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 같은 선생님 (7)

2014.06.27 13:53:00

하늘이 흐림은 마음을 따라 흐리게 만든다. 날씨가 사람의 마음을 좌지우지한다. 사람의 마음이 하루에도 열두 번 변하는 것은 날씨가 하루에 열두 번 변하는 것과 같은 것이다. 마음이 흐릴 때 배우고 생각함은 자신을 위태로움에서 면하게 하고 새로운 것을 얻게 된다.

성인은 배우고 생각함이 남달라 작고 묘한 것까지 다 통달하였다. 보통 사람들은 배움이 짧거나 생각이 짧아 작고 묘한 것까지 다 통달하지 못하지만 성인은 남다르다. 시간만 나면 배우고 시간만 나면 생각하며 옮겨 적는다.

선생님과 학생들의 배움의 태도가 이러하면 작고 묘한 것까지 다 통달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교학상장이라 가르치고 배우면서 함께 성장하기에 선생님도 학생들도 배우고 가르침에 열심이다. 자신을 성장하게 함이 얼마나 이로운고?

성인은 늘 신중한 태도를 지닌다. 태도는 참 중요하다. 태도가 행동을 결정하고 좋은 결과를 가져온다. 태도를 지니되 늘 신중한 태도가 자신을 알차게 만든다. 위험에서 보호를 만든다. 돌다리도 두드려가면서 건넌다. 겨울에 살얼음판을 걸을 때 얼마나 조심하는가? 엄청 긴장을 하고 조심을 한다. 신중에 신중을 거듭한다. 매사의 일을 그렇게 하니 실수가 없다.

어떤 이들은 성인을 보고 답답해한다. 왜 그리 머뭇거리느냐고? 무슨 일을 해도 어린 아이같이 조심성 있는 것은 한편으로 머뭇거리는 것처럼 답답할지 모르나 일을 잘못 저지르고 나서 후회하는 것보다 몇 배나 더 낫다.

또 어떤 이들은 성인이 어찌 그리 어린애처럼 겁이 많고 두려워해서 되겠냐고? 하지만 사방 모든 것을 경계하듯이 철저를 기하는 것은 화를 막을 수 있고 실수를 막을 수 있고 실패를 줄일 수 있다.

성인은 의젓하고 엄숙하다. 의젓하고 엄숙한 모습을 지닌 이들을 보면 성인 같다는 느낌을 받는다. 의젓하고 엄숙한 모습은 주로 손님으로 청을 받았을 때 보이는 모습이다. 초대받는 손님은 늘 우아한 모습, 부드러운 모습, 의젓한 모습을 지닌다. 부드러운 모습을 보면 봄날에 얼음이 녹아 풀리는 듯함을 연상하게 된다.

성인의 모습은 어린애 모습 같다. 부드러운 모습도 그렇고 우아한 모습도 그렇다. 성인의 모습을 지니고 싶다. 어린애의 모습을 그리면 된다. 순진한 모습도 그렇다. 어린애는 나들이를 할 때 가장 아름다운 옷을 입고 나간다. 어린 딸은 자기가 볼 때 드레스가 가장 아름다워 보여 항상 아름다운 드레스를 입고 나간다. 불편해도 상관하지 않는다. 부모가 더 좋은 옷 입으라고 해도 그렇게 하지 않는다. 애들의 눈에 가장 아름답게 느껴지면 꼭 그것 입고 나가려 한다.

성인은 꾸밈이 없다. 외모에 관심이 없다. 외모보다 내용에 관심이 많다. 성인의 외모는 항상 막 베어낸 통나무 같다. 통나무는 아무런 감동이 없다. 누구의 눈길도 받지 못한다. 하지만 재목으로 쓰이고 땔감으로 쓰이고 필요에 따라 여러 가지 형태로 사용된다. 아무리 가난해도 먹을 것이 없고 입을 것이 없고 잘 곳이 없어도 비싼 가방을 누가 선물하면 눈이 번쩍 뜨인다. 이런 허식을 좋아하지 않는 이가 바로 성인이다.

성인은 마음이 시원스럽게 트였다. 시원하게 트인 골짜기와 같다. 시원하게 뚫린 고속도로와 같다. 시원한 펼쳐진 평야와 같다. 시원하게 전개되는 푸른 바다와 같다. 이런 시원한 마음을 가졌으니 대화가 통한다. 성인을 대하면 가슴이 뻥 뚫리는 느낌이다. 마음이 시원하게 트인 성인 같은 선생님을 만나는 학생들은 마음이 편하다. 모든 문제가 풀린다.

성인은 모든 것을 포용하여 시비를 가리지 않는다. 시시비비를 좋아하는 좁은 사람이 아니다. 성인의 포용력은 흙탕물과 같은 사람들은 고요히 안정시켜 서서히 맑게 한다. 이런 정화작용을 우리 선생님이 한다. 시시비비를 가리는 재판장이 아니라 스스로 문제를 발견하고 해결하도록 이끌어준다.  

성인은 늘 빈 그릇이지만 가득 채우려 하지 않는다. 필요한 것만큼만 채운다. 쓰고 나면 채우고 모자라면 채운다. 그래야 그릇다운 그릇이 된다. 깨끗한 그릇이 된다. 그릇에 오래 채우고 남으면 냉장고에서 보관하게 된다. 이것은 새로 채우는 것 하고는 신선도면에서 너무 차이가 난다. 늘 빈 그릇이 되어 있으면 새로운 것을 채우게 된다. 새것 채우고 필요한 것 채우니 사람들이 더 많이 찾는다.
문곤섭 전 울산외국어고등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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