⑨ 광주- “교육감 자격 초‧중등경력 포함해야죠”

2011.11.22 13:48:43




학생인권-교권 대립 아닌 동반자적 관계
인화학교 법인 취소…특수교육지원 강화



안양옥=오랜만에 뵙습니다. 8일이 취임 1주년이셨지요. 저도 교총회장이 된지 1년이 조금 지났습니다만, 교육계에 참 많은 일들이 있어서 그런지 길게 느껴집니다. 교육감님은 어떠셨는지, 1년의 소회를 말씀해 주시지요.

장휘국=지난 1년은 광주교육이 묵은 때를 벗고 ‘변화와 발전, 그리고 새로운 도전’을 향해 나아가는 ‘희망 1년’이었습니다. 그동안 보편적 교육복지 체제 구축, 모두를 위한 상생과 협력교육으로의 패러다임 전환, 교직에 대한 존경과 신뢰 회복, 소통과 참여행정 추진에 노력했습니다. 보람된 일은 직선 초대 교육감으로서 광주 시민에게 약속했던 내용들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면서 ‘광주교육이 변하고 있다’는 말씀을 많이 하고 계신다는 점입니다. 가장 힘들었던 일은 무엇보다 교육비리 근절 차원에서 교직원에 대한 감사와 징계가 예전보다 강화되어 관련자들을 징계해야 할 때였습니다. 특히 징계의 내용이 기준보다 가벼워 재심 청구를 할 경우에는 가슴 아팠습니다. 이 모든 것을 교직사회에 대한 존경과 신뢰회복을 위한 과정으로 널리 이해해주셨으면 합니다.

송길화=변화를 추구하려는 그간의 열정과 노력에 감사드립니다. 학생복지 확충과 교육부조리 척결, 공문서 유통량 감축과 교육청 주관 행사 축소 등을 통한 교원잡무경감의 노력은 치적이라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교육감님도 말씀하셨듯이 인사정책과 교육비리 척결을 위한 신고포상제나 청렴서약, 촌지수수 설문조사, 강압적인 감사 등은 다수의 교원들에게 교육자로서의 자긍심을 손상시키고 교육에 대한 의지와 교육에 대한 열정을 상실시키는 부정적 측면도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안양옥=송 회장님께서 교원의 자긍심을 말씀하셨지만 정말 요즘 교권이 말이 아닙니다. 얼마 전 광주에서도 학생이 교사의 머리채를 잡은 충격적 사건이 있었지 않습니까. 바로 어제 (17일) 광주 학생인권조례 선포식도 하신 것으로 압니다.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지는 것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광주의 경우도 지난 5년간 보다 작년 한 해 교권사건이 더 늘었습니다.(주광덕 의원 국감자료) 교육감님은 교권추락에 대해 어떤 해법을 가지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장휘국=교권침해 사건은 유감스럽게 생각하지만 이러한 일들이 학생인권을 강조하기 때문이라고 확대 해석하는 것은 적절치 못합니다. 오히려 학생인권이 보장되면 교권도 보장될 것입니다. 지난번 사건도 학생의 행동이 교권을 침해한 것은 분명하지만 사건 발생 이전에 교사가 지도과정에서 학생에게 비인격적인 말을 한 부분이 있습니다. 광주교육청은 학생인권과 교권이 대립구도가 아닌 동반자적 관계로 나아갈 수 있도록 실질적 지원책으로 교원인사과 내에 전담자를 배치, 교권증진센터를 운영하고, 학교 내 분쟁조정 및 법률자문․상담체계 구축 등 대책 마련에도 적극 나서고 있습니다. 앞으로 인권교육과 함께 권리를 행사하는 교육도 병행해 교사와 학생이 서로의 권리를 인정하고 모든 구성원들의 인권이 보장되는 인권친화적 학교로 만들어 나갈 것입니다.

