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분 수업 30분 휴식 ‘블록타임’제로 학력 ‘업’

2011.02.03 16:29:41

학력향상 우수학교 대구 해안초

학교 주변이 온통 논밭이다. 인근에는 공군 비행장이 있어서 수업시간 에도 간간이 항공기 소음이 들려온다. 대구 해안초등교는 전교생 200명 남짓한 전형적인 대도시 근교 시골학교지만 ‘공부 못 하는 학생’이 한 명도 없음을 ‘공식’ 인정받은 ‘좋은’ 학교다. 교과부의 2010학년도 학업성취도평가 결과에 따르면 해안초에는 기초학력 미달 학생 제로(0)이기 때문이다. 강점은 살리고 약점은 보완하는 혁신적 리더십 발휘로 ‘'학생은 즐겁고, 교사는 보람되며, 학부모와 함께하는 행복한 학교' 만들기를 실현하고 있는 양해동 교장의 ‘지덕체(智德體) 실현’ 학교 경영 노하우를 따라잡아보자.





▶ [智] 3-SYSTEM(돌봄․채움․살림) 맞춤형 교육으로 학력 향상 실현=지난달 31일 오전. 수업을 마치는 종소리가 울리자 아이들이 운동장으로 뛰어나갔다. 추운 날씨에도 운동장에서 뛰어놀기도 하고 도서관, 컴퓨터실, 과학실 등 원하는 곳으로 이동해 개인 활동을 시작한다. 도서관으로 이동하는 한 학생을 따라갔다. ‘10분이면 책 한권 고르기에도 빠듯할 시간일 텐데…’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책 한권 집어든 그 학생은 느긋하게 도서실에 앉아 책을 읽기 시작한다. 독서는 30분간 이어졌다.

해안초의 특색 중 하나인 80분 수업, 30분 휴식의 ‘블록수업제’로 인한 풍경이었다. ‘집중이수제’를 실시하는 중고교에서나 볼 수 있는 수업을 초등에서 선도적으로 실시하고 있는 것이다. 양 교장은 “공부할 땐 열심히, 놀 때는 신나게 놀아야하지 않겠냐는 생각에서 시작했는데 아이들에게 자기주도적 학습능력이 생기고, 협동 놀이를 통해 양보와 공동체 의식은 물론 인성까지 발라졌다”며 자랑이 끊임없이 이어진다.

이재윤(6학년) 학생은 “쉬는 시간이 길어져 친구들과 더 친해졌다”며 “많이 뛰어 놀아 밥맛도 좋아져 튼튼해진 것 같다”며 좋아했다. 30분 휴식은 학생뿐만 아니라 교사들에게도 인기다. 매일 쏟아지는 업무 전달도 한 잔의 차를 마시면서 여유 있게 할 수 있고, 학년 간 정보나 자료 교류도 원활히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신경식 교감은 “관리자와 교사 간에 소통할 기회가 길어져 학교업무 추진에도 능률을 올릴 수 있어 좋다는 반응”이라고 전했다.





▶ [德] 해안꿈나무 5품제로 글로벌 인재 육성=지난달 31일 아침 등교 시간. 아이들은 교실 앞문으로 들어와 교사에게 공수로 정중하게 “선생님! 안녕하십니까?”라고 인사를 했고, 교사는 아이들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며 “열심히 공부하세요.”라며 반겼다. 명찰을 착용하고 공수로 인사하는 등 30가지 예절지수를 생활 속에서 실천하고 있는 모습은 인상적이었다.

인사와 함께 수업 시작 5분 전 전통 예절을 가르치고, 부모는 가정에서 5분간 바른 예절 지도를 이끈다. 양 교장은 “인사와 예절교육 덕분에 남을 배려하고 칭찬하는 정다운 학교 분위기가 만들어졌다”고 강조했다. 이렇게 예절 1급을 딴 아이에게는 박사, 칭호가, 독서 1급을 딴 아이에게는 장원, 줄넘기 1급은 달인, 수학 1급에게는 수재, 영어 1급에게는 영재의 칭호가 주어진다. 5개 분야에서 모두 최고 등급을 획득하면 '해안 박사'란 명예를 얻는다.

