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15 어린이 해방’의 시초 <새교육>

2017.01.01 00:00:00


우리나라 교육의 역사에서 1960년대는 한 마디로 입학시험 제도의 실험기였다. 교육자, 지식인, 정치인, 그리고 일반 학부모가 생각할 수 있는 모든 형태의 입학시험제도가 제안되고 실시되고, 수정되고, 폐지되고, 또다시 새로운 제도가 등장함으로써 1960년대 후반에 이르러 이제는 더 이상 사람의 머리로 생각해 낼 수 있는 새로운 입시 제도는 없다는 것을 전 국민이 깨닫게 되었다.


한 가정주부가 <새교육>에 기고한 글의 제목이 당시의 분위기를 잘 보여준다. 최정자라는 이름의 한 학부모가 <새교육>의 특집 ‘입시제도를 분석한다’에 게재한 글 제목은 ‘입학시험과 자녀교육: 이기고 볼 일이다’였다. 더 이상 기대할 수 있는 것은 없었다. 입시제도가 어떻게 변하든지, 무슨 수단을 동원해서라도 오로지 입시 전쟁에서 이겨 지옥을 탈출하고 볼 일이었다. 가장 극심한 것은 중학교 입시였다. ‘일류 중학’이라는 단어가 상징하듯이 중학교의 극심한 서열화가 만들어낸 지옥이었다.


해방 이후 1961년까지 중학교 입시는 학교별 전형을 기본으로 하였다. 전쟁 기간을 제외한 대부분의 시기에 교육법에 명시된 학교장의 학생 선발권과 학생들의 학교 선택권이 보장되고 있었던 것이다. 학교별로 자체 출제하는 주관식 입시 문제에서 우수한 성적을 받는 학생이 합격하는 단순하고 명료한 제도를 유지하였다. 전형 내용은 초등학교 6년 동안 배운 모든 과목이었다. 적어도 입시에서는 과목별 차별이 존재하지 않았다.


60년대 휩쓴 중학교 입시 광풍
5.16 군사정변과 군부정권의 탄생은 모든 것을 혼란에 빠뜨렸다. 1962학년도부터 중학교 입시가 국가 공권력의 개입에 의한 국가 공동출제 형식, 그리고 간단명료한 사지선다형 입시로 바뀌었다. 그러나 이에 대한 비난이 폭발하자 1963학년도 입시에서는 국가 공동출제 대신 시·도별 공동출제라는 방식으로 전환하였다. 이후 1965학년도 입시까지는 이런 형식을 유지하다가 1966학년도 입시에서는 다시 학교별 단독 출제를 기본으로 하되 필요한 경우 공동출제도 허용하기로 했다.


이 시기에는 출제 형식만 자주 바뀐 것이 아니었다. 이전까지 초등학교 6년간 배운 ‘국산사자’(국어, 산수, 사회, 자연)를 포함한 전 과목이 중학교 입시과목이었으나 1964학년도 중학교 입시에서는 갑자기 과목이 축소되었다. 당시 표현을 빌자면 심지어 ‘사자’조차도 없어졌다. 예체능 과목뿐만 아니라 사회과목과 자연과목이 입시에서 배제된 것이다. 6학년 어린이들이 아침에 책보를 쌀 때마다 “국산사자”를 외우던 것에서 “국산, 국산”만 외우는 것으로 바뀌었다. 학교에서는 시험도 국어와 산수만 보고, 숙제도 국어와 산수만 내주는 새로운 풍토가 만들어졌다. 우리나라 교육의 역사에서 ‘도구 과목(국어, 산수)’이라는 새로운 용어가 탄생한 것이다. 도구 과목 중심의 교육으로 인해 공교육의 기본이 무너지는 출발점이었다. 1965학년도 중학교 입시에서는 다시 반공과 도덕을 포함한 전 교과를 대상으로 하는 입시로 환원되었으나 도구 과목의 추억은 이후 우리나라 교육에 자주 등장하여 교육의 비정상화를 초래하는 계기로 작용하게 되었다.


[자세한 내용은 월간 새교육에 있습니다]
이길상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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