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학년도가 시작된 이후 날씨는 계속 심술궂다. 꽃샘추위는 계속된다. 내일까지 계속된다고 하니 참고 이겨낼 수밖에 없다. 열심히 가르치는 선생님, 열심히 배우는 선생님을 보면 신이 난다. 새로 오신 선생님들과 점심을 함께 하면서 소감을 물어보니 한결같이 각오가 대단했다. 교학상장(敎學相長)과 같이 열심히 배워서 가르치겠다는 선생님도 계셨고 학생들에게 좋은 이미지를 심어주기 위해서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는 다부진 각오도 있었다.
주요섭의 ‘아네모네의 마담’의 소설에서 교훈을 얻고자 한다. 하나는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에 대한 미련은 하루라도 빨리 잊는 게 자신을 위한 길임을 가르쳐 주고 있다. 이 소설에 나오는 전문학교 학생 첫사랑의 여자가 부모님의 성화에 못 이겨 자기네 학교 교수와 결혼을 하였다. 얼마나 가슴 아픈 일인가? 하지만 이미 자신의 꿈이 깨어졌고 사랑할 수 없는 사이가 되었다면 마음을 빨리 접는 게 상책이다. 교수 부인이 된 여자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그들은 계속 첫사랑을 잊지 못해 사랑을 이어가고 있었다. 이것은 삶의 장애물이 되고 불행의 씨앗이 되고 만다.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한다. 물론 하루아침에 정리가 될 수 없다. 그래서 티룸(다방)을 찾아 슈베르트의 ‘미완성 교향악’을 듣게 되었고 모나리자를 보면서 마음을 달래고 있었다. 이런 과정이 길면 결코 자신에게 불행한 나날만 계속된다.
또 하나는 사랑을 하되 혼자만 좋아하는 것은 역시 도움이 되지 못한다. 아네모네의 마담인 영숙은 매일 찾아오는 전문학교 학생이 마음에 들었다. 그래서 귀에 귀걸이를 하였다. 그 시대에 귀걸이는 아무나 할 수 없었다. 서구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라 모두가 관심의 대상이 되었다. 다방에는 많은 사람들이 마담인 영숙이의 귀걸이를 보기 위해 왔다. 그리고 수다를 떨면서 가까이 하고 싶어 하였다.
그런데 마담은 다른 사람에게는 관심이 없었고 오직 젊은 전문학교 학생에게만 관심이 있었다. 이 학생이 오면 화장실에 가서 콤팩트를 꺼내 자신의 모습을 정리하곤 했다. 열정에 찬 눈으로 바라보는 학생이 자기에게 관심이 있는 것으로 착각하였다.
반면에 다방의 손님은 귀걸이를 한 마담이 좋아 찾아오곤 했다. 마담은 전혀 관심도 없고 생각도 하지 않는데 손님들은 마담이 자기들을 좋아한다고 착각하고 있었다. ‘떡 줄 사람은 생각도 않는데 김칫국부터 마시는 꼴이 되었다.
요즘의 남녀학생들도 상대의 학생이 자기를 좋아한다고 착각할 때가 많다. 그래서 자신의 외모부터 꾸미기 시작한다. 공부는 뒷전이다. 계기가 오기를 고대한다. 이런 학교의 생활은 참 불행이다. 꿈 많은 학창시절에 학문연구와 정서함양에 힘쓰며 자신을 갈고 닦아야 하는데 그건 뒷전이고 한 학생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시간을 낭비한다면 나중에 후회하게 된다. 착각은 금물이고 학창시절에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외모에 관심을 더 가지는 것은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금 같은 귀중한 시간을 낭비하고 만다.
또 하나 깨닫게 되는 것은 ‘아네모네 마담’처럼 되어서는 안 되겠다는 것이다. 아네모네는 적응에 실패한 사람으로 대변된다. 겉과 속이 함께 가야 하는데 겉은 서구적이요 속은 동양적이었다. 겉과 속이 함께 가야 더욱 아름답고 빛이 난다. 어느 환경 속에서도 잘 적응이 될 줄 알아야 하는데 마담은 그러하지 못했다. 귀걸이를 할 만큼 서구적이라면 손님을 살갑게 잘 대하는 것도 서구적이었더라면 다방의 손님은 더욱 많았을 것이고 좋은 분위기를 만들어 내었을 것이다.
‘아네모네’는 지중해 연안의 관상용 식물이다. 3-4월에 7,8개의 꽃줄기가 자라 그 끝에서 빨강, 하양, 노랑, 분홍 등의 꽃이 핀다. 아네모네 꽃은 지중해 연안의 꽃이기 때문에 우리나라 환경에 적응을 못하는 꽃이다. 여러 가지 면에서 내적인 아름다움을 나타내는 것은 참 좋은 것이다. 하지만 겉과 속이 함께 적응을 못하면 빛을 보지 못한다. 겉과 속이 함께 아름다워지도록 갈고 닦아나가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