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의 신의교육

2013.12.23 13:15:00

커텐을 열었다. 아침 7시가 되었는데도 아직 밖은 컴컴하다. 아침식사를 하고 나오는 학생 중 매일 운동장을 돌던 학생을 만났다. 요즘 운동하는지 물었다. 날씨가 너무 추워 엄두를 내지 못한다고 하였다. 중학생보다 고생학생이 체력도 못하고 정신력도 못하다고 하는 아침뉴스를 접했다. 고생학생들에게 무엇보다 가져야 할 것이 체력이고 정신력이다. 

학교에 가서 공부하고 학원에 갔다가 집에 와서 씻고 자면 아침이 되어 엄마는 깨운다. 학생은 5분이라도 더 자고 싶어 한다. 매일 같이 엄마와 씨름한다. 이러면 학교에 가서도 정상적인 학교생활이 되지 않고 시간만 나면 낮잠을 청한다. 이렇게 악순환이 계속된다. 무엇보다 체력과 정신력이 곧 실력이다. 운동을 하고  규칙적인 생활을 하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실천이 없는 말은 가치가 없다. 내 것이 아니다. 나의 것이 되려면 작은 것이라도 실천이 따라야 한다. 특히 인성면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실천이 없는 것은 아무리 많이 알아도 나의 것이 되지 못한다. 작은 것 하나라도 실천이 중요하다. 

신의가 소중하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알고 있다. 가치가 있다고 한다. 남은 다 신의를 실천하기를 바라지만 정작 자기는 그러하지 못한다. 신의를 ‘좌판 위의 신의’로 여길 때가 있다. 싸구려 취급한다. 값싸게 여긴다. 실천하지 않는다. 그러면서 남이 신의를 실천하지 않으면 분노한다. 화를 낸다. 짜증을 부린다. 낙심한다. 의아해한다. 겉과 속이 다르다. 남이 보면 웃는다. 신의는 누구나 다 실천해야 하는 것이다.

약속한 것은 실천하고, 옳은 것 실천하고, 지킬 것 지키고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남에게 불편을 주지 않고 남에게 눈물을 흘리게 하지 않고 남에게 기분을 상하게 하지 않아야 하는 것은 기본이다. 그런데 자기는 그렇게 하지 않고 남은 바르게 하지 않으면 욕을 한다. 매질을 한다. 손가락질을 한다. 이러면 바른 사회를 만들어가는 일원이 될 수 없다. 바른 시민사회의식을 갖게 하는 것이 꼭 필요하다. 신의교육, 건전한 시민교육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래야만 건강한 사회를 만들어갈 수 있다.

김유정의 ‘봄봄’에 나오는 장인어른도 말만 하는 사람, 실천에 옮기지 않는 사람 중의 한 사람이다. 약속을 애매하게 해놓고 무조건 빠져나간다. 데릴사위를 들인 목적이 결혼이 아니라 삯을 주지 않고 일만 시키기 위해서다. 머슴을 들이면 삯을 주어야 하기 때문에 데릴사위를 들여놓고 3년이 넘도록 일만 시킨다. 결혼을 하도록 요청하면 점순이가 키가 크면 결혼을 시키겠다고만 한다. 이런 이는 ‘좌판 위의 신의’를 가진 사람이라 할 수 있다.

장인어른의 됨됨이를 보면 손버릇이 나쁘다. 심심하면 때린다. ‘이자식, 저자식’하면서 욕을 한다. 욕쟁이라 별명이 ‘욕필이’라고 부를 정도다. 주위 사람들에게 인심을 다 잃었다. 학생들이 이런 욕필이 닮으면 큰 문제 일으킨다. 학교폭력자가 될 가능성이 많다. 다른 학생들에게 피해를 주고 상처를 줄 가능성도 많다. 친구들로부터 신용을 잃고 인정을 못 받게 된다. 이런 학생들이 되지 않도록 인성교육을 잘 시켜야 할 것 같다.

상대로 인해 마음이 상하면 그 상한 마음은 오래 간다. 아니 평생 갈 수도 있다. 특히 비상식적인 행동으로 인한 상한 마음을 잘 지울 수가 없다.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게 하기 위해 늘 상식이 통하는 행동, 질서가 바로 서는 행동, 약속은 반드시 지키는 행동을 할 수 있도록 교육을 시키는 것이 우리들이 해야 할 몫 중의 하나다. 신의교육이 필요한 시대다.
문곤섭 전 울산외국어고등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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