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바꾸기가 교육을 발전시킨다

2013.11.05 09:15:00

오늘은 많은 선생님들이 4박 5일간 모처(某處)에서 신입생 면접 준비를 위해 출장을 갔기에 남아 있는 선생님들도 무척 힘들다. 쉬는 시간 없이 수업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다른 학교에서 볼 수 없는 일이다. 그래도 지혜롭게 학교를 잘 이끌어가는 선생님들의 아름다운 모습이 더욱 빛난다.

조금 전에 연암 박지원의 ‘허생전’을 읽었다. 허생전은 한문소설이다. 학교 다닐 때 한문으로 배운 적이 있고, 학생들에게 허생전을 가르치기도 했으며, 오늘 또 이렇게 읽어보니 또 새삼스럽다. 읽을 때마다 감동이 온다. 새로운 세상이 펼쳐지는 것 같다. 막힌 가슴이 뻥 뚫리는 느낌도 든다.

연암 박지원은 동서양의 유학파다. 누구보다 견문이 넓은 사람이다. 그러니 생각의 폭도 넓었다. 보통 사람들이 생각지 못하는 생각을 해내는 패러다임의 전환자였다. 생각의 전환점을 가져오게 한 계기가 되는 학자였다. 지금도 우리들에게 기존의 틀에서 깨어나라고 하는 무언의 메시지가 들리기도 하다.

주인공 허생이란 인물은 남산에 살았다. 실제 인물인지 아닌지는 중요하지 않다. 이 주인공을 통해 작자의 생각을 나타내려고 한 점에 초점을 맞추면 된다. 허생의 사람됨을 우선 배울 수 있다.

허생은 꿈이 있었다. 10년의 글을 읽고 과거를 보든지 자기의 꿈을 실현하려고 했다. 또 그는 글읽기를 좋아했다. 공부하기를 좋아한 것이다. 오직 공부, 오직 책읽기, 오직 학문연구였다. 또 허생은 돈과는 담을 쌓았다. 돈의 매력에 빠지지 않았다. 선비가 돈에 빠지면 선비다운 선비가 될 수 없다는 것을 알았다. 또 하나는 환경을 잘 이겨냈다. 가난이라는 장벽 앞에서도 넘어지지 않았다. 배고픔을 잘 참고 이겨냈다. 허생은 당돌한 야심가였다. 괴이한 선비였다. 성실했고 말이 적었다. 이러니 마음먹은 대로 성공을 할 수 있었던 것이다. 배우는 이들은 적어도 허생과 같은 자세는 되어야 세계를 이끌어갈 선도적 인재가 될 수가 있다.

허생의 아내는 성품이 좀 모자랐다. 인내심이 없었다. 10년 목표로 공부를 하고 있었으면 조금만 더 참고 뒷바라지 했더라면 꿈을 이룰 수 있었을 텐데. 한 3년을 남겨두고 그만 끝장을 보려고 했던 것이다.

또 허생의 아내는 인성교육을 잘못 받았다. 폭언을 서슴지 않았다. 가장 피해야 할 것 중의 하나가 마음에 영원히 지울 수 없는 상처를 주지 않아야 하는데 그만 폭언을 하고 말았다. ‘내가 바느질품을 팔아서 먹고 사는 것으로 당신을 만족하는 모양인데, 그게 몇 푼이나 된다고 그러시오. 그런 배짱이라면 도둑놈의 배짱이 아니구 뭐겠수?’ 도둑놈의 배짱이라고 폭언을 했다. 아뿔사!

돈을 빌려준 변부자는 관찰력이 뛰어났다. 침묵을 잘 지켰다. 정확한 눈을 가지고 있었다. 대담한 행동을 할 줄 알았다. 박애심이 있었다. 경멸하고 인색한 점도 있었지만 양심이 특기였다.

허생은 장사를 하려면 점포선정에 대한 탁월한 눈이 있어야 하고, 무엇이 귀중한 물건인지 파악하는 눈이 있어야 하며, 돈을 벌어서 그 돈을 어떻게 써야 하는지를 가르쳐 주었다. 매점매석 등과 같은 것은 나쁜 경제운용 방법임도 지적했다.

돈을 벌어서 구제 사업에 눈을 돌렸고, 필요 없는 돈은 바다에 버리고, 다시 본업으로 돌아가는 과감성도 본받을 만하다. 돈을 빌리면 적어도 갚을 줄을 알아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않는 것을 보고는 자기는 10배가 넘는 돈을 갚는 파격적인 행동을 보였다.

요즘은 ‘빚 주고 뺨 맞는다’고 하면서 돈을 빌려주지 않도록 하고 있다. 빚 주면 뺨을 맞기도 하고 돈을 받기 위해 찾아가야 하는 경우도 생기며, 나아가 돈을 받지 못하는 경우도 생긴다. 이런 일을 해서는 안 됨을 행동으로 보여주고 있다. 이름도, 어디 사는 누군지도 모르고 빌려주는 변 부자나 돈을 빌렸으면 반드시 갚고자 하는 마음으로 몇 배의 이득을 안겨주는 이가 진정 우리들이 바라는 모델이다.
문곤섭 전 울산외국어고등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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