⑩ 제주 - ‘학교살리기’ 첫 걸음, 소규모학교 지원‧육성을

2011.12.01 13:58:04





세계7대 자연경관 선정… 자긍심 교육해야
3년간 우선 지원, 분교 거쳐 통‧폐합 절차

안양옥=거의 1년 만에 뵙지요. 11월12일 제주가 세계7대 자연경관에 선정되던 날, 교총이 전국교원배구대회를 용인에서 개최했습니다. 제주에서 부자(父子)가 선수로 참여하는 등 화제가 되기도 했지만, 제주의 경사 때문에 특히나 더 빛이 났던 것 같습니다. 다시 한 번 축하드립니다. 교육감님께서 주도적으로 활동을 하신만큼 감회도 남다르실 텐데요. 세계7대자연경관선정의 의미와 교육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말씀해 주시기 바랍니다.

양성언=회장님께서 전국교원들과 제일 먼저 축하를 하셨군요.(웃음) 감사합니다. 대한민국 제주가 세계7대자연경관에 선정된 것은 200만 년 전 생성된 자연과 더불어 긴 세월 동안 인간이 살아가면서 만들어낸 문화가 있는 세계 유일의 화산섬으로서의 가치를 전 세계인으로부터 인정받은 결과입니다. 또한 미래의 주역인 우리 어린이와 청소년들에게 ‘세계 자연 박물관-제주’를 물려주는 역사적 과업을 이루어 냄으로써 대한민국 국민으로서의 자부심과 긍지를 심어주게 된 것입니다. 앞으로 세계7대 자연경관에 선정된 제주의 자연유산을 보존하고 알리는 환경․관광교육을 확대해 교육적으로 계승, 발전시켜 나가는데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이창준=안 회장님 말씀하신대로 그날 많은 분들로부터 축하의 박수를 받았습니다. 변방이 아니라 국제적인 도시로서의 명성을 더해가는 제주에서 아름다운 자연경관으로 선정된 자부심을 자라나는 청소년들에게 전달하고 글로벌 인재로 성장할 수 있는 동기부여를 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고 생각합니다. 교육청과 보조를 맞춰 제주교총도 노력하겠습니다.

안양옥=글로벌인재를 말씀하셨으니 짚고 가겠습니다. 지난 9월 한국 최초 공립국제학교인 한국국제학교(KIS, Korea International School Jeju)와 사립국제학교인 노스런던컬리지잇스쿨(NLCS Jeju)의 개교로 명실상부한 국제교육도시로의 출발점을 찍었습니다. 귀족학교 논란도 있었는데, 글로벌인재양성의 동북아 중심도시 제주로 성장하기 위한 교육감님의 플랜이 궁금합니다.

양성언=영어교육도시 내 시범국제학교 공‧사립 1개교씩(KIS, NLCS Jeju)을 지난 9월에 개교, 운영하고 있으며, JDC에서 내년 9월 캐나다 브랭섬홀아시아(BHA)와 미국계학교 1개교(St. Albans 와 Noble & Greenough 중 1) 유치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영어교육도시 내 6~7개 초중고 통합국제학교가 설립되면 9000여 명의 학생이 혜택을 받을 수 있습니다. 국제학교에 내국인 학생은 물론 중국․일본․필리핀 등 아시아 학생유치에도 노력해 동북아 교육중심지, 국제자유도시로서의 기반조성에도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국제적 수준의 교육환경과 우수한 외국인 교원 등을 활용한 공교육 체험프로그램과 교원교류 활동을 통해 제주 공교육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는 계기로 삼고자 합니다.

이창준=일부 부정적 시각이 있는 것은 맞습니다. 하지만 제주 영어교육도시 성공은 우리나라 전체 교육현장에 시너지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확신합니다. 해외유학으로 발생했던 부정적 요인들을 잘 알고 있지 않습니까. 두고 보십시오. 글로벌인재로 성장한 이들은 동북아금융과 국제무역 등 다양한 분야에서 역할을 다할 것입니다. 제주지역 학생들도 공정한 경쟁을 통해 입학하고 사회적 배려대상은 교육청에서 지원함으로써 갈등을 해소할 수 있을 것입니다.

안양옥=국제학교 등 화려한 도약의 이면에는 소규모학교 통폐합의 그늘도 존재합니다. 제주시나 서귀포시 외에는 학생수가 줄어들어 고민이 많은 것으로 압니다. 지난 9월 ‘적정규모 학교 육성방안’을 마련해 2014년까지 본교 기준으로 학생 수 60명 이하(분교장은 20명 이하)인 소규모 학교를 통·폐합하겠다고 밝히셨습니다. 통폐합 과정과 그 이후의 교원 수급은 어떻게 풀어갈 생각이신지요.

