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추의 계절에 책을 읽는 것은 오랜 추억과 함께 머릿속에 오래 남는다. 김동인의 ‘감자’는 언제 읽어도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1900년대의 시절이라 가난, 싸움, 간통, 도둑, 징역 등 비극과 활극은 끊이지 않았던 것 같다. 학생시절 읽을 때와 청년이 되어서 읽을 때와 장년이 되어서 읽을 때의 느낌은 조금씩 다르다.
이 소설이 주는 교훈은 여러 가지가 있다. 그 중 하나가 도덕교육이 참 중요하다는 것이다. 기준선인 도덕이 무너지면 인생이 비참하게 무너진다는 걸 다시 깨닫게 된다. 기본적인 도덕이 무너지지 않도록 지도하는 일이 우리에 주어진 큰 사명 중에 하나다 싶다. 아무리 힘들고 어려워도 기본적인 도덕이 무너지기까지 해서는 안 된다.
이 소설에 나오는 복녀는 원래 가난은 하지만 정직한 농가에서 규칙 있게 자라난 처녀다. 선비의 엄한 규율이 남아 있었고 농민보다 좀 똑똑하고 엄한 가율이 있었다. 도덕에 대한 기품을 가지고 있었다. 도덕교육을 잘 받았다.
그런데 환경을 이겨내지 못했다. 조금만 더 참고 내일의 무지개를 바라보면서 살아왔더라면 삶은 무너지지 않았을 것인데. 쯧쯧. 도덕에 대한 기품이 사라지니 하루아침에 모든 것이 무너지는 것을 보니 너무나 안타깝다. 복녀는 막벌이, 막간살이, 빈민굴의 거지생활, 송충이 잡는 생활, 도덕관 인생관의 파괴, 일 안 하고도 돈 더 받는 일에 빠지고 그의 성격은 날로 그 분야에 진보되었다.
도둑질까지 하게 되고 중국인 왕서방에까지 해서는 안 될 일을 저지른다. 그것도 부끄러움보다 자랑스럽게 여겼다. 복녀의 남편까지 기뻐했다. 그의 마음에 검은 그림자는 더 진해갔다. 왕서방의 장가가는 날, 그곳에 나타나 활극을 벌이다 결국 죽고 만다. 이런 삶은 너무 비극적이기에 이를 막기 위해서는 우선 도덕교육이 잘 되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또 하나는 경제교육이 필요함을 느꼈다. 돈에 대한 교육이 필요하다. 돈에 대해 많은 선인들은 이야기를 통해, 속담을 통해 교육을 시키고 있다. 이런 교육이 지금 우리 학생들에게도 필요하다 싶다.
오늘 아침에 읽은 이야기다. 이 이야기에 내 말을 조금 보탰다. 「돈은 사람을 살리기도 하고 죽이기도 한다. 돈에 눈이 멀면 자신도 망한다. 돈은 사람의 눈을 가리기 때문에 사람이 검어지고 만다. 속담에 ‘황금이 흑사심(黑士心)’이라고 하지 않는가? 돈은 선비의 마음도 검게 만든다. 또 ‘돈은 흑인심(黑人心)이라’ 돈은 사람의 마음도 검게 만든다. 복녀가 돈 때문에 마음을 검게 만들었다.
마음을 검게 만들면 흰 것이 어둡게 되고 어두운 것이 밝은 것처럼 보인다. 돈을 이겨야지 돈한테 잡히면 복녀처럼 되고 만다. 돈 앞에 눈이 멀면 도덕이고 윤리고 체면이고 인성이고 다 무너진다. 돈이 눈을 가리면 인격이 캄캄해진다.
‘없을수록 기와집을 짓는다’는 말에 희망을 걸고 낙심하지 않으면서 살아야지 울고 짜고 한다고 답이 나오지 않는다. 미래를 생각하고 오는 어려움을 이겨야지 과거만 생각하고 다투고 서로 네 탓으로 돌리면 함께 무너진다. 돈이든 여건이든 살다가 보면 무지개 같은 내일이 있기에 견디면서 살아갈 수 있다. 사는 사람은 내일이 있다. 돈은 돌고 돌기에 내 차례도 온다. 죽은 사람에게는 내일이 없다. 돈도 없다. 돈 때문에 죽는 지경에 이르면 되겠나? 복녀처럼.
이런 돈을 벌기 위해서는 건강이 필요하다. 근면이 필요하다. 근면하면 신용도 얻고 칭찬도 받는다. 그러면 일자리도 생긴다. 복녀의 남편처럼 게으르면 끝장난다. 있는 일자리도 빼앗긴다. 공짜도 바라면 안 된다. 공돈은 없다. ‘돈 나는 모퉁이, 죽는 모퉁이’이란 속담이 있다. 세상에서 돈 벌기가 가장 어렵다는 말이다. 쉽게 버는 것 좋아하면 안 된다. 기르는 새처럼 틈만 나면 날아가 버린다. 쉽게 벌면 쉽게 나간다. 그저 돈이 생긴다고 덜컥 물었다가 큰 코 다친다. 신세 망친다. 돈에 눈이 멀면 악명 높은 사람이 되고 만다.」
경제교육, 돈교육도 학생들에게 시켜야 하지 않을까 싶다. 오늘도 가을하늘이다. 단풍도 보인다. 푸른 하늘에 하얀 구름도 보인다. 날씨는 차갑지만 이 좋은 날씨 속에 학교생활이 즐거우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