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식당에서 아침식사를 하면 즐겁다. 많은 학생들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수고하신 두 어르신의 얼굴도, 수고하시는 선생님도, 일찍 출근하시는 선생님도 볼 수 있으니 즐겁다. 이런 날이 계속 되면 좋겠다.
요즘은 새벽이 참 길게 느껴진다. 이런 때 시간을 잘 보내는 것은 독서다. 아침에 미국의 소설가 나다니엘 호손의 ‘큰 바위 얼굴’이란 소설을 접했다. 교과서에 실려 있어 우리에게는 익숙한 소설이다. 읽을 때마다 느낌이 다르다.
큰 바위 얼굴은 글자 그대로 깎아지른 듯한 몇 개의 바위로 되어 있다. 멀리서 보면 사람의 모습과 같다. 닮고 싶은 얼굴이다. 그 동네 사람들의 모델이다. 어쩌면 우리 모두의 모델이다. 우리 학생들에게 제시해야 할 사람됨이다. 동네 사람들은 큰 바위 얼굴처럼 인자하고 친밀하고 장엄하고 겉과 속이 같고 말과 행동과 생각이 일치하는 그런 사람이 나타날 것이라고 믿고 있었다.
주인공은 어니스트다. 어니스트는 어머니에게 들은 이야기를 토대로 큰 바위 같은 얼굴이 나타나기를 고대했다. 어릴 적에 큰 바위 같은 얼굴이 나타났다. 그는 백만장자였다. 고향을 찾아온 위인은 ‘개더골드’였다. 이름 그대로 황금을 엄청 모았다. 고향에 나타났을 때 동네 사람들은 큰 바위 얼굴이 나타났다고 환호했다. 그런데 실망했다.
길가에 거지들을 보고 동전 몇 닢을 땅 위에 떨어뜨렸다. 대궐 같은 집을 마을에 짓고 백만장자가 왔으니 기대할 만했다. 그런데 안겨준 것은 실망뿐이었다. 큰 바위 얼굴의 미소와 같이 너그럽고 자비스럽게 모든 생활을 돌보아 줄 것이라는 기대는 물거품처럼 사라지고 말았다. 나눔과 배려가 모자랐다. 우리들은 학생들에게 나눔과 배려의 인성교육을 시키고 있다. 이런 모자람을 보충하기 위해서다.
어니스트가 이제는 소녀가 아니고 젊은이가 되었다. 청소년이 된 것이다. 또 위대한 인물이 나타났다. 훌륭한 장군이었다. ‘올드 블럿 앤드 던더’라는 사람이다. 백전의 용사도 이제는 노령과 상처로 몸이 허약해지고, 소란한 군대생활에 싫증이 나서 고향에 돌아가 안식을 얻어 보려고 하였다. 잔치가 벌어지고 연설이 이어졌다. 하지만 큰 바위 얼굴과 유사한 점을 발견할 수 없었다. 이 장군에게는 용맹이 있었고 기개가 넘쳤다. 이런 점은 세계 선도적 인재가 되기 위한 한 덕목이다. 이를 갖추게 할 필요가 반드시 있다. 하지만 장군에게는 지혜가 없었고 자비심도 없었다. 사람이 살아가면서 지식보다 더 중요한 것이 지혜다. 지혜가 건강이고, 재물이고, 윤택한 삶이다. 장군이 가진 용맹과 기개, 지혜와 자비심도 함께 학생들이 갖도록 지도해야 할 것 같다.
또 세월이 흘러 중년이 되었다. 세 번째 인물이 나타났다. 저명한 정치가였다. ‘올드 스토니 피즈’였다. 이분의 언변은 유창하리만큼 유창했다. 많은 사람들은 울리기도 하고 속삭이기도 했다. 정말 배울 만하다. 우리 학생들이 앞으로 정치가가가 되려면 토론을 통해 발표력을 신장시켜야 할 것 같다. 하지만 그에게서도 장엄이나 위풍이나, 사랑의 위대한 표정은 볼 수 없었다. 결정적으로 부족한 것이 사랑이었다. 낮은 자, 가난한 자, 어려운 자를 돌보는 사랑이 모자랐다.
또 세월이 흘렀다. 이제 노인이 되었다. 또 큰 바위 얼굴을 만났다. 일생의 태반을 도시의 잡음 속에서 아름다운 음률을 쏟아내고 장엄한 송가로 큰 바위 얼굴을 노래하기도 하였다. 천재였다. 재능이 탁월했다. 행복한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며 세상을 축복했다. 정말 부러운 시인이다. 우리 학생들에게 자연을 보는 아름다운 눈, 어렵고 힘든 사람들에게 관심을 갖고 이들을 바라보는 따뜻한 눈을 가지도록 지도해야 할 것 같다. 그리고 그런 눈으로 아름다움을 노래하는 순수한 시인이 되게 하면 좋겠다 싶다.
한편 시인은 어니스트의 소문을 듣고 인격을 사모했고 그의 지혜와 생활의 고아한 순수성이 일치되고 있는 어니스트를 만나고 싶었다. 어니스트 집에서 일박을 하면서 시인의 시집을 읽고 있던 어니스트와 대화를 나누면서 어니스트야말로 큰 바위 얼굴을 닮은 분임을 알았다.
시인은 어니스트의 연설을 듣고 큰 바위 얼굴을 닮은 사람이 바로 이 사람이다. 우리가 고대했던 큰 바위 얼굴을 닮은 사람이 나타났다고 하면서 환호성을 질렀다. 큰 바위 얼굴이 나타나리라고 믿었던 어니스트는 자신이 큰 바위 얼굴이었다.
백만장자, 위대한 장군, 훌륭한 정치가, 이름난 시인 정도면 갖출 것 다 갖추었다. 그래도 그들에게는 부족한 점이 있었다. 작가와 의도하는 것은 많은 성공자 중에서도 큰 바위 얼굴과 같이 생각과 말과 행동이 일치한 사람을 보지 못했던 것을 안타까워 한 나머지 비록 유명한 인물이 안 되어도 생각과 말과 행동이 일치하는 그런 인물이 되기를 소망했다.
여기에 나오는 네 인물처럼 유명한 사람 되는 것은 어렵다. 비록 유명한 사람은 되지 않더라도 나이가 들수록 어니스트처럼 자신의 부족한 부분을 찾아 보충해 나가면 더 존경받고 인정받는 삶을 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 본다. 부족을 채워나가게 하는 것이 인성교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