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을 하고 경기도에서 넉 달을 지냈다. 1월이 되어 집에 내려오니 어머니 품과 같이 따스하다. 오늘의 하늘은 천의무봉이다. 너무 맑고 깨끗하다. 한 점 구름 볼 수 없다. 이런 깨끗한 하늘만 보면 추운 겨울도 따뜻하게 지낼 수 있을 것 같다.
공부 좋아하는 이는 없다. 백에 하나는 몰라도 대부분은 싫어한다. 마지못해 한다. 공부가 취미다,고 하면서 공부예찬을 하는 이도 있지만 공부를 좋아하는 이는 드물다. 하지만 공부를 하다보면 공부가 재미가 붙는다. 모르는 것을 알아가는 재미는 그 어느 재미보다 더 크다. 공자께서 배우고 익히는 것이 기쁨이라고 한 것을 이해할 것 같다.
학교 다닐 때 모르는 것 친구에게 묻는 것이 쉽지 않다. 자존심 때문이다. 겨우 물어도 해결이 되지 않으면 마음이 더욱 답답하다. 그렇다고 선생님에게 묻는 것은 더욱 어렵다. 물을 수가 없다. 두렵기 때문이다. 그것도 모르냐,고 호통을 칠 것 같아서다. 그래서 모르고 넘어간다. 꼭 알아야 되는데도 말이다.
선생님이 되어서도 모르는 것 알고 싶어도 동료선생님에게 묻기가 어렵다. 역시 자존심 때문이다. 그것도 모르고 어찌 선생을 하나,라고 말할 것 같기 때문이다. 용기를 내어 물어보면 동료선생님도 모를 때가 많다. 그런데도 묻는 것 자체가 그리 쉽지 않다.
공부는 묻는 것이다. 모르는 것 알아가는 게 공부다. 물어야 알 수 있는데 묻지 않으니 더욱 알아가는 데 많은 시간이 걸린다. 물으면 쉽게 이해가 될 것을 묻지 않음으로 애를 먹는 경우가 많다. 울산여고 교감시절에 많은 학생들이 자율학습시간에 선생님에게 골마루에서 묻는 것을 자주 보았다. 이런 학생들은 용기가 있는 학생이다. 공부가 무엇인지 아는 학생들이다.
공부는 반복하는 것이다. 책을 한 번 보아서 모르면 또 보면 한 두 개의 의문이 풀린다. 또 한 번 다른 의문이 풀린다. 이렇게 읽고 또 읽고 반복해서 공부하면 모르는 것을 알게 되고 이해가 안 되는 것이 이해가 된다. 반복학습이 참 중요하다. 독서백편의자현이라는 말이 있다. 책을 백 번 읽으면 저절로 깨우치게 된다는 말은 경험한 자의 말일 것이다.
공부는 호흡과 같다. 호흡은 단숨에 몰아쉬고 그치는 것이 아니다. 반복이다. 규칙적이다. 적당하게 쉬고 또 쉰다. 시험 때만 벼락치기 하듯 공부하는 것은 공부가 아니다.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침이 없는 것이 공부다. 호흡을 그치면 죽음이다. 공부도 그치면 죽은 사람이나 마찬가지다. 규칙적으로, 반복적으로, 꾸준히 하는 것이 공부다. 공부를 아무리 싫어해도 살아남으려면 부지런히 호흡을 해야 한다.
공부는 전쟁이다. 전쟁은 하고 싶을 때 하고 하기 싫을 때 하지 않는 것이 아니다. 하고 싶은 때도 해야 하고 하기 싫은 때는 더 열심히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 전쟁은 내가 원할 때도 하고 내가 원하지 않을 때도 해야 한다. 전쟁이 끝날 때까지 해야 하는 것이다. 그래야 승리를 가져올 수 있다. 공부 원하는 사람 없다. 그래도 공부해야 한다. 공부 원하지 않는다고 해도 공부는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죽고 만다.
공부는 등산이다. 등산하는 사람은 힘들다. 땀을 흘려야 한다. 힘들다고 등산 안 하면 고지에 도달할 수 없다. 땀 난다고 등산 안 하면 건강을 유지할 수 없다. 공부는 오르는 것처럼 힘들다. 그래도 해야 한다. 공부는 땀을 흘리면서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목표를 이룰 수 없다. 등산은 하고 나면 개운하다. 기분이 상쾌하다. 또 오르고 싶다. 공부도 마찬가지다. 공부를 하고 나면 또 하고 싶다. 기분이 좋다. 알아가는 기쁨을 얻게 된다.
눈만 뜨면 책을 가까이 하고 싶다. 늙어도 책을 가까이 하고 싶다. 눈이 흐려도 가까이 하고 싶다. 공부에 빠지면 밤낮이 없다. 남녀노소가 없다. 사는 재미를 느낀다. 시간이 잘 간다. 외롭지 않다. 행복을 느낀다. 평생교육을 왜 하는지 알 만하다.
공부는 찾는 것이다. 보물을 찾는 것이다. 모르는 것 찾는 것이다. 금을 찾는 것이다. 약초를 찾는 것이다. 산삼을 찾는 것이다. 진리를 찾는 것이다. 잃은 것 찾으면 기분이 참 좋다. 꼭 가져야 할 보배를 찾는 것도 마찬가지다.
공부는 닦는 것이다. 玉不琢이면 不成器다. <옥불탁이면 불성기다.> 옥은 갈지 않으면 그릇을 이룰 수 없다. 갈고 닦아야 값진 구슬을 얻을 수 있고 아름다운 그릇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