⑦ 대전- 공문서 11.4% 감소… 수업 전념 돕는 것이 교육청의 존재 이유

2011.10.13 13:26:52

‘교육사랑운동’ 성과, 보통교육 기부 문화 불붙여
교대 박사과정 설치 환영, 초등 특수성 인정해야

선취업‧후진학 특별전형 지방 국립대 확대 필요
벌점보다 상점…‘상벌점제’ 모든 중‧고교서 운영






안양옥
=자주 뵙습니다.(웃음) 주말 대전교총의 등반행사에서도 뵙고 이틀 만(12일)에 이렇게 또 뵙네요. 국정감사가 지난 주 끝났습니다. 대전은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의 파행으로 변변한 답변조차 할 기회가 없었던 것으로 압니다. 감사가 이루어지지 않아 섭섭했다는 말이 흘러나올 만큼 지난 1년 교육감님은 참 많은 일들을 이뤄내셨습니다. 진보와 보수로 나뉘어 부침을 겪었던 일부 시도에 비해 시장, 시의회와 교육감의 견해차이가 적었던 것도 일조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최근 교육감선거제 보완을 놓고 여러 의견들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3선 교육감이신 김 교육감님의 의견이 궁금합니다.

김신호=4년째 파행을 거듭한 교과위는 정말 반성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절반이 넘는 시도교육청이 하루종일 기다리다 서면 답변을 제출했습니다. 이런 국가적 낭비에 대한 엄정한 조치가 아쉽습니다. 저는 2008년 보선에서 먼저 직선제를 경험했습니다. 문제점은 있으나 단점을 보완해가면서 정착시키려는 노력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선거방법도 완벽한 것은 없습니다.

오명성=현 교육감직선제에 문제점이 있는 것은 분명하지 않습니까. 다시 논의해야 합니다. 선출방식 논의는 교육자와 교육에 관계하는 사람들이 주체가 되어야 하며 헌법에 보장된 교육의 자주성, 전문성, 정치적 중립성은 지켜지는 선거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대전 교원들과의 대화에서도 공감대를 형성했지만 교직원과 투표시기를 전후해서 일정기간 초․중등 그리고 대학생을 자녀로 둔 학부모에게 투표권을 주는 폭넓은 간선제가 어떨까합니다.

안양옥=단점을 보완하고 교육자가 주체가 되는 선거가 될 수 있도록 교총이 중심이 되어 혁신안을 만들도록 하겠습니다. 공주교대에서 오랜 기간 초등교원을 양성해 오신 교육감님이기에 교대 박사과정의 필요성은 누구보다 잘 아실 거라 생각합니다. 4일 교과부-8개 교대 간 협약을 통해 내년 박사과정 설치가 현실화되었습니다. 앞으로의 방향성에 대해 짚어주시면 교총이 더 노력하도록 하겠습니다.

김신호=초등교원을 가르친 경험에 의해 말씀하신 것처럼 교대 박사과정의 필요성을 잘 알고 있습니다. 회장님이 나서서 밀어붙여주신 덕이라고들 합디다.(웃음) 고생 많으셨습니다. 대전의 경우 매년 초등 교원 박사학위 소지자가 증가하고 있으며, 현재 대부분 선생님들이 석사학위를 가지고 있어 학문적 연계 차원에서도 필요합니다. 특히 일반 대학과의 차별성 해소를 위해서도 꼭 필요한 사안이라고 생각합니다. 교대 박사과정은 초등교육의 특수성과 전문성에 걸맞게 운영되어야 합니다. 성공적 설치와 운영을 기대합니다.

안양옥=힘 실어주시니 확실히 탄력 받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반값 등록금 논쟁에서 시작되었지만 기부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습니다. 물질이던 재능이던 그간의 교육 기부는 대학, 그것도 수도권 일부 대학에 편중되어 온 것이 사실입니다. 이런 경향성을 뒤엎고 ‘해피스쿨 대전교육사랑운동’이 놀라운 성과를 이뤄내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초중등교육, 또 지역 기부를 성공적으로 이끌어내신 노하우가 궁금합니다.

김신호=과찬이십니다.(웃음) 회장님 말씀처럼 ‘해피스쿨 대전교육사랑운동’의 가장 큰 성과는 고등교육에 편중된 사회의 관심과 주의를 보통교육으로 돌리게 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대학교육도 중요하지만 보통교육이 먼저 탄탄해져야 고등교육도 발전할 수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71개 학교가 교육협력을 위한 MOU를 체결, 10억여원의 금품이 답지했습니다. 특히 지역 원로 화가이신 기산 정명희 화백께서 우리 학생들의 정서 개발을 위해 일생의 역작 1396점, 금액적으로도 177억 여 원이 넘는 기부를 해주셔서 잔잔한 감동의 파장을 불러 일으켰습니다. 이번 운동을 통해 시민들의 대전교육 사랑과 신뢰감이 표출된 것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매년 전국 최고수준의 학력평가 결과와 교육청 경영평가 1위, 청렴한 교육가족들에 대한 시민들의 신뢰가 복합적으로 작용했다고 봅니다. 대전교육가족들이 하나가 되어 적극 홍보하고 담당직원들이 밑바닥부터 훑으면서 노력한 것도 성공 요인이라고 생각합니다.

