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를 해보니

2014.05.27 15:51:00

뻐꾸기의 뻐꾹, 뻐꾹 우는 소리가 들린다. 계속해서 들린다. 숲속의 학교이기 때문이다. 새소리 들을 수 있는 학교에서 근무를 한다는 건 행복이 아닐 수 없다. 시내에 자리 잡은 학교보다 변두리에 있어 출근하기가 힘들지만 얻는 것도 있어 참 좋다. 이런 아침에 옛 스승의 한시(漢詩)를 접하게 되니 더욱 좋다.

이 스승은 18세기의 역사학자인 안종복 선생님이다. 한시 제목은 ‘공부를 해보니’이다. “공부는 넓게 하는 것이 좋지만/ 중심을 지키는 것이 더 중요하지,/ 온종일 남의 돈을 세어 본댔자/ 한 푼도 내 것이 되지는 않고/ 바가지를 들고 문전걸식 해봤자/ 제 배 하나도 채우지 못하지/ 재주 있다 하여 너무 멀리 나가다간/ 이룬 것 없는 백발이 되고 마네./ 후배들에게 부탁의 말 전하노리/ 나 같은 늙은이는 본받지 말라./”

“젊은 학자가 당대의 큰 학자를 찾아와 존경을 표하고 배우기를 청했다. 그 동안 공부한 과정을 들어보니 의욕도 있고 장래도 촉망이 되는 젊이 젊은이다. 자신의 젊은 시절을 보는 듯해 황덕길인 젊은이에게 나이 들어 깨달은 것은 이야기해 준 내용이다.
우리에게 깨우쳐 주는 교훈이 있다. 먼저 공부는 넓게 하는 것보다 중심을 지키는 것이 좋음을 가르쳐준다. 중심을 지키는 교육은 무엇일까? 기본교육이다. 기본이 바로 서지 못하
고 뿌리가 바로 박히지 못하면 중심을 잃고 넘어지고 만다.

또 중심을 지키는 교육은 폭넓게 공부하는 것도 좋지만 좁고 깊게 하라는 말이다. 깊이 있는 공부를 하지 않으면 자기의 것이 아무것도 없게 된다. 그러니 자신이 갖고 있는 중심되는 지식이 하나도 없게 된다. 그리고 중심을 지키는 교육은 균형잡힌 교육이다. 학생들이 기본적으로 배워서 익혀야 할 학력과 인성의 두 영역이 고루 교육되어져야 한다. 하나라도 잃게 되면 지도자가 될 수 없고 리더가 될 수 없다.

또 우리에게 주는 교훈이 노력이 있어야 함을 가르쳐 주고 있다. 노력 없이는 아무것도 얻을 수가 없다. 꾸준한 노력이 있어야 발전이 있을 수 있다. 가난에서 면할 수 있고 배고픔에서 벗어날 수 있다. 노력이 있어야 배움이 있게 되고 배움을 응용해서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다. 남의 공부 부러워만 하면서 자기는 공부하지 않으면 얻는 것이 있을 수 없다. 남의 공부 부러워할 것이 아니라 남이 나의 공부를 부러워할 수 있도록 노력이 가미되어야 할 것 같다.

또 우리에게 가르쳐 주는 것은 재능을 자랑하지 말라는 것이다. 재주가 좋고 재능이 뛰어난 것 남에게 자랑하고 어깨에 힘을 주면서 남에게 도움을 주지 못하고 좋은 영향을 끼치지 못하면, 젊을 때는 좋을지 몰라도 나중에 늙어 백발이 되면 남는 것은 아무것도 없게 된다. 재주가 있고 재능이 있으면 그것을 통해 많이 이들에게 유익을 던져 주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고 자기만을 위한 것으로 사용하였다면 얼마나 후회스럽겠나?

가르치는 재능이 있으면 학생들을 잘 가르쳐야 하고, 학생들을 바르게 이끄는 능력이 있으면 학생들을 바른 길로 잘 이끌어야 하며, 기술이 뛰어나면 학생들에게 기술을 잘 전수해야 하며, 예체능이 뛰어나면 예체능의 자질을 계발시켜 주어야 하고, 잠재능력이 무한 발휘될 수 있도록 잘 지도해야 보람을 느끼고 나중에 후회함이 없을 것이다. 지은이는 늙어서 후회하고 있다. 자기 뒤를 이어서 공부하는 이들에게 후회하지 않도록 가르쳐 준 내용을 귀담아 듣고  늙어서 나를 닮지 말라고 말하기보다 나를 닮으라는 이가 많이 나오면 좋겠다.
문곤섭 전 울산외국어고등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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