송길화=교권추락과 교실붕괴현상은 위험 수위에 이르렀습니다. 학생인권조례를 관철시키려 하기 전에 먼저 추락하는 교권을 어떻게 살려 낼 것인가를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때입니다. 학교는 일단 사건이 발생하면 객관적 사실 확인이나 책임 소재의 경중을 따지기 보다는 학부모 달래기에 급급하고, 교사라는 이유로 개인 신상이 외부에 노출되는 것을 꺼려해 화해의 선에서 마무리 짓는 경우가 많습니다. 학교분쟁조정위원회가 있지만 구속력이나 행정력이 없어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대응 매뉴얼도 없습니다. 광주교육청이 발간한 ‘인권친화적 생활교육 및 교권 보호를 위한 교사 가이드북’이 유일한데, 구체성이 없고 법률 지원도 교육청 자문변호사로만 한정시키는 등 미흡한 점이 많습니다. 교육감님은 교권보호를 위해 애쓰신다지만 현장의 느낌은 그렇지 못합니다. 정당한 교육활동 중에 이루어진 교권 침해사건은 교육청 차원의 행정적 대처방안이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국가‧사회적으로 ‘교육활동 보호법’과 같은 근본적 예방대책도 마련돼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안양옥=교총에서는 교권 문제가 학교 차원을 넘었다고 생각하고 범국민운동을 벌일 예정입니다. 교육감님께서도 교권 문제에 좀 더 관심 기울여주셨으면 합니다. 올 가을 최고 이슈는 인화학교였습니다. ‘도가니법’이 제정되는 등 큰 파장을 불러일으켰는데요.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라고 생각되긴 하지만 그래도 고치지 않는 것보다는 낫겠지요. 교육감님은 낮은 곳, 어려운 학생들에 대한 관심이 남다르셨던 것으로 압니다. 특수교육에 대한 비전을 말씀해 주시기 바랍니다.

장휘국=인화학교 성폭력 사건은 취임 전 일이지만 광주교육 수장(首將)으로서 국민 여러분께 죄송하고 송구스럽습니다. 영화 ‘도가니’ 개봉 이후 인화학교 사건에 대한 국민적 공분이 일면서 교과부, 국회뿐만 아니라 광주시청, 광주광산구청 등 유관 기관과 면밀히 협의해 인화학교 법인취소를 오늘(18일) 결정했습니다. 현재 광주교육청은 장애당사자들의 의견 반영을 위해 특수교육운영위원회를 강화하고 특수교육지원센터를 개소하는 등 장애인에 대한 지원을 넓히고 있습니다. 특히 2013년 개교하는 선우학교(가칭)는 혁신학교로 지정해 친환경 미래학교로 설계, 장애학생들이 건강하고 안전한 학교에서 생활할 수 있도록 할 것입니다.

송길화=도가니 사건이 일어났던 그때 당시 공정하고 합리적으로 처리되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사건과 관련된 파렴치한 성폭력 가담자와 동조자들의 행동은 마땅히 지탄을 받아야 합니다. 더 이상 몰지각한 행위는 교육 현장에서 용납되지 않는다는 교훈을 남긴 것 같습니다. 한 점 거짓이 없이 왜곡됨이 없이 진실이 밝혀지기를 바랄뿐이지만 학교 교사간의 내분으로 교사 채용 뒷마무리가 석연찮다고들 합니다. 진정으로 인화학교 교사로서 말없이 묵묵히 교단을 지키며 헌신한 무고한 일부 교사들이 불명예스럽게 이 사건으로 매도당하여 불이익을 당하는 일이 없어야 합니다. 선의의 피해자가 더 이상 생기지 않도록 배려해 주시기 바랍니다.


교육청 공문서 감축 등 잡무경감 노력 성과
교사는 수업과 담임, 전문직 담임경력 신설


안양옥=동감입니다. 자, 그럼 화제를 좀 바꿔보겠습니다. 저는 진보니 보수니 하는 편 가르기를 참 싫어합니다. 특히나 교육에서는 그런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만 우리 사회는 지금 보수, 진보라는 양쪽으로 갈라져 많은 부침을 겪고 있습니다. 교육감님께서는 얼마 전 교육감 선거제 공동등록제 반대 의사를 밝히셨는데요. 교총은 교육감선거 자격에 있어 초중등 경력이 반드시 포함되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교사 출신 교육감으로서 교총의 입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선거제가 보완되어야 한다면 어떤 부분의 보완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시는지요.

