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여름에 시원한 바람은 쾌감을 더한다. 새들이 공중을 날고 노래를 부르면 행복이 바로 저런 것임을 알게 된다. 모든 식물은 물의 공급을 힘입어 힘차게 자란다. 꿈과 희망이 어떠한 것임을 몸소 가르쳐준다. 말로 아니라 행동으로 보여준다. 옆으로 보아도 산이고 소나무 숲이다. 뒤로 보아도 그렇다. 싱그러움의 참맛을 느끼면서 하루를 시작하게 하니 감사가 절로 나온다. 자연의 힘은 대단하다.
도덕경을 처음부터 다시 보게 된다. 보통 두 번 보는 책이 잘 없다. 그런데 도덕경을 다시 보게 되는 것은 많은 것을 가르쳐 주기 때문이다. 도덕경에는 성인의 삶, 우리 선생님들의 삶이 어떠해야 하는지를 잘 가르쳐 주고 있어 더욱 정이 간다.
성인(聖人)의 삶이 곧 자연의 삶이다. 천지자연은 만물을 활동하게 한다. 그런데도 그 노고를 아끼지 않는다. 남을 위해 활동을 그치지 않는다. 수고도 아끼지 않는다. 최선을 다한다. 자연은 만물을 생육한다. 그러면서도 소유하지 않는다. 만물을 자라게 했으면 만물이 다 자기의 것으로 여겨도 아무도 말하지 않는다. 그래도 자연은 소유하지 않는다. 성인도 그러하다. 성인은 늘 어렵게 산다. 하지만 소유하는 것에 집착하지 않는다.
성인은 많은 사람들을 살리는 일, 바른 길로 이끄는 길, 잘 자라게 하는 일에 열중하면서도 자기의 것으로 여기지 않는다. 우리 선생님도 마찬가지다. 선생님이 학생들을 잘 자라게 하면서 나중에 훌륭한 사람이 되면 내가 가르친 제자라 하면서 생색내고 자랑하고 나의 것으로 여기는 이는 아무도 없다.
만물을 활동하게 하고 만물이 생육하게 했으면 자기의 공을 내세울 만하다. 하지만 자연은 절대로 자기의 공을 나타내지 않는다. 자랑하지 않는다. 말을 하지 않는다. 아무리 말해라 해도 하지 않는다. 오직 새들이 말한다. 짐승들이 대신 말해준다. 아무 말을 하지 않아도 모든 만물은 자연의 고마움에 고개를 숙인다. 모든 만물이 자연과 더불어 살아간다.
성인의 삶이 이러할 뿐 아니라 선생님의 삶도 그러하다. 선생님은 아무리 열정을 가지고 학생들이 잘 성장하도록 돌봐도 생색을 내지 않고 뽐내지도 않는다. 그야말로 밤하늘의 별과 같이 빛나는 삶을 살고 있다.
성인은 마음을 항상 비운다. 마음을 비우는 사람은 채울 것이 많은 공간을 확보해 두기 때문에 필요할 때마다 채우게 되고 풍성하게 된다. 욕심을 채우는 이는 가득 차 있는데도 더 채우려고 한다. 그러니 넘쳐서 낭비하게 되고 채울 그릇이 없어 있는 것도 못 누리게 되고 적절하게 활용하지 못하게 된다.
성인은 연못과 같은 마음을 가지고 있다. 마음이 연못처럼 깊다. 마음이 넓다. 마음이 고요하다. 마음이 심오하다. 연못과 같은 잔잔한 마음을 가지면 자연스럽게 삶이 평온해진다. 부드러워진다. 평화로워진다. 사랑이 보인다. 바른 길이 보인다. 행복이 보인다.
성인은 언제나 자신을 갈고 닦는다. 자신을 불행하게 만드는 것도 바로 자신의 마음이고, 자신을 불안하게 만드는 것도 바로 자신의 마음이고, 남을 미워하게 만드는 것도 바로 자신의 마음이다. 자신을 되돌아보면 남의 허물보다 몇 배, 몇 십 배 더 많음을 알 수 있다. 자신을 날마다 새롭게 다듬어 가면 성인처럼 부담없이 편안하게 삶을 살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