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해지려면

2014.06.05 14:06:00

보슬비가 부슬부슬 내리고 있다. 비가 좀 많이 내리면 좋겠다. 갈증을 느끼는 나무, 잔디, 풀 등 갖가지 식물들이 흠뻑 마실 수 있게 말이다.

우리 학교를 다녀가는 사람들은 이구동성으로 학교가 좋다고 한다. 산 중턱에 자리 잡고 있으니 좋을 수밖에 없다. 확 트인 시야가 일품이다. 전망이 이렇게 좋은 곳은 찾기가 드물다. 뒤에는 푸른 산들이 병풍처럼 둘러싸여 있다. 새들의 아름다운 소리가 귀를 새롭게 만든다.

자연을 좋아하는 사람은 우리 학교와 같은 곳에서 근무하면 자연과 같은 사람이 될 수 있겠다. 宿山家(숙산가-산골 집에 묵다)라는 한시를 접했다. 자연의 시를 접하면 목마른 사슴이 시냇물 찾는 것처럼 기쁨에 빠지게 된다.

“밤 되어 유인(幽人)의 집에 묵으니 속세 사람은 마음 한결 맑아지네. 문 앞에는 계곡물 추녀 끝에는 푸른 봉우리 국화 곁에서 지조를 지키고 거문고에 여유로움 실려 있네. 솔바람은 다 알고 있는지 외로운 노래에 화답하며 불어오네.”

행인이 밤 되어 산골 집에 묵을 수 있다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산속에 거닐다 컴컴한 밤이 되면 짐승소리가 들리고 귀신소리가 들리고 공포가 밀려오게 되어 있다. 이럴 때 따뜻하게 다가오는 산골 집이 있어 하루를 묵을 수 있다면 얼마나 행복하겠는가? 감사가 절로 나오고 노래가 절로 나올 것이다.

이 시는 지은이가 밤에 산골 집에 묵으면서 느끼는 감회를 시로 나타내었고 노래를 하게 되었다. 이 시를 읽어보면 행복에 젖어 있음을 알 수 있다. 행복해지기 위한 환경은 어떠해야 하는지도 보여준다.

지은이가 행복에 젖은 이유는 조용하고 고요한 자연 속의 집을 만났기 때문이다. 깊은 산골이니 산골 집은 자연에 동화되어 있었고 너무나 자연스러웠다. 거기에 사는 주인도, 안주인도 자녀들도 모두 자연에 동화되었다. 조금도 때 묻지 않았고 세상에 물들지 않았다. 꾸밀 줄도 모르고 외모에 관심도 없다. 세상 돌아가는 것도 모른다. 산 속에서 새소리 듣고 물소리 들으며 푸른 나무 보며, 푸른 하늘 바라보며 마음 편하게 살아간다.

지은이는 하루 묵고 가면서도 마음 한결 맑아지는 것을 느꼈다. 자연의 마음 세탁 능력은 탁월하다. 복잡하고 더럽고 심란한 마음을 깨끗하게 해주는 것은 자연밖에 없다. 자연 사랑이 바로 자신을 깨끗하게 해주고 마음을 맑게 해주며 새로운 힘을 준다.

또 지은이가 행복에 젖은 이유는 문 앞에 흐르는 계곡물 때문이다. 맑고 깨끗한 물이 졸졸졸 흐르는 것 보니 마음이 절로 맑아지고 행복과 기쁨이 샘솟듯 솟게 된다. 집 앞에 흐르는 물이 있는 집은 잘 없다. 이런 집이 정말 아름답다. 이런 집에서 살면 절로 깨끗한 삶을 살 수 있다. 흐르는 물을 보면서 여러 가지를 배우게 될 것이다.

고인 물은 썩지만 흐르는 물은 썩지 않는다. 흐르는 물은 언제나 위에서 아래로 흐른다. 역류하지 않는다. 거스르지 않는다. 결국에는 가장 낮은 곳에서 강을 이루고 바다를 이룬다. 깨끗함도 배우고 부지런함도 배우며 겸손도 배우고 순리도 배운다. 그러면 삶이 윤택해지고 기름지게 된다.

지은이가 행복에 젖은 이유는 추녀 끝에는 푸른 봉우리가 보이기 때문이다. 지붕을 쳐다보면 보이는 것은 싱그러움뿐이다. 희망뿐이다. 늘 생기가 넘친다. 희망이 있으면 행복해진다. 꿈이 있으면 즐거움이 넘친다. 활력을 되찾게 된다.

지은이가 행복은 젖은 이유는 국화의 지조를 보았기 때문이다. 사시사철 꽃을 보면서 꽃처럼 아름다움을 배우고 꽃이 지닌 미덕을 본받을 수 있어 참 좋다. 그러니 마음에 기쁨을 얻게 되고 행복을 누리게 된다.

또 지은이는 거문고를 보고 여유로움을 찾았다. 산 속의 주인은 시간이 나면 거문고를 타면서 여유를 찾았다. 자연과 함께, 새들과 시냇물과 솔소리와 함께 노래를 하였다. 얼마나 멋지고 아름다우냐?
문곤섭 전 울산외국어고등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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