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의 힘

2014.04.08 13:43:00

4월은 벚꽃의 계절이다. 지난 토요일 경주에 갈 일이 있었는데 경주 천지가 벚꽃으로 장식하고 있었다. 차로에는 팝콘처럼 벚꽃이 잔치를 벌이고 있었다. 많은 사람들을 불러 모았다. 벚꽃의 힘을 느낄 수 있었다. 벚꽃이 전국 곳곳의 수많은 사람들을 불러 모았다. 많은 차들이 주차할 곳이 없을 정도로 모여 들었다. 정상적인 속도를 낼 수 없었다. 명절의 정체를 실감케 했다. 그래도 기분이 좋았다. 아름다운 벚꽃 때문이다. 그리고 벚꽃 같은 두 외손녀 때문이었다.

벚꽃의 힘은 대단했다. 사람을 모을 수 있는 힘, 이 힘은 아무나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 선생님들은 벚꽃 같은 학생들 속에 있으면서도 학생들을 끌어 모을 수 있는 힘이 없다. 벚꽃보다 몇 배로 노력하고 힘을 들여도 되지 않는다. 하지만 벚꽃은 노력도 하지 않고 말도 하지 않아도 많은 사람들을 불러 모으는 힘이 있었다. 이런 힘이 어디에서 올까? 아름다움에서 왔다.

아름다움은 사람을 불러들인다. 외적인 아름다움과 내적인 아름다움이 있다. 벚꽃은 모두를 다 지녔다. 가까이서 봐도 아름답고 멀리서 봐도 아름답다. 그런데 사람들에게는 왜 벚꽃만큼 힘을 발휘하지 못할까? 외적인 아름다움은 있어도 내적인 아름다움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내적, 외적 아름다움이 있다면 벚꽃처럼 사람들이 몰려 올 수 있는 힘을 가질 수 있을 것 같다.

아름다움뿐만 아니라 향기를 지녔기 때문이다. 은은한 향기, 신선한 향기, 따뜻한 향기를 선사하기 때문에 사람들은 벚꽃으로 모여 든다. 향기 없는 꽃은 꽃이 아니다. 향기가 없으면 벌도 나비도 날아오지 않는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향기가 아니고 사람이 싫어하는 냄새가 난다면 가까이 오지 않고 멀리한다. 기억도 하지 않는다. 바라보지도 않는다. 향기 나는 꽃은 언제나 기억한다. 그리워한다. 향기 나는 선생님은 학생들이 참 좋아할 것 같다. 아름다움뿐만 아니라 향기까지 지니면 학생들이 따르고 모여 들겠다.

벚꽃의 힘은 또 하나 있다. 정교한 매커니즘이다. 개화 매커니즘을 지니고 있다. 벚꽃은 봄 외에는 피지 않는다. 비슷한 온도를 가진 가을에도 피지 않는다. 오직 봄에만 핀다. 벚꽃이 갖는 정교한 매커니즘 때문이다. 최적의 조건, 최적의 환경을 알아내는 힘이 정말 돋보인다. 우리도 벚꽃처럼 정교한 매커니즘을 가지면 학생들이 좋아할 것 같다. 학생들이 언제 가장 선생님을 좋아할까? 어떤 수업을 어떻게 할 때 학생들은 매력에 빠질까? 수업 매커니즘을 가지면 학생들은 좋아할 것 같다. 학생들의 상태를 감지하는 능력을 가지면 학생들은 선생님들에게 몰려오고 관심을 가지고 좋아할 것 같다.

벚꽃의 힘은 감수성이 풍부함에 있다. 찾아오는 이에게 절대로 울지 않는다. 찡그리지 않는다. 언제나 환하게 웃는다. 밝고 빛나게 웃는다. 낮에 찾아오는 이에게는 반짝이는 햇살과 함께 웃고 밤에 찾아오는 이에게는 밤하늘의 달빛과 별빛과 함께 환하게 웃는다. 구름이 많이 낀 날에 찾아오는 이에게는 은은한 은빛으로 웃기도 하고 바람이 불 때면 함께 춤을 추며 웃는다. 비가 올 때면 비와 함께 떨어져 내리면서 웃는다. 땅을 쳐다보는 이에게는 땅에 떨어져서도 웃는다. 정말 웃는 얼굴에 침 뱉지 못하듯이 벚꽃을 보면서 침을 뱉지 못한다. 함께 추억을 남기기 위해 사진을 찍는다. 즐거운 모양새를 하면서 추억을 만든다.

벚꽃의 힘은 인내력이다. 추운 겨울에도 잘 참아내었다. ‘나 죽지 않았어. 나 지금까지 살고 있었어. 모습을 감추긴 했어도 난 건재했어. 많은 이들이 관심 없이 잊어버릴 때도 낙심하지 않고 인내하며 잘 이겨 내었어’ 하고 찾아오는 이들에게 말하고 있다. 환하게 웃으면서 말이다.

우리 학교에 자랑 중의 하나가 벚꽃의 만개다. 벚꽃의 향연에 초대되었는데 시간이 없다고, 바쁘다고 거절하지 말고 시간 내어 학교를 돌면서 벚꽃의 힘을 느껴보면 어떨까 싶다.
문곤섭 전 울산외국어고등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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