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법률] 학교폭력 사안 조사과정의 피·가해학생 분리

2023.10.10 10:30:00

 

학교폭력 신고를 한 피해학생 측에서 가장 간절하게 바라는 것은 가해학생과의 즉각적인 분리이다. 피·가해학생의 분리는 피해학생에게 정서적 안정감을 줄 수 있고, 보복과 같은 2차 가해의 위험을 줄일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다. 또한 이러한 분리는 피해학생을 위한 것이므로, 그 분리로 인한 불이익이 피해학생에게 있어서는 안 되고, 불편이 발생한다면 이는 피해를 발생시킨 가해학생이 감수해야 할 것이다.


위와 같은 내용들은 반박할 수 없는 정론이지만, 학교폭력에 관한 실무에서 피·가해학생의 분리는 너무도 어렵고 막막한 일이다. 이번 호에서는 학교폭력 사안 처리과정에서 피·가해학생 분리에 관한 현행 규정의 내용과 그에 대한 주의점 등을 살펴보도록 하자.

 

피·가해학생 분리가 어려운 이유
학교폭력의 범주는 너무도 넓고 다양하다. 성폭력이나 피해학생이 크게 다친 심각한 수준의 학교폭력이라면 학교는 피·가해학생의 분리를 적극적으로 검토할 것이다. 그런데 초등학교 저학년 학생들이 욕설하거나, 가벼운 신체적 접촉이 일어난 상황이라면 어떨까? 혹은 학생들은 이미 화해하여 친하게 지내고 있으나, 보호자 사이의 갈등이 학교폭력 문제로 이어지고 있다면 어떨까? 이런 상황에도 피·가해학생을 분리하는 것만이 능사일까?


또 학교폭력 신고에 대한 명확한 근거가 없고, 가해자로 신고된 학생이 가해사실을 부인하고 있어 신고된 내용이 진실인지 확정하기 어려운 일도 많다. 근래에는 신고된 학생이 자신도 피해를 봤다며 쌍방 학교폭력으로 신고하는 일도 부지기수로 일어난다. 이럴 때도 신고된 내용만을 바탕으로 가해학생을 분리하는 것이 타당할까?


한편 가해학생이더라도 학습 받을 권리의 보장이 필요하다. 물론 당연하게도 학교폭력 상황에서 이러한 가해학생의 학습권이 제한될 수는 있을 것이다. 다만 어느 정도 수준으로 제한해야 하는지, 결손이 생긴 학습 관련 부분의 보강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고민이 클 수밖에 없다.

 

피·가해학생의 즉시분리
이러한 어려움에 따라 학교폭력 사안에서 피해학생 보호를 위한 즉각적인 분리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지적이 계속되자,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이하 ‘학교폭력예방법’) 개정이 이루어졌다(2020. 12. 22.). 주된 내용은 학교폭력 사안이 인지되면 피해학생과 가해학생을 지체 없이 분리해야 한다는 내용의 ‘즉시분리’ 제도가 도입된 것으로, 이 규정은 2021년 6월 23일부터 시행되었다.


즉시분리는 피해학생이 반대하지 않으면 이루어지게 되어있으며(물론 방학 중이거나, 이미 출석정지 등이 이루어져 학생들이 분리된 경우도 예외로 규정되어 있다), 구체적인 분리기간은 분리방법 결정 시점부터 최대 3일 범위 내에서 실시하도록 하고, 3일 범위에는 공휴일과 토요일도 포함하여 계산한다.

 

예를 들어 금요일에 학교폭력이 발생했고, 피·가해학생을 분리하기로 하였다면, 금요일 당일과 토요일·일요일까지 3일에 포함되므로 월요일부터는 피·가해학생이 정상적인 등교를 하게 된다. 신고된 가해학생이 분리되는 것이 원칙이며, 학교 내에 별도 공간을 마련하여 분리한다. 학교 내 공간 마련이 어렵다면 가정이나 학교 외의 장소를 이용해 분리할 수 있으며, 이로 인해 등교하지 못한 경우에는 출석인정 결석으로 처리할 수 있다. 


