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하늘에 대한 그리움'
나태주 시인은 '풀꽃'으로 그 이름이 많이 알려진 시인이다. 6월 29일(목) 아침 7시부터 순천상공회의소가 주관한 인문학 특강에서 나 시인은 '시가 당신을 살립니다'라는 주제로 강의를 시작했다. 최근 러시아 페테르부르크를 방문하면서 본 맑은 하늘과 밤 11시인데도 백야인 경치를 보면서 우리 아이들에게 하늘을 그리라면 어떤 색을 칠할 것인가?를 생각해 보았다는 것이다. 한편으로 그곳에서 힘들게 살지만 일하는 사람들의 일에 대한 자부심을 느낄 수 있는 여행이었다는 것이다.
지금 그는 '대한민국은 어디로 가고 있는가?'를 물으면서, 이 사회가 매우 혼란스러운데 이에 대한 대안이 필요한 시점이다. 시인은 현재 한국의 상황을 병든 상태로 인식하고 있으며, 국가적, 개인적, 사회적으로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자신이 지은 시 '풀꽃'을 통해해 비판적 분석을 했다. 지금 20대는 10명 중 7명이 결혼을 포기한다는 것이다. 혼술, 혼밥이 유행어가 됐고, 연애를 할 줄 모르는 젊은이들이다.
앞으로 인구는 줄어들고 대학의 존재 가치는 엷어지는데 자꾸만 대학 건물을 늘리고 있다. 그 외에도 지금도 문화, 복지 분야에 국민이 낸 많은 돈이 새고 있다. 특히, 세종시를 보면 그 현상을 발견하게 된다. 왜 그렇게 많은 국민의 세금을 세종시에만 퍼 부어야 할 것인가? 생각해 봐야 한다. 우리 사회는 모두가 지나치게 화이트 칼라 위주의 교육을 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경쟁이 너무 치열하다. 이런 상황 속에서 젊은이들은 아이 키우는 것에 대한 환상을 잃어버리고 있다. 좋은 부모가 되는 가치 규정을 너무 높게 설정해 무엇보다도 경제적 여건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 결혼을 해 자식을 키우는 부모가 되는 것은 재앙이라고 믿는 것 같다. 힘든 현실에만 주목을 하고 있다.
그러나 돌이켜보면 우리 나라가 겪은 6.25를 돌아보면 모두가 힘든 시절이었다. 힘들어도 불평하지 않았다. 인간은 어려움에 처할 때 강해지는 면이 있다. 자연과 인간은 악 조건을 통해 성장하게 된다. 가뭄에 자라는 은행나무는 열매가 작다. 열매가 다 가지에 붙어서 떨어지지 않는다. 도심 속의 소나무도 솔방울이 숲 속에 자라나는 나무보다 더 많다. 공해 때문인지 생존하기 위한 전략인지도 모른다.
청년들도 한 마디로 이 세상 살기가 힘들다는 것이다. 그러나 아이들도 마찬가지이다. 학교에서도 선생님들은 행복감이 떨어진 아이들과 같이 지내려고 하니 힘들다. 왜 이런 상황에 빠졌는가? 인간은 어디까지나 즐거움을 쫒는 성향이 강하고, 자신의 이로움을 추구하는 마음이 강하다. 이기적인 존재요 속일 수 없는 본성이다. 그러나 이런 사람에게도 시를 읽으면 행복해지고 위로가 된다.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힘들고 지쳐 있다. 미국이 재미없는 천국이라면 이 나라는 재미있는 지옥이라고 표현하는 사람도 있다.
시가 얼마나 좋은가는 그의 작품 '좋은 약'을 읽어보면 알 수가 있다. '좋은 약'이란 시를 보면 자신이 중병으로 입원중에 아버지가 오셔서 하신 말씀 중에 '세상은 아직도 징글징글하도록 좋은 곳이란다' 에서 찾을 수 있다. 절체절명의 순간을 겪으면서 나온 언어인 것이다. 이처럼 시는 시를 읽는 사람에게도, 시를 쓴 사람에게도 도움을 준다. 언어의 생명력이다.
우리 나라 사람들은 여자, 남자 모두 예쁘다고 생각한다면서, 그러나 여자는 자신들이 예쁘지 않다고 생각해 우리 나라에서 가장 잘 나가는 의사가 정형외과이며, 많이 있어야 할 산부인과 의사는 지방에서는 찾기 어려운 실정이 무엇을 말하는가를 지적했다.
