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 같은 선생님(3)

2014.06.16 15:27:00

안개가 오늘 아침만큼 많이 낀 것을 본 적이 없다. 갈수록 날씨가 심상찮다. 엊그제는 용오름 현상까지 일어났다. 오늘 아침 뉴스에는 우박으로 인해 농작물에 많은 피해를 주었다. 자연스럽지 못한 현상은 많은 사람들을 불안하게 만든다. 자연의 질서를 거스르는 일은 하지 않아야 할 것 같다.

성인(聖人)의 삶은 늘 외롭다. 보통 사람들이 걸어가는 길과는 다른 길을 걸어야 하기 때문이다. 성인은 욕심을 없애는 삶을 살았다. 늘 욕심이 있으면 가장자리만 본다. 도덕경 1장에 나오는 말이다. 늘 욕심이 없으면 그 묘함을 본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욕심으로 꽉 찼다. 욕심도 버리고 탐욕도 버리고 욕망도 버려야 제대로 삶다운 삶을 살 수 있다.

성인은 자연스럽게 일을 능숙하게 처리하고 말이 없이 가르침에 따른다. 선생님들에게 일이 너무 많다. 가르치고 연구하는 일만 해도 태산과 같다. 이것뿐만이 아니다. 그 외의 일들 소위 잡무라는 것이 더 많다. 그래도 불평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일을 잘 처리할 뿐 아니라 말없이 일을 잘 마무리한다. 성인 같은 삶이다.

성인은 공을 이룬다. 하지만 공(功) 속에 살지 않는다. 공을 위해 일을 하면 일의 능률이 오르지 않는다. 일을 하다 보면 공을 쌓게 되지만 공 속에 대접을 받고 인정을 받으면서 살지 않는다. 그래서 선생님은 존경을 받을 분이고 평생 잊혀지지 않는 인물이다.

성인은 어떠한 경우에도 다투지 않고 얻기 어려운 재화를 귀하게 여기지 않는다. 다투기를 좋아하는 것은 결국 욕심에서 시작됨을 알고 미리 다 내려놓으니 싸울 일이 없다. 그러니 공동체의 분위기는 평화롭다. 호수처럼 잔잔하다. 얻기 어려운 재화를 귀하게 여기면 여기에 목숨을 건다. 하지만 재화를 귀하게 여기지 않기 때문에 목숨을 걸지 않는다. 오직 학생들을 귀하게 여기기 때문에 학생들에게 목숨을 건다. 이런 고귀한 분들이 바로 성인 같은 선생님이다.

성인은 아무리 퍼내어 써도 고갈되지 않는 샘물 같다. 마음은 그윽하고 깨끗하다. 수정같이 맑고 또 맑다. 늘 속은 텅 비어있다. 창을 내고 문을 내어 방을 만들어도 공간이 비어있지 않으면 방이 될 수 없다. 방으로서의 구실은 채워지지 않는 빈 공간이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

늘 비어있는 것 같아도 할 일은 다한다. 나누어줄 것 다 나누어주고, 베풀 것 다 베푼다. 그래도 궁하지 않고 늘 풍족하다. 만물의 으뜸이다. 성격이 날카로운 자를 무디게 하기도 하고 여러 가지 문제로 얽혀 있는 이들을 풀어준다. 그들의 삶은 늘 샛별처럼 빛난다.

성인은 풍로와 같다. 옛날 풍로를 보면 속이 늘 비어 있지만 돌리기만 하면 바람을 일으킨다. 속이 비어 있는데도 활동만 하면 자신의 사명을 잘 감당한다. 움직이면 움직일수록 더욱 빛난다. 선생님은 풍로가 같은 존재다. 속에 아무런 욕심도 없다. 남이 볼 때 별로 빛이 나지 않는다. 평범한 사람과 다를 바가 없다. 오히려 못해 보인다.

하지만 학생 앞에 서면 선생님은 엄청난 힘을 발휘한다. 학생들의 눈은 선생님의 입과 손과 발에 모두 가 있다. 선생님의 말씀에 귀를 기울인다. 말씀 속에서 나오는 금과 은처럼 귀한 것들이 쏟아져 나오니 그것을 머릿속과 가슴속에 담기에 바쁘다. 50분의 긴 시간을 사용해도 막힘이 없다. 샘물처럼 전문적인 지식이 술술 나온다.

빈 구멍 속에서 소리가 나와 묘한 음률을 일으키는 피리와 같은 존재가 바로 성인이요, 선생님이다. 아무리 피리를 보아도 속에는 아무것도 없다. 구멍만 뚫려 있다. 그래도 불기만 하면 아름다운 음악을 만들어낸다. 이런 신비한 힘을 가진 이가 바로 선생님이다.

성인은 사사로운 데 관심이 없다. 선생님의 생명이 긴 것은 사사로운 데 관심을 두지 않기 때문이다. 재물에도 관심이 없고, 정치에도 관심이 없다. 사업에도 관심이 없고 오직 학생들에게만 관심을 집중시키니 하늘과 땅처럼 장구하다.
문곤섭 전 울산외국어고등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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