관련하여 가장 많은 질문 중 하나는 학급이나 학년이 달라 같은 반에서 수업을 듣지 않는 학생들도 즉시분리 해야 하냐는 것이다. 초기에는 이에 대한 논란이 있었지만, 현재는 <학교폭력 사안처리 가이드북>에서 각자의 소속 학급에서 수업을 듣게 하되 쉬는 시간이나 점심시간·등하교시간의 동선 분리와 생활지도를 위한 계획을 정하는 방식으로 분리하는 것으로 정리되었다.


그러나 구체적인 상황에서 즉시분리를 적용하는 문제는 여전히 어렵다. 시험기간이나 교외 체험활동 중 학교폭력 신고, 허위이거나 보복 성격의 학교폭력 신고, 운동경기 중 부상이 학교폭력이라고 주장하는 경우 등에는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될 수밖에 없다.

 

이때에는 신고당한 가해학생과 보호자의 민원이 거셀 수 있고, 그들의 민원이 마냥 불합리하다고 보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현행 규정에 따르면 즉시분리 자체는 사안의 경중이나 사실 여부를 따지지 않고 이루어져야 한다. 다만 분리 기간이나 방법 등을 결정할 때 고려될 수 있을 뿐이다.


관련하여 개인적으로 가장 난감했던 즉시분리 관련 사례가 있어서 소개하자면, 졸업식을 하루 앞두고 같은 반 학생들이 벌인 학교폭력에 대한 문의였다. 학교는 즉시분리를 위해 가해학생을 졸업식에 나오지 못하도록 하거나, 따로 졸업식을 할 장소 마련이 필요한지 난감해했다. 졸업식은 해당 학교급을 무사히 마쳤다는 것을 기념하는 행사로 석별의 정을 나누는 중요한 날이다.

 

또 학부모들도 대거 참석하고, 단시간의 행사로 종료된다. 이를 고려하면 학생들 모두 정상적으로 졸업식에 참여하도록 하고, 학생들 사이의 추가적인 분쟁 발생을 방지하기 위한 인력을 배치하는 방식이 어떠냐고 권할 수밖에 없었고, 다행히 특별한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다.


결국 이렇게 즉시분리와 관련한 어려운 경우를 직면하게 된다면 합리성의 틀 내에서 구체적인 방안을 결정하도록 하고, 전담기구 등을 통한 공식적인 결정이 이루어졌다는 점, 분리의 구체적인 방법을 담은 내부문서의 작성을 통해 정당성을 마련할 필요가 있겠다. 


이런 즉시분리와 관련한 학교현장의 어려움에도 최근 다시 학교폭력에 관한 이슈들이 이어지면서 현행 3일 범위에서 이루어지는 즉시분리 기간이 7일로 연장됐다. 향후 이에 대한 분쟁이 더 심화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피·가해학생에 대한 학교장의 긴급조치
위와 같은 즉시분리 규정이 도입되자 학교는 이를 오해하여 피·가해학생의 분리가 즉시분리로 인정되는 7일로 한정된다고 생각하는 일이 잦다. 하지만 즉시분리 규정은 기존 내용에서 추가된 것으로, 과거에도 피·가해학생에 대한 학교장의 긴급조치를 통한 분리가 가능했고 이는 여전히 유효하다.


먼저 피해학생의 보호를 위해 학교장은 교육지원청에서 운영되는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이하 ‘학폭위’)가 개최되기 이전이라도 ‘학내외 전문가에 의한 심리상담 및 조언(제1호)’, ‘일시 보호(제2호)’, ‘그 밖에 피해학생의 보호를 위하여 필요한 조치(제6호)’를 결정할 수 있다.