장휘국=먼저 교육감 선거 자격에 있어 초․중등경력이 반드시 포함되어야 한다는 교총의 의견에 동의합니다. 특히 교육경력이 없는 경우에 교육감으로 출마하도록 하는 것은 헌법에 보장된 교육의 정치적 중립․전문․자주성을 침해하는 것이므로 문제가 크다고 생각합니다. 교육감 선거제도 보완은 직선 교육감제도가 시행된 지 1년도 되지 않은 상태에서 러닝메이트, 공동등록제 등이 제기되는 것은 지방교육자치를 확대․발전시키는 것이 아니라 정치적 의도가 다분하다고 생각합니다.

송길화=교육은 정치권과 지차제의 간섭이나 구속에서 벋어난 독립적인 활동이 이뤄져야합니다. 교육자치제를 말살하는 공동등록제, 시도지사 러닝메이트제도는 반대합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현재의 선거제도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교육주체의 다수가 참여하는 간선제나 교육감선출을 위한 주민 선거인단을 구성해 선출하는 방법도 생각해 보았으면 합니다. 철저한 교육감후보자의 검증과정을 거쳐 교육철학이 확고한 교육경력자가 교육감으로 선출 되어 교육을 이끌어 가야 하기 때문입니다.

안양옥=전문직 자격에 담임경력 신설 등 교육청 업무에 교직경력이 중요함을 잘 알고 계시는 교육감님의 신념이 느껴집니다. 교육경력을 없애고자 하는 움직임에 대해서는 공조해 나갔으면 좋겠습니다. 송 회장님의 후보자 검증 필요성에도 공감합니다. 교육자치 발전을 위한 좋은 제도 만들기에 교육계가 다함께 고민해 보면 좋겠습니다. 자사고 전형방식에 대한 시행령 개정이 추진되고 있습니다. 광주의 경우 우수학생 쏠림현상을 방지하기 위해 자기주도학습 전형을 제한해 오셨는데요. 교과부의 고교 다양화정책에 대한 교육감님의 입장은 무엇인지요. 또 공교육 강화를 위해 앞으로 중점 두실 사업은 무엇인지 말씀해 주시기 바랍니다.

장휘국=맞습니다. 최근의 담임기피 현상은 우려됩니다. 교사는 수업과 담임입니다. 제 교직생활을 돌아봐도 담임을 맡았던 아이들은 아직도 기억에 생생합니다. 교과부의 고교다양화 정책이 학생과 학부모의 선택권을 보장하고 교육으로 가난의 대물림을 끊겠다는 주장과 달리 양극화, 불평등을 오히려 조장하는 정책이라고 봅니다. 광주교육청은 공교육강화를 위해 지난 1년 동안 추진해 온 무상의무교육 확대, 방과후학교 활성화, 유치원․보건․특수․다문화교육 강화 등으로 보편적 교육복지체제 구축 등 정책들을 흔들림 없이 보완․추진해 나갈 계획입니다.

송길화=자사고는 교육과정 이수에 지장이 없는 범위에서 학교장에게 자율성을 부여해 책임과 권한을 대폭 이양해야 합니다. 교과부나 교육감의 지나친 행정 간섭과 규제는 학교 자율성을 침해하기 때문입니다. 하향평준화를 초래하고 개인의 학습능력 구분 없이 교육을 획일적으로 통제하는 평준화교육은 발전이 없습니다. 경제적으로 가난한 인재들에게는 일정부문 국가나 지자체가 재정을 부담하더라도 현실과 교육이론을 접목한 자사고나 특성화고 등 설립 취지에 맞게 자율 경쟁과 협력 등 다양한 교육활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종합적인 교육 체제를 구축해야한다고 봅니다.

