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소설은 인성자료집이다

2013.12.09 10:56:00

아침 안개가 자욱하면 날씨가 쾌청하다더니 오늘 날씨가 그러하다. 하늘을 구름 한 점 없는 맑고 깨끗하다. 천의무봉이다. 바람만 차가울 뿐이다. 이런 날씨에 점심시간에 학교를 한 바퀴 도는 것도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우리학교에서는 1교시가 시작되기 전, 10분 동안 운동을 한다. 외국 사람들이 하는 춤(체조)과 우리나라 가수들이 하는 춤(체조)를 한다. 이 시간이 되면 나도 2, 3층으로 올라간다. 골마루에서 학생들과 함께 호흡을 맞춘다. 따라한다. 힘들다. 그러면 어떤 반 학생들은 골마루에 나와서 함께 춘다. 땀이 난다. 다리가 후들후들 떨린다. 심장이 뛴다. 한 시간 걷는 것보다 낫다. 이런 운동은 학교마다 해보면 좋을 것 같다. 학생들은 만족한다. 잠이 도망간다고 한다.

우리나라 고전소설은 재미도 있고 교훈도 준다. ‘옹고집전’에는 옹달우물과 옹연못 있는 옹당촌에 한 사람이 살았는데 성은 옹가(雍哥)요, 이름은 고집이었다. 성미가 괴팍하여 풍년이 드는 것을 싫어하고, 심술 또한 맹랑하여 매사를 고집으로 버티었다. 이것 보면 주인공 옹고집이 어떤 일을 하며, 어떤 일을 당하며 어떻게 변하는지 짐작이 된다.

너른 집에 경치, 풍광에 뛰어나고, 여러 종들이 있었으며 재산이 풍부하여 어떤 위치에 있는 사람도 부럽지 않는 삶을 살고 있었다. 옹고집에게는 문제가 있었다. 고집이 있었다. 아무도 꺾지 못하는 고집이 있었다. 이 고집이 가정과 가산을 지키지 못하는 불씨가 되었다. 고집은 자신을 망치고 가정을 망친다.

또 불효막심(不孝莫甚)하였다. 팔십당년 늙은 모친이 병들어 누워 계시는데도 닭 한 마리, 약 한 첩도 봉양하지 아니하였다. 조반석죽 겨우 바쳤다. 돈이 없어 그런 것도 아니다. 어머니에 대한 감사를 모르는 자였다. 노모는 애지중지 보살피며 보옥같이 귀히 여기며 키웠는데 그 은혜를 몰랐다. 효교육을 받았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또 하나는 말을 함부로 하였다. 특히 어머니도 몰랐다. 어머니의 말에 대꾸하기도 했다. ‘인생칠십고래희’며, ‘오래 살면 욕심이 많아진다는 등 어머니에게 입에 담지 못한 흉한 말로 어미의 마음을 아프게 하였으니 이 죄 또한 중하지 않겠는가? ‘다언삭궁’이란 말이 있다. 말이 많으면 자주 궁지에 몰린다. 특히 심한 말을 많이 하면 살아남지 못한다.

그리고 옹고집은 선을 쌓지 않고 악을 쌓았다. 積惡之家必有餘殃(적악지가에 필유여앙이라), ‘악함을 쌓는 집에는 반드시 자손(子孫)에게까지 미치는 재앙(災殃)이 있다’ 는 것과 積善之家必有餘慶(적선지가에 필유여경이라), ‘착한 일을 많이 한 집에는 경사스러운 일이 생길 것이다’ 라는 말을 모르는 바가 아니지만 이것을 잊고 있었다. 우리학교에 명심보감 강의를 들었더라면 달라졌을 건데. 명심보감을 인성교육도 권하고 싶다. 우리학교는 4년째 계속하고 있다.

그러니 마침내는 어려운 일이 생기고 말았다. 가짜 옹가 즉 허옹가가 자기집에 나타나 주인행세를 하였다. 진짜 옹가 즉 진옹가가 아무리 내가 진짜라고 말해도 통하지 않았다. 허옹가는 주인행세하며 재산을 빼앗아 가려 하였다. 종도, 자식도, 며느리도, 마누라도 누가 진짜 진옹가인지 구분을 못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사또 앞에 가서 진옹가를 가리는 일이 벌어졌지만 오히려 허옹가가 더 말 잘하고 가문에 대한 내력을 더 소상히 알고 있으니 허옹가가 주인으로 인정으로 받고 진홍가는 쫓겨나는 신세가 되었다.

고집을 내세우며 병든 노모를 구박하고 냉방에 모시는 불효를 뉘우치고 선을 쌓지 않고 악을 행한 죄를 깨달고 다시 자기 집으로 돌아오는 기회가 주어져 사랑하는 마님과 함께 살게 되었다. 개과천선(改過遷善)했다. 잘못 들어선 길을 버리고 착한 사람으로 다시 태어나겠다는 결의와 실천이 필요하다. 그러면 마침내 이룰 수 있다.
문곤섭 전 울산외국어고등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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