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 같은 선생님 (25)

2014.08.18 14:45:00

하늘은 잿빛 구름, 산은 잿빛 연기, 잔디는 비를 머금은 채 더욱 푸르다. 한여름 더위를 식혀주어 좋기는 하지만 익어가는 열매가 제대로 익지 못하니 아쉽기도 하다.

성인은 지혜가 많다. 그리고 논리적이었다. ‘언젠가 맹자는 제선왕을 이치는 따지는 논법으로 <사방 국경 안이 다스려지지 않는다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라고 몰아붙였다. 대답이 궁했던 왕이 좌우를 둘러보고 딴 이야기를 했다고 한다. 즉 좌우의 신하를 돌아보며 다른 이야기를 꺼냈다. <돌아보며 다른 이야기를 했다. 顧而言他, 고이언타> 대답이 궁하거나 대합하고 싶지 않을 경우, 말머리를 돌려 다른 화제를 꺼내었다. 맹자 양혜왕.’

성인 같은 선생님은 논리적이다. 다른 사람이 변명을 못하도록 만든다. 입을 벌리지 못하게 만든다. 지혜가 많다. 학생들을 지도할 때 학생에 따라 논법에 맞게 말한다. 그러면 학생은 수긍을 하고 따른다.

성인은 자비가 풍성하다. 어중간한 자비를 가지고 있지 않다. ‘오십 보 백 보’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은 맹자 양혜왕 상편에 나오는 말이다. ‘자비로움을 자랑하는 양혜왕은 무자비한 왕 밑에서 신음하는 이웃나라 주민이 왜 자기 나라로 이주해 오지 않는지 맹자에게 그 까닭을 물었다. 맹자는 전장에서 도망치는 병사를 예로 들면서 <어떤 자는 백 보를 간 뒤에 멈추고, 어떤 자는 오십 보를 간 뒤 멈췄습니다. 오십 보 도망친 자가 백 보 도망친 자를 비웃는다면 어떻겠습니까>라고 되물었다. 어중간한 자비로는 이웃나라의 군주와 ‘오십 보 백 보’다. 크게 다르지 않다는 얘기다.‘ 자비가 풍성해야지 어중간하면 안 된다.

성인은 늘 말을 조심한다. 말 한 마디가 큰 화를 불러옴을 안다. 星火燎原, 성화요원이라, 작은 불씨도 넓은 들판을 몽땅 태울 수 있다. 성인 같은 선생님은 늘 말을 조심한다. 말이 학생을 살리고 때로는 죽인다. 말이 학생에게 희망을 주기도 하고 실망을 안기기도 한다. 말이 큰 힘을 발휘한다. 말이 곧 힘이다. 말의 힘을 알기에 필요없는 말은 자제한다. 필요할 때 한 말은 큰 영향을 미친다.

성인은 독불장군이 아니다. <산 위에 호랑이가 없으니, 원숭이가 대왕을 칭한다.> 즉 산 위에 호랑이가 없으면, 원숭이가 대왕 노릇을 한다는 뜻이다. 성인은 원숭이처럼 살지 않는다. 자아도취에 빠져 위세를 떨지 않는다.

성인 같은 선생님도 그러하다. 선생님은 학생들에게 위세를 부리지 않는다. 잘난 체하지 않는다. 자신이 대왕인 것처럼 날뛰지 않는다. 늘 자신을 낮춘다. 겸손한 자세를 취한다.성인은 부모의 연세를 꼭 기억한다. 공자는 부모의 나이를 몰라서는 안 된다고 하였다. 한편으로는 오래 사신 것을 기뻐하고, 한편으로는 연세가 많으셔서 언제 무슨 일이 일어날지 두려워한다.

성인 같은 선생님도 그러하다. 연로한 부모님에 대한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특히 병환으로 고생하며 사시는 부모님이 계시는 선생님에게는 더욱 그러하다. 그래도 부모님에 대한 지극한 효성은 변함이 없다.

성인은 죽을 때 하는 말도 참되고 착하다. 새가 죽으려 할 때는 그 울음이 애처롭고, 사람이 죽으려 할 때는 그 말이 선하다. 특히 성인은 더욱 그러하다. 살아갈수록 선하고 착하니 입에서 나오는 말도 선하고 착하다. 얼마나 아름다운지 모른다.

성인은 물을 좋아하고 산을 좋아한다. 성인은 지혜롭다. 지혜로운 사람은 물을 좋아하고, 어진 사람은 산을 좋아한다. 지혜로운 사람은 물처럼 움직이고 어진 사람은 산처럼 고요하다. 성인 같은 선생님은 늘 고요하다. 근면성실하다. 시간만 나면 자연을 즐긴다. 물을 즐기고 산을 즐긴다. 자신을 닦는다. 덕을 키운다.
문곤섭 전 울산외국어고등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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