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적인 건강을 위한 교육

2014.01.22 15:07:00

소한, 대한도 다 지났다. 그래서 그런지 바깥 공기가 한겨울 같지 않다. 학생들도 겨울방학 지내기가 훨씬 수월할 것 같다. 얼마 남지 않는 방학을 통해 부족한 과목을 보충하고 읽지 못한 책을 읽으며 글을 쓰고 건강관리 하면서 고등학교 방학시절을 즐겁게 보냈으면 하는 바람이다.

건강관리는 예나 지금이나 젊은이나 늙은이 누구에게든지 관심사다. 건강 잃으면 아무것도 제대로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건강은 육체적인 건강도 있지만 정신적인 건강도 있다. 육체적인 건강을 위해서는 꾸준한 운동이 필요하다. 정신적인 건강을 위해서는 관계가 중요하고 외로움과의 싸움에서도 이겨내야 하며 내적인 성장을 가져와야 한다.

요즘에는 육체적인 질병으로 고통 중에 있는 이도 많지만 정신적인 질병으로 힘들게 살아가는 자가 참 많다. 불면증, 우울증, 공황장애 등 각종 정신질환으로 힘들게 살아가는 자를 많이 본다. 그래서 정신적인 건강에도 힘을 써야 하겠다.

정신적인 질환이 오는 원인 중의 하나가 고독이다. 고독을 잘 이겨내지 못하면 정신적으로 나약해질 수밖에 없다. 프랑스의 소설가인 기 드 모파상이 지은 ‘산장’을 읽어보면 눈이 내리는 한겨울이 되면 산장 주인은 내려가고 산장에는 늙은 산지기인 ‘가스파르 아리’와 젊은 산지기인 ‘쿤시’와 ‘삼’이라는 개만 남아 있다. 이들에게 찾아오는 것은 고독이다. 무료함이다.

슈바렌바하의 산장(山莊)은 알프스 산맥의 높은 지대, 흰 눈 덮인, 깎아 세운 듯한 바위투성이의 헐벗은 협곡의 빙산 아래에 있기 때문에 누가 찾아오는 이가 없다. 등산객도 없다. 그러니 찾아오는 것은 매서운 찬바람, 강추위, 하얀 눈, 고독, 외로움, 두려움밖에 없다. 산지기 두 사람의 삶은 그야말로 외로움과 고독 속에서 긴 겨울을 보내야만 했다.

이들이 산장에서 한겨울의 고독을 이겨낼 수 있는 길은 독서와 규칙적인 생활밖에 없다. 처음에는 이들이 서로 역할 분담을 하면서 생활했다. 청소, 빨래, 나무패는 것, 눈 치우는 것은 젊은 울리히 쿤시가, 요리하고 불 때우고 하는 것은 늙은 가스파르 아리 몫이었다. 참 좋았다. 잘했다. 이것만으로는 부족했다. 그래서 그들이 할 수 있었던 것은 담배 피우고, 카드놀이를 하고, 잠자고, 독수리, 새들과 놀고 하얀 천지를 구경하고 눈이 더 많이 오면 길 통로를 만드는 것이고, 지난겨울을 보낸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전부였다.

이들에게 부족한 것이 있었다. 독서가 없었다. 글쓰기가 없었다. 있는 것은 말하기와 듣기뿐이었다. 그러니 생활의 권태를 느끼게 되었고 할 말도 없게 되었다. 생활이 재미가 없었다. 하루하루가 지겨웠다. 이들에게 책읽기와 글쓰기가 있었다면 말하기와 듣기가 더욱 풍성해졌을 것이고 한 겨울의 고독을 잘 이겨낼 수 있었을 것이다.

군중 속의 고독이라는 말이 있듯이, 많은 사람들 속에 자기는 외로움 속에서 힘들게 살아가는 이가 있다. 이들에게도 필요한 것이 독서와 작문이다. 독서와 작문이 있으면 주위에 상대해줄 이가 아무도 없어도 대화가 된다. 고독을 이겨낼 수 있고 생활에 재미가 있을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고독으로 인해 정신적으로 더욱 병들어갈 수밖에 없다.

할 일이 없으니 늙은 산지기는 사냥하러 나갔는데 돌아오지 않았다. 영하 18도다. 젊은이에게도 힘든 겨울사냥을 늙은이가 했으니 위험하지 않을 수 없었다. 개와 함께 찾아 나섰다. 바위를 타고 얼음을 깨고 눈을 치우고 등산하는 이들과 같은 행동을 하면서 찾았으나 헛일이었다. 50킬로미터나 찾아다녔다. 보통 길도 아니다. 날이 따뜻한 것도 아니다. 열정도 허사였다.

젊은이는 더욱 외로움에 빠졌다. 실망했다. 중간에 산장으로 돌아오다 눈을 파서 개와 함께 추위에 떨면서 잠을 잤다. 배는 고팠다. 외로웠다. 무서웠다. 몸은 떨렸다. 집으로 돌아왔다. 깊은 잠에 들었다. 그런데 꿈인지 생시인지 밖에서 소리가 들렸다. 잠이 깼다. 무서웠다. 공포에 떨었다. 도망치고 싶었다. 밖에 나갈 용기도 없었다. 늙은 안내인이 죽으면서 지르는 소리가 들렸다. 계속 해서 반복해서 들렸다. 노이로제가 걸렸다. 잠을 잘 수가 없었다. 술이 없으면 잠을 잘 수가 없었다. 문에 바리케이트를 쳤다. 막을 것 다 갔다 놓고서도 안심이 안 된다. 선잠을 잤다. 이런 삶이 계속 되었다.

도저히 견딜 수 없어 문을 열고 눈바람을 쐬러 나갔다. 그 사이 삼이라는 개도 나갔다. 개가 나간 줄 모르고 문을 잠갔다. 더욱 철저하게 문단속을 했다. 바깥에서는 소리가 여전히 들렸다. 개가 산장을 돌면서 짖어도 꼭 늙은 안내인의 소리 같았다.

젊은이는 점점 쇠약해져 갔다. 폭음이 아니면 잠을 청할 수 없었다. 미칠 것 같고 공포심에 떨었다. 고독이 점점 더해갔다. 공포의 칼이 젊은 안내인을 찌르는 것 같았다. 결국 개는 밖에서 얼어 죽었다. 자기도 숨만 붙어 있었지 사람 구실을 못했다. 의사는 미친 것 같다는 진단을 내렸다.

지금도 정신쇠약증에 빠져가는 이가 있다면 이겨내는 길은 책을 친구처럼 가까이 하고 일기 등 각종 글을 쓰는 일이다. 이것은 자기와의 대화이고 건강한 사람과의 대화이다. 그러면 어떤 열악한 환경에 처해도 잘 이겨낼 수 있고 누구와의 대화에서도 대화의 내용은 풍성해져 삶이 외롭지 않게 된다. 학생들에게 책읽기를 권장하고 글쓰기를 권장하는 것은 정신적인 건강한 삶을 살기 위함이다.
문곤섭 전 울산외국어고등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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