안양옥=생각이 다르다고 미리 선을 긋고 서로의 의견을 듣지 않는 것만큼 문제가 큰 것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오늘 이렇게 만나 뵙고 이야기 나누면서 이견이 있는 부분에 대해서도 상대방의 입장에서 다시 한 번 생각하는 좋은 기회였다고 생각합니다. 교육감님 역시 같은 생각이실 거라 믿습니다. 평소 학부모들과의 대화나 만남을 정기적으로 갖고 지난 1년간 100개 학교를 방문, 교원들에게도 자주 편지를 쓰시던데요.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현장 교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 부탁드리겠습니다.

장휘국=저 역시 이렇게 자주 의견을 교환하면 좋겠습니다. 직선 교육감 시대가 개막되면서 교육에 대한 국민의 관심과 요구가 무척 높아졌습니다. 그러나 공교육을 바라보는 국민의 시선이 곱지 않고, 교육에 대한 신뢰와 존경의 모습도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공교육에 대한 불만족과 실패의 책임을 모두 선생님들이 떠안고 있기도 합니다. 선생님들의 자발적 실천과 희생이 어느 때보다 중요합니다. 새로운 교육희망을 만들어 나가기 위해 선생님이 먼저 학생과 학부모에게 더 다정하고 따뜻하게 다가가 주셨으면 합니다. 광주교육을 책임지고 있는 한 사람으로서, 경쟁과 차별의 교육을 넘어 협력과 상생의 교육으로 모두를 위한 교육을 실현해 내겠습니다.

송길화=요즘 광주교육은 양자 대결로 좌충우돌 난장으로 내몰리고 교권과 학생인권, 학부모와 학교(교원)가 대립적 관계로 각을 세워 혼란과 갈등이 심화되고 있습니다. 이런 때 일수록 이성을 잃지 말고 교육자적인 양심에 따라 학생을 올바르게 가르치는 일에 소임을 다해야 할 것입니다. 광주교총회장으로서 정당한 교육활동으로 교권이 침해될 경우는 교권옹호를 위해 최선을 다해 심부름하겠습니다.

안양옥=교육감님이 펼치시는 ‘행복한 학교, 신나는 교실’이 이루어지길 기대합니다. 송 회장님이 가끔 말씀하시는 ‘공명조’(몸은 하나에 머리가 둘 달린 새) 이야기로 오늘 이 자리를 마무리하면 좋을 듯합니다. 하나의 먹이를 두고 싸우다가 상대방에게 독약을 먹여 결국 자신도 죽고 말았다는 그 새가 요즘 우리 현실과 참 흡사합니다. 반면 눈과 날개가 하나밖에 없어 제대로 보지도 날지도 못하는 새는 두 마리가 날개를 가지런히 하면(비익ㆍ比翼) 어디든 가고 무엇이든 할 수 있는 ‘비익조’가 됩니다. 전설을 한번 현실로 만들어 봅시다.

장휘국은 1950년 충북 단양에서 태어나 광주에서 수창초, 서중, 광주고, 광주교대를 졸업했다. 1970년 교사생활을 시작했고, 1978년부터 중․고교에서 재직했다. 5.10 교육민주화선언, 전교조 결성 주도 및 해직, 복직 등을 거치며 교육 운동을 주도했다. 28년 평교사 출신으로 소탈하고 온화한 품성이면서도 원칙을 견지한 신념의 소유자로 평가받고 있다.

송길화는 광주교총 출범이래 첫 직선, 첫 교사 회장에 당선됐다. 전남 강진 출신으로 강진군 군동초, 강진중, 강진농업고, 광주교대를 졸업한 뒤 강진 군동초를 시작으로 광주화정초, 광주대성초 등을 거쳐 현재 유안초 교사로 재직 중이다. 한국청소년광주연맹 전임지도자 연합협의회장, 전국 시·도교총회장협의회장 등을 지냈다.



서혜정 hjkara@kft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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