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각한 '인구절벽' 앞에서 2

2018.01.29 12:50:03

'도시다이어트'가 필요

외형만 확장, 빈집 문제, 재정 비효율 등 부작용 초래

정치인의 외곽 도시 개발 정책은 '부의 유산'으로 남을 것


우리나라 중소도시가 활력을 잃고 있다. 특히, 전남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이미 고령사회에 진입한 한국은 2030년부터 본격적으로 인구가 줄어든다. 하지만 아직도 여러 도시는 여전히 개발과 성장을 꿈꾸고 있다. 사람 없이 외형만 확장하는 도시는 빈집 문제, 재정 비효율 등 부작용을 초래할 수밖에 없다. 이는 곧 환경 황폐와 재정 부족으로 삶의 피폐함을 초래하게 된다. 이에 공간구조와 도시개발 방식의 변화 등 ‘도시 다이어트’가 필요한 이유다.


전남 나주시 영산포 홍어거리는 600년 전통을 자랑하는 곳이지만 쇠락의 기운이 완연하다. 인적이 사라진 거리에선 퀴퀴한 홍어 냄새가 이곳이 어디인지를 알려줄 뿐이다. 특히 이 중에서 영산동은 옛 영산포구가 있던 곳이다. 현재도 40여 곳의 홍어음식점과 도매상이 영업 중이다. 영산강 포구에선 황포돛배가 떠 다니고, 주택가에는 일제가 남겨놓은 적산가옥 등 볼거리도 즐비했다. 그러나 영산동 일대에선 사람의 모습을 찾기 어려웠다. 구불구불한 골목길을 사이에 두고 낡은 주택이 이어졌지만 상당수가 부서지고 방치된 빈집이었다.


영산동 역사갤러리에도 관광객은 없었다. 영산동은 강을 통한 수상물류 기능 단절과 영산포 철도역 폐쇄 등으로 쇠퇴의 길을 걷고 있다. 거주 인구 노령화와 청장년층 인구 감소는 지방의 여느 도시처럼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다. 젊은이가 없으니 이 지역의 핵심인 상업시설도 노후화하고, 동네 전체가 기능을 상실하는 악순환에 빠진 것이다.


나주읍성권역은 다소 활기가 느껴졌다. 관광버스를 타고 온 외지인들이 읍성과 나주목사(도시사) 내아(관사) 등의 복원된 문화재와 고색창연한 흙담길 등을 둘러본 뒤 인근에 있는 나주곰탕 골목에서 식사를 하는 코스이다. 하지만 이곳 역시 관광지에서 조금만 걸어가보면 휑한 배후 주택가가 나온다. 나주시에 혁신도시가 생겼지만 그곳은 말 그대로 ‘그들만의 리그’다. 영산동에서 바라본 혁신도시 외곽의 아파트촌은 원도심과 새 도시를 구분짓는 거대한 담벼락처럼 느껴졌다. 통계청에 따르면 1975년 인구주택총조사(5년단위)에서 21만2246명에 달했던 나주시 인구는 계속 감소해 2010년 7만8679명으로 바닥을 찍었다. 2015년과 지난해에는 각각 9만2582명과 9만8221명으로 회복했지만 이 증가분은 혁신도시가 가져갔다.


나주시는 국토교통부의 ‘도시재생 뉴딜사업’에 공모하기에 앞서 지역 주민과의 소통 강화에 착수했다. 해당 지역 주민에게 도시재생 현황과 전략 계획, 권역별 분포 자원을 토대로 한 원도심 도입 가능 사업 유형 등을 설명하는 일이다. 나주시 역사도시사업단을 맡고 있는 담당자는 “대도시처럼 원도심을 다 때려부수고 대규모로 재개발·재건축하는 것은 주민의 반발만 부를 것”이다. “도시재생 뉴딜은 지역주민이 함께 협력해 문제점과 과제를 찾아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고 공동체를 회복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미 고령화 된 지역주민과 대화와 토론을 통한 전략으로 자신이 살고 있는 도시가 안고 있는 문제를 해결할 전략을 마련한다는 것은 매우 힘든 과정이다. 그러다 보니 현직을 지키고 있는 시장들은 선거에 중요한 표를 의식하여 개발이 손쉬운 외곽을 넓혀서 도시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순천에도 나타나고 있다. 신도시급인 신대지구가 개발되면서 구도심 인구를 흡수하면서 구도심의 초,중학교는 학생을 수용할 수 있는 학교건물은 남아돌고 신도심은 과밀학급에 학생이 넘쳐나고 있다. 주민들은 새로 학교를 지어달라고 아우성이다. 도시 전체적으로 학교 시설은 남아도는데 학교시설비에 그 많은 돈을 투자한다는 것은 재정낭비를 초래하게 된다. 신대지역도 앞으로 30여년이 지나면 지금과 같은 도시 계획을 바탕으로 이뤄진다면 지금 구도심과 똑같은 전철을 밟게 될 것임에 틀림없다. 이같은 전략은 다음 세대에게 더 큰 짐을 남기는 '부의 유산'이 될 것이다. 따라서 성장 일변도인 도시 문제를 재조명하고, 우리보다 앞서 해결책을 모색한 선진국의 ‘도시 다이어트’ 사례를 찾아 연구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김광섭 교육칼럼니스트 ggs195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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