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외면 받는 '교육혁신안'

2007.08.24 11:31:25

교총 "백화점식 나열 불과"…교육부도 내용 잘 몰라

교육혁신위원회가 16일, 장기적이고 종합적인 교육개혁 방안이라며 야심차게 발표한 ‘미래 교육 비전과 전략(안)’이 ‘충분한 여론 수렴 없이 급조됐다’는 비판과 더불어 교원들로부터 외면 받고 있다. 교육부 관련 부서장들조차 “잘 모르는 내용이다”며 고개를 갸우뚱거릴 지경이다.

이런 분위기는 24일 오후 한국교육과정평가원 대강당에서 열린 ‘미래교육 비전과 전략안’에 대한 첫 공청회에서도 드러났다.

토론자로 나선 황환택 교총 부회장(부여 백제중 교사)은 “혁신위 방안은 외국의 제도들을 백화점식으로 나열해 현실성이 떨어질 뿐만 아니라, 방향이 잘못된 것이 많아 뿔 고치려다 소 잡는 우를 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서용선 전교조 정책교섭연구국장도 “비전안은 5·31확장판이라는 별칭을 붙여도 좋을 정도로 이전 내용을 종합 정리한 수준”이라며 “오늘 공청회가 처음인데 형식적으로 의견을 수렴했다고 밀어붙일 가능성이 우려 된다”고 밝혔다.

진동섭 서울대 교수는 “정권 말기에 이러한 청사진을 내놓으면 그 실행을 누가 책임져야 하느냐”며 “방안들을 실천하기 위한 구체적인 정책 수단에 대한 계획을 전혀 찾아볼 수 없다”고 발표했다.

혁신안 중 교사자격 유효기간을 설정해 주기적으로 자격을 갱신토록 하겠다는 것에 대한 교원단체들의 비판은 거셌다. 황환택 부회장은 “교직의 매력 감소와 교직 기피 현상을 초래해 궁극적으로 교원의 질을 떨어뜨릴 것”이라고 우려했고, 서용선 국장은 “같은 전문직종인 의사와 변호사는 왜 갱신하지 않느냐”고 따졌다.

예상했던 학제개편안 대신 제시된 초중등학교 통합운영과 고교 무학년제에 대해서는 현실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황환택 부회장은 “같은 학교급에서도 고학년과 저학년 사이에 충돌이 생기는데, 유초중고교를 통합할 경우의 부작용에 대해서 충분히 검토했는지 의문”이라며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상위권 진입을 위한 사교육만 부추길 것”이라고 우려했다.

고교 무학년제에 대해서는 “중등교원 법정정원 확보율이 82.5%에 불과한 현실에서는 불가능하며, 학제개편이 이뤄진 뒤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교원전문대학원 도입에 대해서는 “전문성 향상을 위해 검토할 수 있지만, 교·사대 중심의 목적형 체제는 유지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비전안이 충분한 의견 수렴 없이 마련됐다는 비판을 의식한 듯 정홍섭 교육혁신위원장은 “교육전문가와 각계각층의 의견을 수렴하고, 관계기관과 협의하면서 1년간의 작업 끝에 마련했다”고 공청회서 주장했다.
정종찬 chan@kft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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