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은 조화다

2014.03.26 11:55:00

우리 학교에는 자랑할 만한 것이 세 가지가 있다. 하나는 소나무 숲이고 또 하나는 새이고 다른 하나는 꽃이다. 기숙사 문을 열면 학교 뒷산에서는 새들이 합창을 한다. 청아한 새소리가 너무 듣기가 아름답고 곱다. 이런 합창을 들어보기가 어렵다. 꾸민 것도 없고 틀린 것도 없다. 어색한 것도 없고 자연스럽다. 아침에 신선한 공기를 마시며 새들이 합창하는 것을 들을 수 있는 것은 복 중의 복이다.

학교 뒷산에는 소나무가 참 많다. 학교 안에도 많다. 우리 학교 교목도 소나무다. 소나무가 긴 겨울에도 푸른 기운이 감돈다. 언제나 소망을 주고 희망을 준다. 언제나 꿈을 갖게 하고 흔들리지 않게 한다. 때가 되니 소나무는 봄소식을 알린다. 소나무 사이로 핀 진달래꽃은 너무 아름답고 화려하다. 소나무가 가슴 속에 품어 주었기에 감사하다는 뜻으로 소나무 품 사이로 아름다운 자태를 뽐낸다. 그래도 소나무는 말을 하지 않는다. 당연히 한 것뿐이라는 것으로 본래의 모습만 나타낸다.

또 우리 학교에는 꽃들이 많다. 지금은 봄에 걸맞는 꽃이 많이 피어 있다. 대표적인 꽃이 노란 개나리꽃이다. 학교 빙 둘러 핀 개나리꽃은 봄 잔치를 베풀려고 하는 것 같다. 또 예쁜 목련꽃이 피었다. 짧은 시간 내 아름다운 꽃을 피우기 위해 1년을 기다렸다. 중년의 꽃답게 품위가 우아하다. 보면 볼수록 아름답다. 말을 걸고 싶다. 쳐다보고 싶다. 오래 간직하고 싶다.그 자리에 머물고 싶다.

또 겨울을 이겨내고 승리를 자축하는 꽃이 있으니 그게 바로 동백이다. 붉은 동백꽃은 볼수록 신기하다. 긴 겨울을 이겨낸 승리를 상징하는 꽃이 동백꽃이다. 붉은 동백꽃은 이곳저곳에서 고개를 내밀고 환한 웃음을 짓는다. 승리하는 자에게 걸어주는 꽃이 동백꽃이다. 인내하는 자에게 주어진 꽃이다. 보다 세련되고 완전한 사람이 되라는 격려를 해주고 있다.

또 이름 모를 봄꽃들이 여기저기 피어있다. 봄에 핀 꽃이라 더욱 생기가 넘친다. 옹기종기 모여 핀 꽃이 순진한 어린애 같다. 볼을 만져보고 싶고 비비고 싶다. 보고 나면 또 보고 싶다. 벚꽃은 봄을 축하할 준비를 하고 있다. 머지않아 벚꽃이 만개할 것 같다. 학생들은 춤을 추고 노래하고 가슴 속에 오래 간직하고 싶어 하겠다.

이런 것들을 보면서 머릿속에 스쳐가는 것이 있다. 교육은 조화라는 것이다. 새들의 합창은 듣는 이로 하여금 유쾌하게 하고 상쾌하게 하고 행복을 더해준다. 새들이 자연스럽게 노래를 하니 조화가 아름다운 것이다. 자연스럽지 못하면 어색하다. 조화를 깨뜨리고 만다. 다투지도 않는다. 적절한 시간에 노래한다. 타이밍을 놓치지 않는다. 그것도 아름다운 꽃이 피고 푸른 소나무들이 무대가 되어주니 마음 놓고 노래를 한다. 그러니 노래가 더욱 어울린다. 아름답게 들린다. 들어도 들어도 짜증스럽지 않다. 또 귀를 기울인다.

봄을 만들어 내는 것은 새들만 있어도 안 된다. 새들이 합창을 하기 위한 무대가 있어야 한다. 그게 바로 산이다. 소나무 숲이 우거진 산이다. 그것도 학교를 바라보고 있는 산이다. 그들을 바라보는 이들이 있는 곳에서 노래를 해야 그 노래가 값이 나고 빛이 난다.

노래가 더욱 빛을 보려면 화려한 꽃들이 아름다움을 함께 뽐내주어야 노래는 더욱 빛난다. 화려한 꽃이 바로 우리 학생들이고 선생님이다. 학생들이 있고 선생님들이 있고 교직원이 함께 있으므로 새들의 합창은 더욱 아름답게 들리는 것이다. 최우수상을 받고도 남는 것이다.

우리 학교에 근무하는 선생님이나 학생들, 그리고 교직원은 행복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런 아름다운 자연이 주는 혜택을 입으면서 근무를 하니 기뻐하지 않으 수 없다. 아침에 새소리를 들으며 출근하시는 선생님을 보면 절로 엔돌핀이 나오고 흐뭇해진다. 학생들이 학교식당에서 아침식사를 하고 아침 수업을 준비하는 모습을 보면 절로 행복해진다. 교육은 조화다.
문곤섭 전 울산외국어고등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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