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이 참 빠르다. 벌써 금년 12월이 되었다. 차가운 바람은 매운 맛을 보여주고, 밤은 길어진다. 시내보다 2-3도 가량 온도가 낮은 곳에 학교가 있기 때문에 추위를 더 많이 느끼며 생활한다. 시내처럼 생각하고 옷차림을 하면 큰 코 다친다. 이럴 때일수록 더욱 맑고 밝은 마음이 필요하고 추위를 이겨내기 위해 틈틈이 산보 내지 체조라도 하는 게 낫다.
우리 학교에는 1교시가 시작되기 전, 전교생이 교실과 골마루에서 체조를 한다. 미국사람들이 하는 체조를, 동영상을 통해서 보면서 10분간 운동을 한다. 한번 따라해 보니 정말 운동이 되었다. 숨이 차기도 하고 다리가 후들후들 떨리기도 했다. 학생들은 웃음을 자아낸다. 참 재미가 있는 모양이다. 반복되는 하루를 권태 없이 잘 이겨내려고 한다면 함께 하는 운동이 꼭 필요하다.
지난봄에 중국 광저우 월수외국어고등학교에 갔을 때, 그 학교는 1교시 후 매일 10분간 줄넘기 체조를 음악에 맞춰 하고 있었다. 각 학교마다 이런 운동을 꾸준히 하면 좋을 것 같다. 체력이 곧 실력이다. 체력이 곧 국력이다. 체력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교육은 관심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 아침이다. 교육은 사랑인데 사랑이 곧 관심이라는 것이다. 영국의 소설가인 서머싯 몸의 ‘빨강 머리’라는 단편소설을 읽어보면 사랑이 관심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어느 섬에 빨강 머리라는 사람이 있었다. 훤칠한 키, 건장한 사나이, 길고 곱슬곱슬한 머리, 처음 보는 미남, 처음 보는 사람들은 첫눈에 미모에 깜짝 놀랄 만한 인물이었다. 불꽃같은 머리를 하고 있기에 사람들은 그를 빨강 머리라고 불렀다.
그 섬에서 열아홉 정도 되는 절묘하게 잘 생긴 여자 샐리를 만났다. 정열적인 매력, 키도 크고 호리호리하고 섬세한 이목구비, 커다란 눈 등 모든 면이 아름다워 빨강 머리가 반해서 결혼을 하게 된다.
여자는 착하고 귀엽고 상냥하고 남자는 순하고 솔직하고 서로 사랑을 나누며 행복하게 살다가 빨강 머리는 권태를 느끼고 그 섬을 탈출하려고 그 섬을 몰래 도망을 간다. 그래도 여자는 오직 빨강 머리 남편이 돌아올 것이라고 기다리고 기다렸다. 돌아오지 않았다. 오직 그 빨강 머리만 마음속에 그리며 생각하면서 돌아오기만을 애타게 기다렸다.
그러던 중 닐슨이 그 여자에게 찾아가고 청혼을 하고 처음에는 거절당하다가 나중에는 끝내 승낙을 받아 결혼을 했다. 재혼한 여자는 마음속에는 오직 빨강 머리뿐이었다. 이렇게 되니 닐슨이 좋아할 리 없었다. 결혼이 행복이 아니고 불행이었다. 빨강 머리라는 사람이 그 가정의 행복을 막는 보이지 않는 존재였다.
그러니 그 사람이 얼마나 미웠겠는가? 그 사람이 나타나기만 하면 어떻게 해버리고 싶은 마음이 들 정도였다. 선장이 섬에 도착해서 닐슨과 빨강 머리라는 사람에 대한 대화를 나누던 중 선장 자신이 빨강 머리라는 사실을 닐슨이 알게 되고 닐슨은 충격에 빠진다. 샐리를 보면서 경멸을 느끼고 큰 형이 아프다면서 가 봐야겠다고 하면서 떠난다. 사랑의 비극은 죽음이나 이별이 아니고, 사랑의 비극은 무관심이라고 닐슨은 말한다. 사랑하는 사람은 그 사람을 죽을 때까지 잊지 못한다. 오직 다시 돌아오기만을 기다리는 게 바로 관심이다.
학생들을 내 가족처럼 우리들은 사랑한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관심은 두지 않는다. 이건 참 사랑이 아니다. 사랑한다고 말할 수 없다. 진정 학생들을 사랑하는 마음이 있다면, 관심을 가지게 되어 있다. 부모님이 자식에 대한 관심을 죽을 때까지 가진다. 우리 선생님들도 우리에게 맡겨진 학생들에 대한 지대한 관심, 끊임없는 관심을 가지면 학생들은 무척 행복할 것 같다.
교육은 관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