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 같은 선생님 (15)

2014.07.18 14:00:00

성인(聖人)의 마음은 천지(天地)와 같다. 천지(天地)는 엄청나게 넓다. 마음이 넓지 않으면 만물을 다 품을 수 없다. 사랑을 줄 수 없다. 만물이 소생할 수 있도록 하늘은 때를 따라 비를 내려준다. 땅은 만물이 소생할 수 있도록 품어준다. 이들의 마음이 넓으므로 가능한 것이다.

천자문의 天地玄黃, 천지현황은 하늘과 땅이 엄청나게 넓음을 말한다. 하늘은 가물가물하고 너무 높게 보여 검게 보일 정도다. 땅도 마찬가지다. 하늘과 땅 사이도 넓기는 마찬가지다. 이런 넓은 마음이 곧 성인의 마음이다. 

선생님도 그렇다. 마음이 한없이 넓다. 마음이 넓지 않으면 미운 학생을 볼 때마다 그들을 품을 수 없고 그들에게 유익을 줄 수 없다. 스트레스만 쌓여 오래가지 못한다. 마음이 좁은 선생님은 없다. 어머니의 따뜻한 품만큼이나 넓다. 

천지(天地)의 밑바탕에는 사랑이 있다. 사랑이 없으면 만물을 품을 수 없고 만물에 유익을 줄 수 없다. 우리가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가장 기본이 되는 사랑을 밑바탕으로 삼지 않으면 학생들을 가르치는 것이 너무 힘들고 오래가지 못한다. 천지(天地)가 오래가는 것은 넓은 마음을 품고 있기 때문이다.

천장지구(天長地久)라, 하늘과 땅은 장구하다. 하늘과 땅이 저토록 장구할 수 있는 이유는 억지로 하지 않기 때문이다. 선생님들은 학생들을 잘 키우기 위해 무리하지 않는다. 억지로 공부시키고 억지로 습관을 바꾸고 억지로 바른길이라 하여 끌고 가는 무리수는 두지 않는다.

물이 유연하게 흐르듯이 자연스럽게 공부도 하고 바른 습관도 지니고 바른길로 갈 수 있도록 이끌어주고 돕는다. 선생님의 도움을 입은 학생들은 공부, 인성, 체력 등의 모든 면에서 자연스러운 성장과 발전을 가져온다. 선생님이 무리하게 행하면 잡음이 생기고 자신의 자리가 흔들리게 된다.

천지(天地)가 오래가는 비결은 마음대로 되지 않아도 화를 내거나 중단하지 않고 자신의 사명을 다 하는 것이다. 그래서 선생님들도 학생들이 생각대로 따라오지 않는다고 해도 화를 내거나 짜증을 내지 않는다. 참고 또 참는다. 인내의 대가들이 바로 우리 선생님들이다.

성인은 겸손하다. 겸손을 연상케 하는 것이 바로 물이다. 물은 홍수로 인해 피해를 봤거나 물 때문에 피해를 보는 사람은 예외가 될 수 있겠지만 대체로 물을 좋아하게 되어 있다. 물이 겸손하기 때문이다. 물은 낮은 곳만 찾는다. 낮은 곳만 원한다. 낮은 곳만 간다. 낮은 곳으로만 눈을 돌린다. 아래만 바라본다.  

선생님들도 겸손하다. 선생님은 언제나 교만하지 않다. 자신의 실력을 뽐내지도 않는다. 자신의 능력을 드러내지 않는다. 그러면서도 늘 자신의 부족함을 알아 교재연구에 열중한다. 가르치고 배우고, 배우고 가르치는 이유는 겸손하기 때문에 가능하다.

성인은 시작도 중요하게 여기지만 마지막도 중요하게 여긴다. 범인의 시작은 누구나 다 신중하게 열정적으로 잘 시작하지만, 범인은 마무리가 약하다. 그래서 다 되어가는데 마지막에 이루지 못하고 실패한다. 하지만 성인은 마무리를 신중하게 하므로 실패하지 않는다.

선생님도 마찬가지다. 1학기 초에 모두가 열정을 가지고 신중하게 모든 일의 출발처럼 초심이 조금도 변하지 않고 신중하게 1학기를 잘 마무리하려고 최선을 다한다. 성인 같은 선생님이 존경스러운 것은 시작과 끝이 변함이 없기 때문이다. 선생님이 초지일관 변함이 없이 일을 잘 수행하기 때문에 교육은 원만하게 잘 이루어지고 있다. 

성인은 사욕을 구하는 마음이 없다. 사욕을 구하는 마음이 있으면 자꾸 마음이 검어진다. 음흉해진다. 악한 길을 걷게 된다. 하지만 성인은 사욕을 구하는 마음이 없고 항상 마음이 비워진 상태이기 때문에 항상 마음이 희다. 깨끗하다. 푸르다. 오직 맑고 밝은 것을 좋아한다. 옥과 같은 빛을 좋아한다. 이런 빛을 지닌 이가 바로 성인이다.

성인 같은 선생님은 사욕을 구하는 마음이 없어 아무런 욕심이 없다. 마음은 언제나 비어있는 상태다. 오직 학생들에게만 마음이 가 있다. 교육에만 관심이 있다. 이런 마음이 오래간다면 玉과 같이 찬란하게 빛날 것이다.
문곤섭 전 울산외국어고등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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