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에 눈을 끄는 것이 붉게 물든 단풍나무였다. 자기의 때에 자기의 할 일을 아주 잘 하는 것 같아 흐뭇했다. 자기의 때에 자기의 일을 잘 한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닌데 이 단풍나무는 어김없이 붉게 물들어 저물어가는 가을을 잘 알리고 있었다. 자기의 역할, 자기의 사명을 잘 하는 단풍나무가 같은 우리의 삶이 되면 좋을 것 같다.
요즘 종종 일흔 되시는 교장선생님의 말씀을 듣는다. 어제 네 친구들과 만나서 저녁식사를 하면서 대화를 나눈 이야기를 해 주셨다.
한 친구가 ‘아내가 아파트에서 17년 동안 개를 키웠는데 아내는 개를 너무 좋아하였다. 남편은 보이지 않게 날아다니는 털 때문에 개를 좋아하지 않았고 개를 키우지 말자고 하니 아내가 말을 듣지 않았다고 한다. 개를 아파트 아래로 던져버릴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개 키우는 것이 미웠지만 아내 때문에 그렇게 하지 못했다고 한다. 만약 개를 버렸다면 이혼을 했을 것이라고 하였다. 그만큼 그 아내는 개를 좋아하고 있었다. 그런 개가 죽었는데 이 개의 죽음으로 인해 아내가 통곡하더라는 것이다. 그리고는 개를 묻기 위해 구덩이를 파 달라고 해서 파 죽었더니 개를 창호지로 싸서 묻어주었다고 한다.’
이 이야기를 듣고서 대화 속에 나오는 아내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아내는 남편이 죽으면 이렇게까지 통곡을 할까? 부모님이 돌아가셨을 때 이렇게 통곡을 하였을까? 개보다 더 좋은 것이, 더 사랑하는 것이 없을 정도였다. 개를 사랑하고 좋아하는 것이 나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사람보다 더 사랑하고 더 좋아하는 것은 인륜에 반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개에게 지극 정성 사랑하고 좋아한 것같이 부모님을 지극 정성 모시고 살면서 부모님이 돌아가셨을 때 통곡을 하면서 애통해하는 진정한 모습을 보이면 더 감동을 줄 것인데... 개가 아니라 부모님이, 남편이 돌아가셨을 때 이야기 속의 아내처럼 했다면 많은 이들에게 좋은 모델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보았다. 남편, 자식에게는 말할 것도 없고 친정부모님이나 시댁부모님에게도 그렇게 하면 좋을 듯하다.
지금은 효가 사라지는 때다. 부모님에 대한 사랑, 남편과 아내에 대한 사랑보다 개에 대한 사랑, 짐승에 대한 사랑이 더해지면 바른 세상이 될 수 없다. 학생들에게 부모님을 사랑하고 형제를 사랑하는 마음을 가지도록 잘 지도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교장선생님과 대화를 나누는 중에 자기는 시골에서 교직생활을 했을 때 매일 창문을 열고 환기를 시키는 일을 했는데 그게 습관이 되었는지 집에서도 어디서도 창문을 열고 환기를 꼭 시킨다고 한다.
그런데 요즘 학교에서는 하루 종일 창문도 열지 않고 온풍기를 틀고 하는 것을 보면 안타깝다는 말씀도 하셨다. 자기는 시골 학교에 공기가 좋아도 창문을 열고 환기를 시키는 것이 습관화되어 그렇게 했는데 요즘은 그렇게 하지 않는 것에 대한 아쉬움을 나타내었다.
하루에 한두 번 창문을 열고 환기를 시키는 것도 교육이 되어야 건강을 지키는데도 좋고 쾌적한 생활환경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요즘 감기환자가 많다. 이럴 때 환기를 시키는 것이 감기예방에도 도움이 될 것 같다.
학생들 중에는 추위를 많이 타서 계속 문을 닫기를 원하고 온풍기를 틀기를 원하는 애들도 있지만 어떤 학생들은 너무 갑갑해서 자주 문을 열고 온풍기도 끄기도 한다. 역지사지의 입장에서 절충의 생활태도를 보여 모두가 건강한 학교생활을 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지금 이야기 속의 아내는 어떤 마음일까? 계속 개 때문에 우울해할까? 개에게 쏟은 사랑을 남편에게 쏟고 있을까? 개를 향한 사랑이 이제 남편에 대한 사랑, 자식에 대한 사랑, 부모님에 대한 사랑으로 바뀌어 가족애가 더욱 빛을 발했으면 하는 생각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