양 교장은 “꿈나무 5품제 길잡이 책자를 학년 초에 나눠 주고 교사의 지도를 바탕으로 스스로 학습하며 개별 점검표를 가지고 평가 및 피드백을 받도록 하고 있다”며 “전교생이 5품제에 도전하며 실력과 인성을 갖춘 참 인재로 자라고 있다”고 설명했다.




▶ [體] 줄넘기, 건강걷기로 기초체력 신장=지난달 31일 오후 운동장. 아이들이 줄넘기 연습에 한창이다. 삼삼오오 모여 모둠을 만들어 여러 발동작을 섞어 연습하는가 하면, 십자 뛰기와 2단 뛰기까지…. 실력이 제법이었다. 또 매일 아침 등교하면서 아이들은 운동장 세 바퀴 이상 도는 게 일상이라고 한다.
양 교장은 “한창 성장 발달 시기인데 절대적 운동 부족으로 인한 비만아의 증가와 정상적 신체 발달이 더디어진 현상이 안타까워 시작했다”며 “아침 걷기와 달리기 프로그램, 줄넘기 에 방과 후에도 많은 아이들이 참여하고 있어 자연스럽게 운동과 친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 [다양한 체험활동] ECO-GREEN 생활습관 기르기=해안초는 환경교육 프로그램 운영에도 힘을 쏟고 있다. 쓰레기를 분리해 버리고, 잔반도 남기지 않는다. 폐품 역시 허투루 버리지 않고 챙겨 재활용하며, 쓰지 않는 수돗물 잠그기도 꼭 실천한다. 이런 바른 자세는 '에코 그린' 운동을 실천하면서 이뤄낸 성과들이다. 에코 그린 통장 운영도 색다르다. 월 2회 폐휴지 모으기 및 음식 잔반을 줄여 모은 돈을 개인 통장에 입금해 줌으로써, 절약과 환경의 소중함을 가슴에 새겨 준다. 또 교사 동편의 900㎡ 규모의 텃밭을 통해 토마토, 고구마, 호박, 도라지 등 10여 종의 곡식이 제 빛깔을 내며 익어가고 모습을 수시로 들러 물도 주며, 식물의 한 살이를 배운다.

▶ [공교육 서비스 강화] 학부모 신뢰 쌓기=해안초의 학부모들은 학교 홈페이지를 통해 매 시간 탑재되는 학생들의 활동과 결과를 볼 수 있다. 가정통신문과 문자서비스로 학교 운영 전반에 대한 의견을 수렴하고 알림으로써 학부모의 참여도 유도했다. 그 결과 수업 공개 참여율이 90%에 달하는 등 신뢰가 높아졌다. 황은경 학부모는 “방학 동안에도 학교의 헌신적인 돌봄․채움․살림의 에듀케어 노력으로 아이들이 달라졌다”며 “자신감이 생긴 아이를 보며 선생님들에게 정말 감동받고 있다”고 감사의 말을 전했다.

▶ 모두가 즐거운 '행복한 학교'를 위하여=몸이 불편한 친구 돕기에 앞장서기 위해 선의의 경쟁을 하는 아이들. 선후배 간에도 서로에게 뒤질세라 수업에 더 충실하려는 아이들. 친구들과 사이좋게 지내고 몸가짐ㆍ마음가짐을 바로하려 노력하는 아이들. 봉사와 녹색실천이 몸에 배인 아이들. ‘해안이 최고’라는 자부심을 싹트게 만들어 준 교장 선생님과 교사들. 그들 모두는 2011년 신 학기에도 가슴에 단 ‘이름’표가 부끄럽지 않은 ‘행복한 학교’를 만들기 위해 한발 한발 전진해 나갈 것이다.
서혜정 hjkara@kft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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