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같은 선생님

2014.03.27 18:14:00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라 봄은 왔지만 봄 같지가 않다. 봄이면 봄이냐? 봄다워야 봄이지. 봄다워지려면 풀이 있어야 하고 꽃이 있어야 한다. 우리 학교에는 어느 구석에도 풀이 있고 꽃이 있다. 꽃이 있는 학교는 좋은 학교다. 사시사철 꽃이 피는 학교는 더 좋은 학교다. 학교를 둘러보면 눈에 띄는 꽃 중의 하나가 노란 산유화다. 지금은 나무 전체가 노란 모양만 하고 있다. 봄이 되면 어느 꽃보다 먼저 피는 꽃이다. 학교를 둘러보면 노란 꽃이 곳곳에 선을 보이고 있다.

김소월의 시 ‘산유화’는 봄에 더욱 아름답다. 더욱 향기를 날린다. ‘산에는 꽃 피네/꽃이 피네./갈 봄 여름 없이/꽃이 피네.//산에/산에./ 피는 꽃은 저만치 혼자서 피어 있네.// 이 아름다운 산유화가 우리 학교 여기 저기 피어있는 것을 볼 수 있으니 얼마나 좋으랴!

봄에 피는 꽃들 중에 일찍 피는 꽃을 볼 수 없는 것들도 있다. 매화다. 매화는 언제나 벚꽃보다 먼저 피면서 벚꽃을 생각나게 하고 벚꽃을 기다리게 한다. 또 매화와 닮은 꽃이 살구꽃이다. 아니 흡사 벚꽃인양 착각을 한다. 화사하고 화려하기가 그지없다. 볼 때마다 아름답다. 자연스럽게 나무에 서서 사진을 찍게 된다. 아름다움을 공유한다.

이 아름다운 꽃들을 보면서 봄을 노래하는 이들은 행복한 사람이다. 행복한 학생이고 행복한 선생님이다. 꽃을 보면 감정이 풍부해지고 정서가 풍성해진다. 봄에 피는 꽃은 언제나 좋다. 특히 일찍 피는 꽃은 더 좋다. 저만치 혼자서 외롭게 피어 있어도 메마른 사람을 감동시키는 데는 최고다. 그래서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란 말은 어울리지 않는다.

땅에서 돋아나는 풀들을 보면 신선함을 느낀다. 신비함을 느낀다. 새 기운을 얻는다. 새 맛을 맛본다. 푸른 꿈을 가진다. 부푼 꿈을 품는다. 세계를 향한 꿈을 가진다. 푸른 풀들을 보면 병이 든 사람은 병석에서 벌떡 일어나게 된다. 자연이 생기를 얻는데 하물며 최고의 사람이 생기를 얻지 못하면 말이 안 된다. 푸른 새싹들을 보면서 사람들이 먼저 샘솟듯 새 힘을 얻는 때가 바로 이맘때다. 이런 아름다운 봄을 맞이하면서 힘을 얻지 못하면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 되고 만다.

학생들은 봄이고 선생님도 봄이다. 선생님 중에는 개나리 선생님도 보인다. 개나리와 같은 노란 옷을 입은 것을 보면 봄이 왔다. 정서적인 봄이 왔다. 따뜻한 봄이 왔다. 희망찬 봄이 왔다. 특히 남선생님보다 여선생님에게 봄이 빨리 오는 것 같다. 봄이 봄 같음을 느낄 수가 있다.

선생님이 겨울이 되면 안 된다. 과거를 되돌아보는 겨울 같은 선생님, 넋두리만 하는 얼어붙은 선생님, 신세타령만 하는 타령선생님은 모두 겨울 같은 선생님이다. 너무 앞서가는 것도 좋은 것이 아니다. 봄이면 봄에 맞는 선생님이면 가장 좋다. 희망이 가득찬 봄다운 선생님, 생기가 돋는 의욕적인 선생님, 열정이 가득 찬 희망찬 선생님, 신학기를 새롭게 준비하고 나아가는 설렘과 기대의 선생님, 새 세상을 그리면서 힘차게 나아가는 전진형 선생님, 새들과 함께 아름다운 노래를 부르는 감성의 선생님은 봄과 같은 선생님이다. 학생들을 잘 가르치기 위해 열심히 교재 연구를 하시는 지성형 선생님은 봄의 선생님이다. 지금은 봄과 같은 선생님이 좋다.

병이 드신 부모님 생각, 힘들어하는 아내 생각, 병든 자녀의 생각, 자식의 대학 진학 생각, 앞날의 자식 취업 생각, 내일에 대한 염려, 걱정을 하면 봄을 놓치기 쉽다. 꽃샘추위 같은 겨울이 또 찾아온다. 그러면 아름다운 봄은 놓치고 만다.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라는 소리를 하게 된다. 풀이 보이지 않고 꽃도 보이지 않는다. 새도 보이지 않고 새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푸른 하늘도 보이지 않고 봄비가 미워 보인다.

선생님은 봄이다. 봄 같은 선생님은 행복하다. 꿈이 있고 미래가 있기 때문이다. 희망이 있고 기대가 있기 때문이다. 생기가 돌고 새 기운이 넘쳐나기 때문이다. 봄이 봄 같도록 정서적인 봄을 만들 뿐만 아니라 냉혹한 현실적인 봄을 잘 극복해 가는 조화형 선생님이 되면 참 좋겠다.
문곤섭 전 울산외국어고등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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