오명성=맞습니다. 현장에서도 그 성과를 생생하게 느끼고 있습니다. 각 학교와 기업, 단체, 대학 등 지역사회 인프라를 학교교육에 접목함으로 인해 결과적으로 서로를 보다 잘 이해하는 계기가 되고 있습니다. 대전교육사랑운동이 지속된다면, 대전 사회의 계층 간 단절로 인해 빚어졌던 많은 문제들도 해결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될 것으로 확신합니다.

안양옥=정말 부러운 성과입니다. 전국적 운동으로 확대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최근 유럽 방문을 통해 마이스터고·특성화고 학생들의 해외 인턴십과정 협력 협약을 맺는 등 고졸 취업 및 전문가 양성에 노력하고 계십니다. 교총에서는 ‘전문계중’(가칭) 설치를 통해 직업교육을 활성화하는 방안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교육감님의 의견을 듣고 싶습니다.

김신호=비정상적인 4년제 대학진학률을 개선하고자 하는 교총의 직업교육 활성화 방안을 관심갖고 지켜보고 있습니다. 지난 9월2일 스위스 연방직업교육청(OPET)을 방문해 중등단계 직업교육체제와 정책을 보고 왔습니다. 직업교육학교와 전공 관련기업이 교육과정 구성위원회를 설치해 교육과정을 개발함으로써 학교교육과 산업현장이 요구하는 직업전문성 괴리가 거의 없다는 점은 본받을 만 하다고 느꼈습니다. 청년실업률도 7.0%로 OECD 평균 12.4%보다 낮다는 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생각합니다. ‘전문계중' 설치는 우선 진로교육이 전제되어야 할 것입니다. 인생의 목표를 정하고 준비하는 것은 빠르면 빠를수록 좋습니다. 그러나 현재 우리나라는 초등진로교육이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습니다. 초등학생 개인별 진로교육과 상담 자료에 기초한 학교에서의 진로 안내를 학부형들이 인정하는 단계가 되어야 ‘전문계중’ 설립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가 가능하다고 봅니다.

오명성=대기업에서 전문계고 졸업생 채용에 높은 관심을 보이는 것은 대단히 고무적인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현재 대전 전문계고 직업교육은 전국적으로도 모범이 되고 있으며, 전문교과 선생님들의 자부심 또한 대단합니다. 이들 선생님들의 전문성이 향상될 수 있도록 연수(해외 및 각 종 산업체에 장기간 체류) 기회와 지원을 부탁드립니다. 직업교육이 성공하려면 선취업 후진학 특별전형을 지방 국립대에서도 확대 추진해야 한다고 봅니다.

인양옥=좋은 의견 감사드립니다. 교총의 정책 방향에 참고하도록 하겠습니다. 국감에서 이상민 의원(자유선진당)이 자료공개도 했습니다만, 대전의 경우 고교 폭력이 2009년 55건에서 103건으로 2배 가까이 급증했습니다. 비단 대전만의 문제가 아니지만 폭력과 교권추락은 연결선상에 있다고 봅니다. 교총이 ‘교권보호법’ 발의를 위해 지금 입법청원 활동도 하고 있습니다만, 학교 문화 개선과 교권 보호에 대한 교육감님은 어떤 해결책을 가지고 계시는 지 궁금합니다.

김신호=교총에서 추진하는 교권보호법의 취지에 많은 부분 공감합니다. 우리 교육청에서는 학생․학부모․교사의 의견을 수렴한 학교생활규정을 통해 자율과 책임 중시의 학교문화를 실현하고 있으며, 체벌을 대체하는 생활지도 방식으로 벌점보다는 상점 위주의 상벌점제(그린마일리지)를 모든 중‧고교에서 운영하고 있습니다. 학생들이 준수해야 할 내용과 위반 시 받게 될 교육벌이나 징계 수위를 학교규칙에 명시하고 엄격하게 적용, 교권을 보호하고 있습니다. ‘학부모 상담제’를 도입해 학부모 책무성을 제고하고, 보다 효과적인 대안교육을 위해 대안학교 설립도 추진하고 있습니다.

오명성=대전은 학부모들 교육수준이 높아 학생인권조례제정이 진정한 교육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습니다. 일부 진보교육감들이 시행하려고 하지만, 외국 사례에서 보듯이 머지않아 전통적인 교육으로 회귀하리라고 확신합니다. 40년간 현장교육에 매진한 사람의 정확한 진단이라고 보시면 됩니다.(웃음) 현장은 이론대로 움직이지 않습니다. 지금 교총에서 추진 중인 ‘교권보호법’에 대해 대전지역 교원들은 공감하고 있으므로 적극 적으로 동참할 것입니다.

