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성교육이 먼저다

2013.11.25 13:03:00

간밤에 비가 왔다. 얼마나 유익한 비인지 모른다. 학교가 한결 깨끗해졌다. 학교 주변의 초엽(草葉)이 새 맛을 낸다. 가을의 끝자락에 볼 수 있는 단풍이 가추(嘉秋)의 계절임을 실감케 한다. 거기에다 아침에 일찍 출근하셔서 청소하시는 선생님, 당직하시는 주사님, 사감장 선생님, 요리하시는 여사님들을 보면 생기가 돈다. 이분들이 우리 학교의 보배요, 꽃이다.

우리 학교 선생님들과 교직원들은 ‘열심’이 남다르다. 자진함이 돋보인다. 성실함이 빛난다. 진지함이 묻어난다. 나태한 자가 아무도 없다. 모두 자기의 맡은 일을 부드럽게 잘 처리한다. 이런 분들로 가득 차 있으니 학교가 발전하지 않을 수가 없다. 이런 교직원 속에서 생활하니 늘 감사와 감동과 감격이 있게 된다.

학교도 오시는 이마다 좋다고 칭찬이 자자하다. 얼마 전 퇴직하신 교장선생님 네 분께서 오셨는데 학교가 깨끗하다고 하신다. 정비가 잘 되었다고 하신다. 전망이 좋고, 모든 것이 잘 갖추어져 있다고 하신다. 학교 선생님이라면 누구나 근무하고 싶은 학교다.

감동을 주는 책은 언제든지 읽어도 또 읽고 싶다. 특히 고전소설은 더욱 그러하다. 어릴 때부터 ‘이도령과 춘향’이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암행어사(暗行御史) 출도(出道)야 하면 신이 난다. 속이 시원해지고 후련해진다. 어사출또 또는 어사출두(出頭)라고도 하는 출도(出道)는 언제나 기다리고 기다리는 말이다. 등을 시원하게 긁어주는 말이다.

춘향전은 답답함을 가지고 읽어야만 한다. 안타까움을 지니면서 읽어야 한다. 언제 빛을 보려나 하는 마음으로 읽게 된다. 먼저 춘향이의 사람됨에 감탄하게 된다.

여주인공 춘향이는 상민 출신이다. 그러함에도 됨됨이는 옥과 같이 빛난다. 어질고 착했다. 글읽기에 골몰했다. 예모정절(禮貌貞節)을 일삼았다. 효행이 뛰어났다. 이러면 우리가 목표로 삼는 높은 인격과 탁월한 실력을 겸비한 세계선도적 인재가 되기에 충분하다. 하나도 버릴 것이 없다. 춘향이의 지조(志操), 절개, 정조는 대단했다. 신관 사또의 그런 고초 속에서도 변함이 없었다. 지킬 것 끝까지 지키는 지조(志操)가 돋보였다.

남자의 주인공 이도령은 서울 양반 가정의 출신이다. 아버지는 충신과 효자였다. 문벌 좋은 가문의 아들이다. 풍채가 뛰어났다. 지도자가 지녀야 할 네 가지 자질이 신언서판(身言書判)이라고 하지 않았나? 신(身)은 풍채다. 언(言)은 언변(言辯)이고 서(書)는 글쓰기, 즉 문장력이고 판(判)은 판단력이다. 이도령이 풍채를 지녔다. 도량(度量)은 푸른 바다 같이 넓었다. 즉, 넓은 마음, 깊은 생각이 바다가 같았다. 지혜는 활달했다. 지혜가 넓고 컸다. 문장은 이태백과 같이 탁월했다. 글씨는 왕희지와 같은 서예가였다.

그러니 이도령과 춘향이는 집안의 출신을 빼고는 됨됨이가 어금버금하였다. 그 당시에는 용납되지 않는 사랑이 펼쳐진 것이다. 이게 혁신(innovation)이고 획기적인 것이며, 패러다임 전환이다. 이 소설은 이것 때문에 가치가 높다고도 할 수 있다.

짧은 기간에 사랑을 나누고 백년가약(百年佳約)을 맺었다고 정절을 지키며, 약속을 지키는 이는 드물다. 가문이 다르고 어른이 반대하는 결혼이 쉬운 일이 아니다. 요즘도 아니고 양반, 상놈의 차별이 심한 시대에는 더욱 그러하다. 어디 선비 집안의 아들과 여염(閭閻)집 딸의 혼사(婚事)는 꿈도 못 꿀 일이다. 그런데 성사하게 되었고 결혼을 하게 되어 3남 2녀의 자녀까지 낳는다.

순수한 사랑은 더욱 빛난다. 끝은 아름답다. 빈부귀천을 초월하였다. 고난 고초를 이겨내었다. 결국은 이루어내었다. 이런 사랑을 그려내었으니 지금까지 사랑을 받는 소설이다.

새로 부임한 신관 사또 변학도의 인물됨은 모자람이 많았다. 성정이 괴팍했다. 성격이 붙임성이 없고 까다롭고 별났다. 거기에다 인성교육이 안 되어 실덕도 했다. 덕망을 잃었다. 행동이 부실했다. 판결을 잘못했다. 시시비비를 가려내지 못했다. 인성교육을 잘못 받아 인품이 뛰어나지 못하면 높은 자리에 앉아도 문제만 일으킨다. 그래서 교육에서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이 인성교육이고 다음이 실력교육이다. 지식교육이다. 학력향상이다.
문곤섭 전 울산외국어고등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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