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들에게 요구되는 것

2014.11.04 16:15:00

가을은 참 좋다. 어디를 가도 좋다. 집에 있어도 좋다. 책을 읽기에 가장 좋다. 산에 가도 좋다. 울긋불긋 단풍을 보면서 가을을 즐길 수가 있다. 산책을 해도 좋다. 높은 하늘을 바라보면서 자신의 삶을 살찌울 수 있다. 이런 좋은 가을을 즐겁게 보내야 되지 않을까 싶다.

가을에 학교에서 학생들과 수업하는 것은 더욱 좋은 일이다. 가을을 예찬하면 수업을 하고 가을을 상상하며 책을 읽고 가을을 기대면서 풍성한 학교생활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살다보면 실망할 일이 많다. 기대가 커서 그럴 수도 있고 믿을 만한 학생이 정반대의 행동을 할 때 그럴 수도 있다. 그래서 사람들은 믿을 대상이 아니고 사랑의 대상이라고 한다. 우리 선생님들이 이런 생각을 가지면 실망할 일이 적어지고 사랑할 일이 많아지기에 삶이 기뻐진다.
이웃도 친구도 그 어느 누구도 사랑의 대상이지 믿을 대상이 아니다. 사람을 믿거나 의지하려고 하면 큰코 다친다. 사람을 사랑하게 되면 큰코 다칠 일 없다. 언제나 내가 주역이 된다. 언제나 내가 할 일이 많아진다. 내가 베풀게 되고 내가 돌보게 된다. 내가 관심을 가지게 되고 내가 손해를 본다. 이러면 사람으로 인해 낙심하지 않고 실망하지 않는다.

사람은 교제의 대상, 사랑의 대상이다. 엉뚱한 일을 사람을 보면 실망하게 된다. 신뢰를 지키지 않고 말을 듣지 않고 화를 나게 만드는 이를 보면 화가 난다. 도저히 참을 수 없을 만큼 화가 치밀 때도 있다. 이럴 때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 인내이다. 인내가 없으면 교육 못한다. 무엇이든지 참아야 하고 끝까지 참아야 한다. 그래야 학생들이 변화되고 성장하는 모습을 볼 수 있게 될 것이다.

또 선생님에게 요구되는 것은 넓은 사랑의 마음이다. 어머니와 같은 넓은 사랑의 마음이 필요하다. 이 마음이 없으면 교육 못한다. 어머니는 자식이 열 번 낙심시켜도 화내지 않고 참고 참고 인내하며 사랑을 베푼다. 바다의 넓은 마음을 품어야만 좋은 교육을 할 수 있다. 바다는 깨끗한 물도, 더러운 물도, 냄새나는 물도, 오염된 물도 다 받아들인다. 그리고 하나가 되어간다. 이런 사랑의 마음, 넓은 마음이 우리 선생님들에게 있으면 선생님을 좋은 교육을 할 수 있다.

선생님에게 또 요구되는 것은 헌신이다. 선생님이 손해 보아야 한다. 시간도 손해 보아야 한다. 재정적인 손해도 감수해야 한다. 부모님이 자녀에게 헌신하는 것처럼 하면 된다. 헌신이 말은 싶지만 실제로 행동으로 옮기기는 쉽지가 않다. 하지만 작은 헌신이라도 투자가 되면 학생들은 새롭게 변화되고 성장이 된다. 교육의 목적은 학생들의 변화다. 바른 성장이다. 이렇게 만들어가는 이가 바로 우리 선생님들이다. 헌신의 마음을 가진 선생님들이다.

그리고 선생님에게 요구되는 것은 열정이다. 사랑하는 사람들처럼 뜨거운 열정이 필요하다. 사랑하는 이가 적당히 사랑하지 않는다. 열정이 있는 학교에서 공부하는 학생들은 행복하다. 선생님의 열정에 감동되어 자기도 열심히 공부한다. 최선을 다한다. 넘어질 때 다시 일어선다. 선생님의 눈부신 활동이 자신의 어두운 형편에 처해 있을 때 다시 일으켜 세워주는 원동력이 된다.

선생님에게 또 요구되는 것은 관심이다. 엉뚱한 일을 해도, 미운 일을 해도 좋은 말을 하고 타이르고 삶의 변화가 있는지 지켜보고 관심을 가지면, 어느날 아침에 달라진 모습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선생님은 이런 재미로 산다. 이런 재미가 없으면 선생님은 초라한 모습만 비추게 된다. 관심이 곧 사랑이다. 관심이 곧 인내다. 관심이 곧 열정이다. 관심이 곧 넓은 마음이다. 관심을 쏟으면 학생들은 엄청 행복한 삶을 살게 된다.

그리고 선생님에게 요구되는 것은 늘 함께 하는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은 늘 함께 한다. 기쁠 때도, 슬플 때도 함께 한다. 특히 어려울 때 함께 하면 더욱 빛난다. 헨리나우웬은 '함께 한다는 것은 비오는 날에 우산을 씌워 주는 것이 아니라, 함께 비를 맞는 것이다'라고 하였다.
문곤섭 전 울산외국어고등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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