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돈의 시대'에 서대문형무소 역사관을 찾아

2017.10.16 10:09:09

지금 이 세상은 약육강식의 싸움터가 됐다. 세상은 나 개인의 의지와 별 상관없이 움직이고 있다. 그러면 이 세상을 움직이는 큰 힘은 무엇인가? 우리나라가 주권국가이고 민주국가인 이상 국민들이 바탕을 이루고 주권을 정치가에게 맡긴, 곧 현 정부 지도자들의 역량에 의해 세계는 평가를 하게 될 것이다.


김훈은 '남한산성'을 통해 치욕의 역사를 기록했다. 그의 소설도, 최근 상영된 황동혁 감독의 영화도 그 아픔을 생생하게 스크린에 옮겨 전하는 요즈음이다. 원작과는 다른 내용으로 김상헌은 '백성들의 새날을 위해서는 나와 채명길과 임금마저 포함된 모든 낡은 것들이 무너져야 한다'고 말한다. 적들에게 둘러싸여 삶과 죽음의 계곡에서 불가항력의 고통에 내몰리는 성 안의 현실은 오늘의 한국적 상황이나 큰 차이가 없어보인다.


14일 오후 2시 반 한국기독교연합회관에서 친구 장남의 결혼식 참여를 마치고 지인들과 차 한 잔을 나눈 후, 가까이 있는 서대문형무소 역사관을 찾아가는 길이었다. 대학로 거리에는 박근혜 전 대통령 석방을 요구하는 군중들이 가득 메웠다.





19세기 말 조선이 제대로 갈 길을 잡지 못하고 갈팡질팡 하던 시절에 이 나라의 지도자라는 사람들이 무엇을 생각했기에 조선이 망국으로 이끌었는가를 깊이 짚어봐야 한다. 그 때도 명목은 통상을 위한 것이었다. 이러한 변화의 시점에 강하게 밀려오는 세력은 일찌기 근대화를 이룬 일본이었다. 지금까지 조선을 지배해 온 청과의 관계를 부인하면서 마침내 강화도 조약을 맺고 조선을 침략하는 발판을 마련한 것이다. 이후 조선을 둘러싼 열강의 각축은 더욱 심해졌다.






이 무렵 러시아를 비롯한 서양 열강의 이권 침달이 심해지면서 나라의 위상이 크게 손상됐다. 이 때 서재필은 정부의 지원을 받아 독립신문을 창간하고 개화파 관료들과 함께 독렵협회를 설립했다. 그 의미를 상징하는 것이 바로 청나라 사신을 맞이하는 영은문 자리에 독립문을 건설하게 된 것이다. 그러나 그 당시 정권을 잡은 자들은 황국협회를 만들어 독립협회를 탄압하고 군대를 동원해 만민공동회를 해산했다. 이후 독립협회의 활동은 애국계몽운동으로 계승됐다.



하지만 총체적으로 국력을 갖추지 못한 대한 제국은 청일전쟁, 러일전쟁에서 승리를 거둔 일본 제국주의에 의해 국권이 강탈됐고, 이 과정에서 많은 의병과 애국지사들이 독립운동을 외치다 잡혀가 옥살이를 한 곳이 바로 서대문형무소이다. 서대문 형무소의 역사실에는 일제의 폭압적인 식민지 운용 실태, 해방 이후의 독재정권과 민주화 탄압 실태 관련 자료를 전시하고, 관련 기록 영상을 상영하고 있다.



모진 고문 속에서도 다행히 목숨을 건지고 살아난 지사들의 증언을 귀로는 들을 수 없는 가혹한 고문이었다. 나라없는 설움을 눈물을 삼키며 참아낸 선열들의 모습이 가슴을 파고 들어온다. 전쟁의 참상을 알지 못하고 나라 잃는 설움을 겪어보지 못한 세대들에게 '나라가 무엇인가?'를 가르쳐 주는 교육장에 많은 사람들이 발길을 옮겨 가슴으로 느껴보기를 기대해 본다.



김광섭 교육칼럼니스트 ggs195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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