안양옥=감사합니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대전만 같았으면 좋겠습니다.(웃음) ‘인화학교’ 사태로 재조명 되고 있는 특수교육 실태는 참으로 안타깝습니다. 교육감님께서 ‘다학문 융합형’ 특수학교를 추진하고 계시는데, 특수교육 발전 방안에 대해 말씀해 주셨으면 합니다.

김신호=영화 ‘도가니’가 우리사회에 끼친 파장은 엄청납니다. 다행히 대전에는 ‘인화학교’와 같은 사안은 발생하지 않았지만 항상 예의 주시하고 있습니다. 회장님 말씀하신 데로 내년 3월 개교 예정인 대전가원학교는 우리나라 최초로 시도되는 ‘다학문 융합형 특수학교’입니다. ‘다학문 융합’이란 특수학교․대학병원․대학 관련학과가 협력, 특수학교 경영에 참여, 최상의 특수교육 환경을 구축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면, 교사와 의사가 합동으로 교실을 회진하고 학생의 문제행동 등을 공동 처치(방문 진료 및 처방) 한다든가, 정기 컨퍼런스를 개최해 특정 문제행동 및 장애상황에 함께 대처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창의적 발상과 추진이 우리나라 특수교육 발전을 앞당기는 새로운 패러다임이라고 믿습니다.

오명성=항상 학생들에게서 눈을 떼기 어렵고 어려운 여건에서도 묵묵히 봉사하시는 특수교사에 대해 교육청에서는 지금까지도 잘 하고 있지만 더 많이 배려하고 지원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특수학교의 수업시수 경감이 절실합니다. 특수학급 선생님들에게 잡무를 맡기는 일도 없어야 합니다. 특히 이 부분 일선 교장선생님들이 유념하셨으면 합니다.

안양옥=자연스럽게 업무경감 이야기로 넘어가도록 하겠습니다. ‘업무경감119센터’를 운영하고 계시는데 어떻습니까. 실질적 개선 방안이 도출되었는지요.

김신호=‘업무경감119센터’는 실시간 사례를 접수, 문제점을 파악하고 해결방안을 제시하는 지원시스템입니다. 거의 매일 공문서 유통 현황을 모니터링 해 학교로 보내는 공문서의 양을 최소화하고 통계처리 T/F팀을 운영, 단순보고 문서를 감축한 결과 2011년도 상반기 문서 유통이 전년 대비 11.4% 감소하였습니다. 학교업무경감 중점과제로 발굴된 17건 중 우수사례인 기간제교사 인력풀은 공개전형을 거쳐 구축했습니다. 이외에도 교원이 중심이 된 행정업무 경감정책 연구팀을 운영, 경감방안 도출을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선생님들이 수업과 교재연구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교육감과 교육청의 존재 이유입니다.

오명성=수업과 교재 연구보다 교과부 및 국회의원들이 요구하는 각종 자료를 작성하는 일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것이 안타까운 현실입니다. 교육청의 ‘업무경감119센터’ 개설에 기대가 큽니다. 교원이 본연의 가르치는 기쁨을 진정으로 누릴 수 있도록 두 분 모두 더 힘써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안양옥=현장 선생님들이 가르치는 일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당위이며, 교육발전에 직결됩니다. 교육청과 교육감의 가장 큰 존재 이유가 학생과 선생님들이 안전한 공간에서 즐겁게 배우고 가르치는 일에 전념할 수 있도록 하는 일이라는 김 교육감님의 말씀은 지금 이 시점에서 우리가 다시 한 번 곱씹어 봐야 할 것입니다. 교총이 더 노력하도록 하겠습니다. 긴 시간 함께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김신호 교육감은 탄탄한 믿음을 바탕으로 대전교육을 이끌고 있는 3선 김 교육감은 공주교대를 나와 미국 아이오아 대학교에서 교육학박사학위를 받은 정통 교육학 전문가다. 성취욕구가 강해 일을 찾아서하는 열정적 리더라는 것이 교육청 내부의 평이다. 1999년 미국 바론스 후즈후에 의해 ‘21세기 아시아 500인 지도자’에 선정되기도 했다.

오명성 회장은 대전 출신으로 대전고와 공주사대를 졸업한 뒤 충남대에서 이학박사학위를 받았다. 교사들의 작은 목소리도 귀담아 듣는 자상함과 포용력을 지녔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오 회장은 충남여고, 동대전고, 대전외국어고, 대전과학고, 대전교육과학연구원 등을 거쳐 현재 대전둔산여고 교장으로 재직 중이다.
서혜정 hjkara@kft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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