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이슈1] 내가 대한민국 교사를 믿는 이유

2021.05.06 10:30:00

지난 일 년, 코로나 거리두기로 봄 꽃맞이를 제대로 하지 못했습니다. 복숭아꽃 살구꽃 아기 진달래가 피는 나의 살던 고향에 가보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지금 꽃 타령이나 할 때가 아니지요.

 

지난 일 년, 코로나로 인하여 전 세계 89%의 학생이 학업을 일시적으로 중단하였다고 UN이 보고하였습니다. 유니세프(UNICEF)에 의하면 아동 1억7천만 명은 지난 일 년 내내 아예 등교하지 못했고, 추가 2억 명이 거의 등교하지 못했다고 합니다. 유네스코(UNESCO)는 앞으로 2천3백만 학생이 영구적 학업중단 위기에 처하게 될 것이라고 예측합니다.

 

한국 학교현장도 무척 혼란스러웠고 힘들었습니다. 미숙하거나 아쉽게 대처한 면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전 세계 학교상황에 비교하면 한국은 비대면 온라인교육으로 매우 잘 대처했습니다. 인터넷과 컴퓨터, 모니터 등 ICT 교육 인프라를 전국 모든 교실마다 세계 최고 수준으로 구축해놓은 덕을 이번 코로나 사태에 톡톡히 봤습니다.

 

 

모니터 안으로 들어간 교육

우리는 이미 수업내용을 컴퓨터 모니터 안에 넣어서 학생들에게 보여주는 데에 익숙해져 있었습니다. 다만 최근에는 학생과 선생님마저 다 함께 모니터 안으로 쏙 들어가 버린 것뿐입니다. 그래서 이제 알게 되었습니다. 온라인으로도 수업이 가능하다는 것을요.

 

더 확실히 알게 된 것도 있습니다. 온라인으로는 훌륭한 수업이 가능하지 않다는 것을요. 하면 할수록 뭔가 아쉽고 미진하고 허전합니다. 우리가 아직 비대면수업에 익숙해지지 않았기 때문이 아닙니다. 익숙해져도 마찬가지일 것 같습니다. 아니지요. 저는 아예 익숙해지고 싶지 않습니다.

 

그냥 예전 상태로 돌아가고 싶은 타성이 발동되어서가 아닙니다. 단지 온라인수업을 준비하는 게 힘들어서도 아닙니다. 실은 예전에도 수업이 힘들고 어려웠습니다. 통제가 안 되는 상황이 여기저기 생기고, 마음에 상처를 받는 일도 간간이 벌어졌었지요.

 

그래도 저는 면대면 수업을 하던 때가 좋습니다. 명함사진처럼 네모 칸에 들어간 학생의 상체만 보이는 게 아니라 몸 전체가 보입니다. 학생 개개인의 모습만이 아니라 학생들끼리 어울릴 때의 모습도 지켜볼 수 있습니다.

 

면대면 수업이란 단지 얼굴을 서로 볼 수 있다는 것이 아니라 같은 시공간에 함께 머무는 체험입니다. 시큼한 땀내를 맡게 되고, 삐걱거리는 책상과 걸상 소리가 들리고, 탁한 실내 공기도 느껴집니다.

 

면대면 수업시간에는 소통이 동시다발이고 쌍방향입니다. 주로 교사가 말을 하더라도 매 순간 학생들도 교사에게 소통합니다. 비록 비구어적이지만 학생들은 지루함, 지겨움, 혼란스러움도 전달해주고 재미남, 신기함, 자신감도 표정으로 나타냅니다. 얼굴 표정만이 아니라 자세와 제스처도 표정입니다. 배고플 때 표정은 배 아플 때 표정과 다릅니다. 짝꿍이 좋거나 싫다는 속마음도 알려줍니다. 표정은 남에게 보이기 위해 존재합니다. 표정은 자신의 마음을 타인에게 알려주는 근본적인 소통방식입니다.

 

교육이란 마음을 움직이는 것

면대면에서는 확실한 오감만이 아니라 희미한 육감마저 느껴집니다. 온몸과 마음과 정신을 통해서 학생과 교사 사이에 교감이 이루어집니다. 이러한 감정적 교류가 많이 차단된 온라인수업에 결정적인 한계가 있습니다. 감동이 있기 어렵다는 치명적인 단점입니다. 감동 없는 수업을 훌륭한 수업이라고 말하기 어렵지요.

 

교육이란 지식 전달이 아니라 학생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입니다. 우리가 학생의 마음을 얻어야만 가능한 일입니다. 우리의 마음이 학생의 마음을 만날 때에 드디어 우리는 교사가 아니라 스승이 됩니다.

 

저는 다 함께 한 현실공간에 모여 그 여리고 선한 마음속을 만났던 때가 그립습니다. 카네이션꽃도 그립습니다. 나의 살던 교실은 꿈꾸는 마음…, 그 속에서 놀던 때가 그립습니다. 그러나 마냥 예전으로 되돌아갈 날만 기다리지 않겠습니다.

 

앞으로 언제 코로나가 종식되어 교육현장이 안정될지 모르지만 언젠가는 올 것입니다. 그러나 그날이 오더라도 예전과 같지 않을 것입니다. 분명 많은 것이 변할 것이고 새로운 문제들이 기다리고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저는 걱정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한국에 잘 알려지지 않은 사실을 저는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OECD 보고서에 의하면 한국 교사의 ICT 기술력과 문제해결능력이 세계 최고입니다. 대학 졸업한 성인그룹보다 교사그룹의 역량이 훨씬 높은 유일한 나라이기도 합니다(사실 대부분의 OECD 국가는 반대로 교사그룹이 일반그룹보다 못합니다). 한국에는 위기대처능력이 우수한 인재풀이 학교에 모여 있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저는 포스트 코로나시대에 한국이 또다시 비상할 것이라고 믿습니다. 대한민국 교사를 믿기 때문입니다.

조벽 고려대학교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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