중순경으로 앞당기는 것이 옳다는 생각이다. 아무래도 2월에 정보공시를 하게되면 시기를 맞출 수는 있겠지만 그 이후에 수정고시하는 상황이 여러곳에서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보공시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교사들의 업무가 가중되는 것이 현실이라고 볼때, 두 세번의 수정이 따른다면 교사들은 또한번 업무가중에 따른 어려움을 호소하게 될 것이다. 좀더 신중한 결정이 아쉬웠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