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글을 쓰려고 하는가

2012.08.30 21:17:00

우리는 왜 글을 쓰려고 하는가. 이유는 간단하다. 이는 우리의 본능이다. 먹고 입고하는 것처럼, 글쓰기도 높은 단계의 본능에 속한다.

글쓰기는 일종의 표현 행위다. 표현 욕구는 인간이 지니고 있는 본능이다. 어린 아이도 제일 먼저 언어를 통해서 세상과 만난다. 언어로 엄마의 사랑을 확인하고, 세상에 적응해 간다. 언어를 통해 표현하면서 세상에 의미 있는 존재가 된다.

어린 시절을 생각해보라. 할머니는 이야기꾼이었다. 그리고 우리는 할머니 무릎 아래서 그 이야기에 집중했다. 말하기와 듣기, 이것이 인간이 즐겨하는 표현 행위이고, 이해 활동이다. 할머니의 콘텐츠는 단순한 것 같지만, 세상을 사는 지혜가 담겨있었다. 이 시간에 우리는 무료함을 달래기도 했지만, 세상을 이해하는 과정을 배웠다.

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개인적인 것을 혼자 지니고 있을 수는 없다. 다른 사람과 나누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언어를 통해 드러내야 한다. 즉 인간은 언어를 통해서 표현하고 세상을 이해한다. 표현은 내적인 것을 언어를 통해 밖으로 밀어내려는 것이다. 직접 나타나 있지 않은 것을 구체적인 형태로 드러낸다는 의미다. 고의적이 아닌 감정 표출 등도 있지만, 좁은 의미의 표현은 의도적인 언어 행위다. 단순한 주관 상태의 표출과는 달리 객관적 대상을 묘사하기 때문에, 여기에는 일정한 형식이 수반되는 것은 불가피하다. 이해도 마찬가지다. 듣기와 읽기도 인간만이 누리는 본능적 행위다.

표현의 대표적 언어 행위는 말하기도 있다. 필요한 정보를 제공받기 위해 질문도 하며, 어떤 일을 해주도록 요청을 하기도 하는데 이것이 말하기다. 말하기도 쓰기만큼 어렵다. 일상생활에서 주고받는 언어는 쉽지만, 형식을 갖추어 말하는 것은 여간 힘든 것이 아니다. 이러한 점에서 말하기는 의사소통의 중요한 수단이다. 현대에 여러 사람 앞에서 자기의 주장이나 의견 등을 진술하는 형태의 말하기는 지도자의 중요한 역할로 부각되고 있다. 이때 말하기는 청자의 생각을 변화시키려는 의도로 주장을 하는 형태로 나타난다. 교사가 수업 시간에 행하는 말하기도 새로운 지식이나 정보의 전달을 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같은 형태라고 말할 수 있다.

말하기도 리더의 중요한 역할에 들어간다. 대학입시에서 면접을 하고, 취직 시험을 볼 때 심층면접을 하는 이유도 이러한 맥락이 맞닿아 있는 것이다. 말하기도 여러 사람 앞에서 형식을 띠고 이루어지기 때문에 어려움이 따른다. 따라서 많은 사람 앞에서 떨거나 실수하지 않도록 미리 충분한 연습이 필요하다.

말하기가 어렵다고 했는데, 쓰기는 더 하다. 말하는 것보다 더 어려운 것이 쓰기다. 흔히 글쓰기가 어렵다고 하는데 그 이유가 있다. 우리의 일상이 구체적인데 관념적인 언어로 표현하려니 어려움을 느끼는 것이다. 그 뿐만 아니라 인간 존재는 어려운 존재다. 그 마음은 애매하고 모호한 존재다. 때로는 텅 비워 있고, 이루 말할 수 없는 감정에 휩싸여 있다. 이런 상황을 언어로 표현해야 한다면 쉽게 될 까닭이 없다.

언어는 안 보이는 것들에 대한 가치를 일깨워준다. 눈으로 볼 수 없는 세상을 이야기하고, 그것을 표현해 심리적 기대감을 만들어준다. 우리는 눈에 보이는 것에만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것 같지만, 그런 세상은 가끔 회의를 느낀다. 물질에 대한 맹목적 숭배로 인해 인간성은 피폐해지고, 이 세상에 우리의 삶은 혼탁하기 이를 데 없다. 그래서 안 보이는 것에 마음을 자주 둔다. 안 보이는 것에 향기가 있고, 우리의 마음이 움직인다. 우리를 변화시키는 것은 보이지 않는 그 무엇이다. 안 보이는 것을 말하고 쓰려는 인간의 행위는 곧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마음이다.

글쓰기를 두려워하는 사람들이 있다. 두려워하는 것이 아니라, 잘 쓰려고 하다보니 쓰지 못하고 있는 것이 더 정확한 진단일지도 모른다. 우리는 운동 실력이 서툴러도 건강을 위해 걷고 달린다. 산악인이 아니어도 자기 수준에 맞는 산에 오르면서 희열을 느낀다. 누구나 가수가 아니어도 노래를 부르듯, 누구나 전문가가 아니어도 글을 쓸 수 있다. 노래를 부를 줄 알 듯이 글을 쓸 줄 아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모두 노래하고 글을 쓰는 세상이 인문학 중심의 세상이다.

우리 시대 화두는 디지털이다. 디지털 시대는 과거 세대와 전혀 다른 방식으로 생각하고 소통한다. 스마트폰과 인터넷에 소통을 한다. 현대인은 IT 기기를 손에 들고 산다. 당연히 짧은 글이든 긴 글이든 쓰게 된다. 과거 세대는 소극적 읽기만 했다면 이제는 적극적으로 표현하는 시대다. 누구나 글을 쓰고, 글에 답을 해야 한다. 글쓰기는 특별한 사람의 능력이 아니라, IT 시대에 반드시 필요한 소통 수단이다.

말하고, 듣고, 읽고 그리고 쓰는 행위, 이것은 인간이 누리는 본능적 행위다. 표현은 인간의 원초적인 것이고 근원적인 것이며 동시에 창조적인 행위다. 우리는 물질만 탐하고 순간적인 쾌락으로 살지 않는다. 우리가 사는 문화 속에서 타인과 상호 교섭하면서 즐거움을 느낀다. 우리의 삶과 경험의 의미를 언어로 표현하면서 인간다움을 발견하다.

힘들고 험한 세상을 사는 힘이 무엇일까. 그것은 언어의 이끌림이다. 명사가 남긴 명언이 우리의 삶을 이끈다. 현실적 불행도 짧은 글로 정화가 가능하다. 글쓰기는 삶을 품위 있게 진화하는 훌륭한 도구이다. 삶을 스토리로 만드는 글쓰기는 우리의 미래 삶을 긴장시키고 창조한다.
윤재열 초지고 수석교사,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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