「학교폭력예방법」에 따르면 학폭위에서는 피해학생에 대하여 ‘치료 및 치료를 위한 요양(제3호)’과 피해학생을 위한 ‘학급교체(제4호)’를 결정할 수 있는데, 이에 반하여 학교장이 내릴 수 있는 긴급조치에는 빠져있다. 그 때문에 학생이 입원하는 등 치료가 시급한 경우나 가해학생이 다수인 학급에 피해학생이 소속되어 피해학생 스스로 학급교체를 요구함에도 이러한 조치를 결정할 수 없는 난감한 일이 생기곤 한다.

이때에는 위 ‘그 밖에 피해학생의 보호를 위하여 필요한 조치(제6호)’라는 규정을 이용하여 피해학생의 치료나 피해학생의 임시적인 학급교체 등을 결정할 수 있을 것이다.


다음으로 가해학생의 선도를 위한 학교장의 긴급조치 종류로는 ‘피해학생에 대한 서면사과(제1호)’, ‘접촉 등 금지(제2호)’, ‘학교에서의 봉사(제3호)’, ‘학내외 전문가에 의한 특별교육이수 또는 심리치료(제5호)’, ‘출석정지(제6호)’가 있다. 이 조치 중에서 피해학생과 가해학생의 분리라는 목적에서 가장 애용되는 긴급조치는 ‘접촉 등 금지(제2호)’와 ‘출석정지(제6호)’가 꼽힌다.

 

다만 ‘접촉 등 금지(제2호)’ 조치는 가해학생의 의도적인 피해학생에 대한 접촉을 금지하는 것을 말하므로 교육활동과 학교 일상생활에서 이루어지는 의도치 않은 접촉을 모두 금지하는 것이 아니어서 피해학생 측에서 원하는 수준의 완전한 분리가 아니라는 한계가 있다. 그러나 적어도 가해학생 측에게 추가적인 학교폭력과 분쟁에 발생을 방지하기 위한 경각심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유용한 방법이다.


한편 ‘출석정지(제6호)’는 가해학생의 출석이 정지되는 동안 피해학생이 학교생활에서 정서적 안정을 도모하기에 가장 좋은 방법이다. 하지만 해당 기간동안 가해학생은 미인정 결석으로 처리되며, 그 기간을 어떻게 정해야 하는지 결정함에 어려움이 있다.

 

또 가해학생에 대한 긴급조치는 향후 학폭위에서 추인되어야 하는데, 출석정지는 상당히 높은 수위의 선도조치이므로 학교 입장에서는 추인 여부에 대한 부담감이 있다. 하지만 향후 학폭위에서 추인되지 않는다 하더라도 출석정지의 긴급조치가 부당하다고 할 수는 없다. 긴급조치를 하던 시점의 급박한 상황과 필요성을 살펴야하기 때문이다. 심의위원회는 출석정지를 추인하지 않는다고 할지라도 학교가 내린 결정, 즉 분리를 위한 출석정지가 과도하지 않다는 점을 확인해주는 과정이 필요할 것이다.  

 

피·가해학생에 대한 학교장의 긴급조치 결정은 학교장에게 재량권이 있다. 재량권이 부여된 것은 일방에서 요구한다는 이유로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학교현장과 구체적 상황에 맞추어 유연하게 결정하기 위함이다. 그러나 어떤 결정을 하더라도 학교장 긴급조치에 대하여 피해학생 측에서는 미진하다며 불만을 제기하고, 가해학생 측에서도 과도하다고 주장해 학교의 적절한 대응을 어렵게 하는 경우가 많다.  


이렇게 대립하는 두 당사자를 모두 만족시키는 것은 애초부터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관련 학생 측의 의견을 듣는 것도 중요하지만 결정 과정에 오랜 시간이 걸린다면 ‘긴급조치’의 취지인 신속성의 의미가 퇴색될 수 있고, 결정된 긴급조치 내용을 특별한 이유 없이 변경한다면 오히려 피·가해학생 측의 신뢰를 잃을 수 있을 것이다.


 

박종민 서울동부교육지원청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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