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에도 일요일 밤부터 화요일인 지금까지 눈이 내리고 있다. 3년 전부터 많은 눈이 내리는 지역이 되고 말았다. 눈이 오면 학교가 산 중턱에 있어 선생님들과 교직원들의 불편이 여간 아니다. 제일 큰 문제가 학생들이 기숙사에서 생활하니 식사문제다. 식자재를 운반하는 차량이 학교에까지 올라오지 못한다. 눈 때문에 늦기도 하고 중간에 내려다 놓고 가기도 한다. 그러면 관계되는 분들이 가지고 올라와야 한다.
오늘 아침에도 식자재를 운송하는 차가 학교에까지 올라오다 미끄러지기도 하였다. 선생님들은 중간에 차를 세워두고 200미터 이상의 눈길을 걸어와야 한다. 학교 안에는 약 45센티의 눈이 내려 걸어 올라오기도 아주 힘들다. 이제 눈이 멈춰서 학교생활이 힘들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눈이 하얀 세상을 만들었다. 하얀 세상은 우리 모두가 바라는 세상이다. 검은 세상, 어두운 세상보다 하얀 세상, 밝은 세상이 우리가 바라는 세상이다. 세상이 밝아지려면 우선 우리의 마음이 밝아져야 하고 깨끗해져야 가능하다.
김동인의 ‘발가락이 닮았다’는 소설을 보면 하얀 눈을 생각하게 만든다. 여기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모두 검은 마음을 지닌 자들이다. 주인공 M도 그렇고 그의 아내도 그렇고 그의 친구인 의사직분을 가진 ‘나’도 그렇다. 이들의 마음을 닮으면 세상은 어둡게 되고 만다.
주인공 M은 노총각으로 문란한 성생활을 하였다. 이로 인해 생식능력을 잃고 말았다. 자신의 어두운 생활로 인해 언제나 죄의식 속에서 편안하게 살아가지 못하고 있음을 보게 된다. 늦게라도 잘못을 뉘우치고 바르게 살아갔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아내도 어두운 삶을 산 것은 마찬가지다. 아내도 결혼하기 전 남의 남자와의 성관계로 임신을 한 상태이다. M의 생식불능을 모른 채 결혼을 했으니 임신한 아이가 M의 아이라고 착각할 것으로 여겼다. 진실은 언젠가 드러나고 만다. 죄의 악순환이 반복되면 밝은 세상, 하얀 세상이 될 수가 없고 어지러운 세상, 어두운 세상이 되고 만다.
친구인 의사직분을 가진 ‘나’도 어두운 마음을 지니고 있었다. 친구인 M이 생식능력을 잃어 아이를 낳을 수 없음을 알고도 바르게 말하지 않았다. 모두가 부러워하는 좋은 직장을 가진 이가 바른 마음을 가지지 않았다. 어두운 마음을 버리고 바른 마음으로 바르게 말해 주었더라면 더욱 불행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김동인의 ‘발가락이 닮았다’가 주는 교훈이 있다. 순결에 대한 중요성을 알지 못하니 성 문란한 행동을 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순결에 대한 중요성을 잘 배웠더라면 함부로 행동을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사람이 사람다운 행동을 하지 않으면 짐승과 다를 바 없다.
또 하나는 사람이 진실 되지 못하면, 즉 정직하지 못하면 세상은 자꾸 어두워진다는 것이다. 의사가 의사다웠더라면 친구인 M에게 거짓말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바르게 일러주었더라면 M은 바른 생각으로 바른 처신을 할 수 있었을 것이다. M이 결혼한 후에도 남편, 아내는 둘 다 자신을 속이고 있었다. 거짓의 연속이었다. 그러니 언제나 내적 불안이 잠재해 있었고 평안을 빼앗아갔다.
M은 아내가 아이를 낳자 자기의 아이가 아님을 모를 리가 없다. 아무리 살펴보아도 닮은 데가 없다. 가운데 발가락이 자기처럼 길어보였다. 발가락이 닮았다고 하였다. 정말 안 되어 보였다. 거짓을 자꾸 포장하려고 하면 안 된다. 거짓은 안에서 썩고 만다. 잘못을 반드시 뉘우치고 바른 길로 나아가야 한다. 그래야 반복되는 비극의 연속을 막을 수 있다.
하얀 눈이 하얀 세상을 만들었다. 이런 세상이 좋다고 사진을 찍기도 한다. 오랜 추억으로 간직하려고 한다. 내가 먼저 하얀 눈처럼 하얀 마음, 하얀 말, 하얀 생각으로 바뀌어져서 내적 변화의 감격을 누려보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