'행복의 진정한 의미는 가정'
나 시인은 60대에 큰 병을 앓으면서 자신의 삶을 돌아볼 시간을 갖게 됐다. 10만명 중 1명이 걸린 병 선고를 받고 집에 가는 것이 소원이었다. 6개월 간 집을 비우고 있다 집에 돌아와 보니 방에는 거미줄이 걸려 있고, 난초는 다 죽은 상태였다. 통풍이 안되면 죽게 되는 것이다. 이때, 인생도 '돌아갈 집'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행복인가를 깨닫게 됐고, 현실 생활에서도 하루가 끝나면, 저녁은 쉬고 싶은 시간이다. 아! 나도 돌아갈 집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것인가를 깊이 생각하게 됐음을 '행복'이라는 시를 통해 알 수 있다.
인생은 누구나 노년기를 맞이한다. 노년기는 수 많은 장애가 따른다. 아내가 먼저 갈게 될지, 자신인지 알 수 없다. 누가 먼저 갈지 모르지만 남자가 먼저 죽어야 한다. 마치 장애인 아이를 돌보는 어머니처럼 아내는 소중한 존재이다.
청소년기가 되면 많은 자녀들이 어머니에게 항의를 한다. 자신보다 못 배웠다고 어머니를 무시하는 면이 없지 않다. 그것은 청소년기의 발달적인 측면도 있지만 우리가 잘 못 가르친 이유일지도 모른다. 나 시인은 남자란 여자의 일부분이라고 정의한다. 자신은 73년 전 어머니의 뱃속에서 살았다. 자신이 이 세상 나오기 전 어머니의 뼈, 살, 피를 받고 살아 지금 생명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지금 자신 속에 어머니가 살아 계신다.
우리 모두는 늙어 간다. 새로운 것은 하나도 없다. 집에 가면 전부가 헌 것이다. 옷도, 신발도, 아내까지도... 단지 아이들만 새 것이 아닌가! 사람이 죽어 화장을 하면 여자의 뼈가 양이 적다고 한다. 그 이유는 많은 자녀들을 낳으면서 칼슘이 자녀들 때문에 소모됐기 때문이다. 그래서 골다공증도 여자가 심하다. 잘 못 관리하면 이가 다 없어진다. 자신의 삶은 어머니와 동행한다고 생각한다. 자신이 죽을 때 어머니도 비로소 죽게 된다는 것이다.
인간은 누구나 이로움을 찾아서 행동한다. 자신은 8000만원 짜리 집에 살고 자전거를 타면서 모자를 쓰고 거리를 다니고 있지만 행복을 느낀다. 그러나 딸은 6억 짜리 전세집에 살면서도 행복하지 않은 것 같다. 자신의 주위를 둘러보면 더 많은 부자들이 더 좋은 아파트에 살고 있음을 보기 때문이다. 인생은 누구나 힘들 때가 있다. 이때 마음 속으로 생각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것, 그리고 외로울 때 혼자서 부를 노래가 있다는 것, 사람은 모름지기 혼자서 놀 줄 알아야 한다.
나 시인은 “지금 내 앞에 앉아 웃으며 밥을 먹어주는 한 사람이 가장 소중한 사람”이라며, “스스로에게 주어진 삶을 소중하게 여기되 언젠가 다가올 죽음을 두려워하지 말라”고 한다.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지금, 여기에서, 지금 옆에 있는 사람, 그 사람에게 잘 하는 것이다.
강의 마지막 부분에서 일본에서 경영의 신이라 불리는 '마쓰시타 고노스케'의 이야기를 곁들였다. 그는 세가지 불행한 것을 가지고 있었다. 첫째는 가난의 축복이요, 둘째는 공부 못한 것이며, 셋째는 건강하지 못한 것이다. 그래서 그는 잘 살기 위해서 열심히 일해 돈을 벌었고, 초 4학년 때 학업을 중단하게 됐다. 이처럼 공부를 못했기에 열심히 공부를 하게 됐으며, 몸이 허약해 건강하지 못해 아침마다 냉수마찰을 함으로 건강을 유지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나태주 시인은 1945년 충남 서천에서 태어나 1971년 <서울신문> 신춘문예 당선으로 시인이 됐다. 제1시집 <대숲 아래서>에서부터 <꽃 장엄>까지 37권의 시집을 출간했다. 산문집과 동화집, 시화집, 선시집도 여러권 냈다. 43년 동안의 교직에서 정년퇴직 후 현재는 공주문화원장 일을 8년간 맡았고 공주풀꽃문학관 관장을 역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