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울 점과 배우지 말아야 할 점

2013.11.21 21:15:00

무슨 책을 읽어도 얻는 것이 있다. 배울 점이 있고 배우지 말아야 할 것도 있다. 김동인의 ‘붉은 산’을 읽어도 그렇다. 정익호에게서 배울 점이 있다. 그 중의 하나가 어학에 뛰어난 점이다. 능통하지는 않지만 나름대로 공부해서 여러 외국어를 하고 있다. 쉬운 일본말도 안다. 한문도 좀 알고, 중국말은 꽤 한다. 쉬운 러시아 말도 할 줄 안다.

요즘 태어나서 공부를 했다면 어학에 능숙한 인재가 되고 남을 법하다. 요즘 외국에 여행을 가고 싶어도 가장 큰 장애가 되는 것이 외국어다. 돈도 문제지만 돈보다 외국어다. 외국어만 되면 그 나라의 풍속도, 문화도, 경제도, 음식도, 교육도 다 배우고 돌아올 것이다. 외국어가 되지 않으면 여행을 가도 자기가 알고 싶은 것보다 여행 안내자가 해 주는 것 이외의 것은 얻지 못한다. 그러기에 외국어에 대한 공부는 소홀히 해서는 안 될 부분이라 하겠다.

우리학교는 어학영재를 양성하는 특수목적고등학교다. 학생들이 1학년을 지나면 자기 전공 외국어를 어느 정도 한다. 우리가 볼 때 아랍어 같은 것은 글자가 너무 어렵다. 글자가 아니고 낙서처럼 보인다. 그런데 학생들은 이 어려운 공부를 거뜬히 해 낸다. 학생시절 공부를 하지 않으면 외국어도 습득할 수가 없다. 세계를 이끌 인재가 되려면 외국어 공부는 기본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또 정익호에게서 배울 점은 선도적인 역할이다. 송첨지라는 노인이 그 해 소출을 나귀에 실어 가지고 만주국인 지주가 있는 촌으로 갔다. 그러나 돌아올 때는 송장이 되었다. 소출이 좋지 못하다고 두들겨 맞아서 부러지고 꺾어진 송첨지가 돌아왔을 때 동네 사람들은 흥분하였다. 들고 일어설 듯했다. 울기도 하고 발을 굴리기도 했다. 하지만 아무도 앞장서는 사람이 없었다. 그런데, 정익호는 만주국인 지주가 있는 촌으로 갔다. 허리가 기역자로 부러져서 밭고랑 위에 넘어져 있었다.

송익호에게서 배울 점은 용맹이다. 자기의 몸도 사리지 않았다. 울분을 참지 못했다. 억울함을 그냥 보고만 있을 수 없었다. 동네 사람들보다 뛰어난 점이 바로 용맹이다. 선도적인 역할이다. 이게 있었기에 행동으로 옮길 수 있었다. 선도적인 세계 인재가 되기 위해서는 용맹이 필요하다. 용맹이 있었고 선도적인 행동이 있었기에 감동을 주었다.

또 송익호에게서 배울 점은 애국심이다. 조국사랑, 국토사랑, 국민사랑이 있었다. 죽어가면서 소원은 딴 것이 아니었다. 우리의 국토인 붉은 산이 보고 싶었다. 우리의 국민의 상징인 흰 옷이 보고 싶었다. 그리고 우리 국민들이 나라사랑하는 마음으로 부르는 애국가를 부르고 싶었다. 이 뜨거운 조국애는 어느 누구 못지않았다. 밤하늘의 별과 같이 빛나고 있었다. 만추의 들국화처럼 향기 그윽하다.

송익호에게도 아쉬운 점이 있었다. 이것만은 닮지 않았으면 하는 것들이다. 외모야 타고 난 것이라 흠이라 할 수 없다. 생긴 그대로 살면 된다. 문제는 그의 장기라고 하는 것들이 모두 흠이다. 투전(돈치기) 잘하고, 싸움 잘하고, 트집 잘 잡고, 칼집 잘하고, 색시에게 덤벼들기 잘하는 것은 배우면 안 된다. 이런 것 잘하면 사회에서 소외받기 쉽다.

암종이니, 삯이니 별명을 얻을 정도라면 알 만하다. 동네사람들에게는 말할 것도 없고 심지어 의사라는 유식한 이로부터 ‘가련한 인생, 인생의 거머리, 가치 없는 인생, 밥벌레, 기생충’이라는 말을 들을 정도라, 어느 누구 하나 동정하거나 사랑하는 이가 없었다. 동네를 휘젓고 다니면서 못된 짓을 다 골라 했다.

이런 사람이 되면 곤란하다. 정익호가 사람도 되고 애국심도 있었다면 더 말할 필요 없이 훌륭한 사람이 되었을 것이다. 좋은 사람, 애국자가 되어야 존경을 받는다. 나쁜 사람, 애국자는 무언가 뒷맛이 씁쓸하다.

좋은 사람, 애국자를 길러야 하지 않을까 싶다.
문곤섭 전 울산외국어고등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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