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 같은 선생님 (31)

2014.09.05 13:49:00

이른 새벽에 나무와 풀이 많은 곳으로 가면 가을을 알리는 풀벌레소리를 많이 들을 수 있다. 이들이야말로 傳秋師라 할 수 있다. 이들은 부지런하다. 끊임이 없다. 하루도 쉬지 않는다. 지치지 않는다. 이들에게서 열정을 볼 수 있다.

우리 선생님들도 2학기 초가 되면 열정이 빛난다. 근면, 성실이 돋보인다. 쉴 틈이 없을 정도로 바쁘다. 열심히 정리를 하고 준비를 하고 수업에 임한다. 지칠 틈이 없다. 성인은 친구관계도 굳은 신뢰로 묶여 있다. 단금지교라는 말이 있다. 역경 계사 상에 <두 사람이 마음을 같이하면, 그 날카로움이 쇠를 자른다>는 뜻이다. 두 삶이 마음을 하나로 합친다면 그 예리함은 쇠도 잘라낸다. ‘전국시대 조나라의 염파와 인상여의 ’문경지교‘도 같은 뜻이다. 서로를 위해 목이 잘리더라도 후회가 없는 관계이다.

성인 같은 선생님도 친구와의 관계가 늘 두텁다. 誠於信,성어신이다. 신뢰를 중요시한다. 신뢰를 잃으면 모든 것을 잃는 것을 안다. 그래서 학생들과의 관계도 신뢰를 지키고 선생님 상호간도 그렇고 학부모님과의 관계도 그렇다.

성인은 눈앞의 작은 일에 얽매여 판 전체를 잘못 읽는 일이 없다. ‘가랑잎이 눈을 가리면 태산을 보지 못한다. 이파리 하나가 눈을 가리면 태산도 보이지 않고, 콩 두 알이 귀를 막으면 천둥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나무를 보고 숲을 보지 못하는 이는 성인이 아니다.

성인 같은 선생님도 그러하다. 눈앞의 작은 일에 얽매이지 않는다. 언제나 작은 일보다 큰 일에 관심이 많다. 나무보다 숲을 본다. 판 전체를 읽는 일에 관심이 많다. 성인은 불행이나 불운 등 부정적인 일에 낙심하지 않는다. 사물이 평정을 얻지 못하면 소리가 난다. ‘대저 사물이란 그 평정(균형)을 얻지 못하면 소리를 낸다. 즉 사물이 평형을 얻지 못하면 소리가 나는 법이다.’ 불행, 불운이 사람을 뒤흔들어 놓아도 결국은 사람을 단련시켜 큰 인물이 되게 하고 큰 걸작을 만들어낸다. 그러니 아무리 어려운 일이 닥쳐도 균형을 잃지 않고 중심을 잡는다.

성인은 무엇이든 참는다. ‘이를 참을 수 있다면 무엇인들 참지 못하겠는가’ 공자의 말이다. 이것을 용인할 수 있다면, 용인할 수 없는 일이 무엇이 있겠는가? 성인은 무엇은 참고 무엇이든 용인하였다. 마음이 한없이 넓다. 바다와 같은 하늘과 같다.

성인 같은 선생님도 마음이 한없이 넓다. 그렇지 않으면 선생님 하기가 힘들다. 무엇이든 참고 무엇이든 용납한다. 참고 또 참고 용인하고 또 용인한다. 성인은 ‘하늘을 즐기는’ 자기 나름의 방식으로 유연하게 대처한다. 싫은 상대가 누구든 있다. 그 싫은 상대를 피할 수만은 없다. 싫은 상대를 대하는 태도를 바꿀 줄 안다. 그렇지 않으면 스트레스 받고 병나는 것을 안다.

대국이면서 소국을 섬기는 것은 하늘을 즐기는 것이다. 대국이 소국을 섬기는 것 보았나? 거의 보지 못했을 것이다. 대국이 소국을 즐기는 것이 하늘을 즐기는 것이다. 이는 지혜로운 이다. 소국이 대국을 섬기는 것은 많이 본다. 소국은 대국을 벌벌 떨면서 섬긴다. 대국이 두렵기 때문이다.

성인 같은 선생님은 대국이 소국을 섬기는 태도도 유연하게 대처한다. 이렇게 함이 하늘을 즐기는 것임을 안다. 수많은 학생들을 상대하다 보면 정말 상대하기 싫은 학생들이 나온다. 그래도 하늘을 즐기는 태도로 그들에게 유연하게 대처한다.

성인은 아내를 대함에 변함이 없다. 일관성이 있다. 가난할 때는 좋아하고 풍족하게 되면 아내를 독충처럼 취급하는 그런 이가 아니다. 성인 같은 선생님도 언제나 가정을 중시한다. 가난할 때나 부할 때도 변함이 없다. 좋은 때나 힘들 때도 마찬가지다. 변함이 있으면 가정은 깨지고 만다. 행복은 찾아오는 것 같아도 곧 사라지고 불행만 찾아온다. 이런 것을 아는 이는 선생님이다.
문곤섭 전 울산외국어고등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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