양성언=회장님 지적하신 것처럼 소규모학교 통폐합은 여러 상황이 얽혀있습니다. 학생, 교원, 수업 및 교육환경 등 모든 상황을 고려하되, 가장 우선적으로 생각해야할 것은 학생들의 교육적 효과라고 생각합니다. 13개 대상학교를 2014년까지 통폐합시키겠다는 것이 아니라 3년 유보기간을 둬 우선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입니다. 그 후 성과 등을 감안, 매년 교육환경이 가장 열악한 2~3개 학교를 선택해 인근 학교로 통합할 것인지, 아니면 분교장 개편으로 학교를 계속 존속시킬지 여부는 학부모와 지역주민의 의견을 존중해 반영할 계획입니다. 실제로 납읍초등교의 경우 지역주민들이 임대주택을 짓는 등 초등생 유치에 나서 폐교위기를 넘기기도 했습니다. 학생 수 20명이 넘으면 어떻게든 살려보자는 것이 교육청의 방침임을 알아주셨으면 합니다. 2012년 이후 정년퇴직 예정자와 학교신설 수요를 감안했을 경우 교원수급에는 큰 무리가 없을 것입니다.

이창준=읍‧면 단위지역에서의 학교는 지역주민들에게 상징적 의미를 갖지만, 최근 12만 명이 넘던 학생 수가 9만여 명으로, 앞으로는 더 줄어들 것입니다. 이런 현상 속에서도 도심 일부학교는 과밀학급으로 학교를 신‧증설하는 현상도 있습니다. 도시공동화 또는 이주로 발생하는 현상이지만, 이런 사회적 요인들을 교육으로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합니다. 행, 재정적 지원을 통해 특색 학교로 거듭 날수 있도록 도와야 할 것입니다.

안양옥=교육감님이 어느 시도보다 뚜렷한 의지를 갖고 계신만큼 특색 학교로 현장에도 거듭나려는 노력이 반드시 전파되리라 생각합니다. 교총도 ‘학교살리기 범국민운동’을 지난주부터 본격적으로 벌이고 있습니다. 작은 학교 교육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는 만큼 제주발 좋은 사례가 있으면 중앙으로도 많이 알려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어제(11월28일) 교총과 전교조, 한국교육의원총회가 공동으로 ‘교육감‧교육의원 선거법 개정 공청회’를 열었습니다. 교육감 출마자의 교육경력 5년 이상, 교육의원제도 유지, 교육위원회 독립형 의결기구화 등에 의견을 같이 했습니다. 교총에서는 더 나아가 초중등 경력 포함, 학부모-교사 등 직접 당사자 직선제까지도 생각하고 있습니다. 3선으로 다양한 선거제도를 경험하셨고 초등 출신이기도 한 교육감님의 의견이 궁금합니다.


'교육감 초‧중등경력, 교육의원 상임위 선출' 공감
토요일은 ‘음악‧스포츠데이’… 1인1기, 클럽활성화


양성언=교육감협의회에서도 용역연구를 했습니다만, ‘논의되고 있는 개정안은 헌법 제31조에서 보장하고 있는 교육의 자주성, 전문성, 정치적 중립성을 크게 훼손할 우려가 있다’는 것을 들어 교육경력자를 현행대로 선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도출되어 있습니다. 저는 현행 선거제가 정치와 정당에 영향을 받고 있는 것을 모두 알면서도 이 조항을 들어 외면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회장님 말씀처럼 출마자 경력은 교육감이 보통교육을 관장하고 있기 때문에 초중등 경력포함이 필요하다는 점과 직접 당사자의 직선제도가 현실적으로 가장 바람직하다는데 동의합니다. 또 제주도는 상임위에서 교육의원을 선출하기 때문에 교육의원제도가 무리 없이 유지됩니다. 다른 시도에서도 그렇게 하면 되지 않을까요.

이창준=정당공천제도나 공동등록제는 안됩니다. 선거인단을 교육 주체로 한정하는 방법은 대안으로 제시 할 수 있습니다. 두 분 뜻이 일치 되는 것처럼 다른 시도의 생각도 일치되면 좋겠습니다.

안양옥=고맙습니다. 이렇게 화끈하게들 말씀해주시니 힘이 납니다. 제주를 모범사례로 삼아 하나하나 풀어나가기 위해 뜻을 모아가겠습니다. “실력 있고 인성 바른 건강한 시민을 육성하자는 교육의 목적에는 좌우 차이가 없어야 한다”고 하신 말씀이 기억납니다. 좌우, 진보‧보수 등 교육현장이 너무 혼란스럽습니다. 1학생 1교사 멘토링 활동인 ‘사랑의 끈 잇기 사업’을 벌이고 계시고, 간접체벌 허용 입장도 밝히셨지요.

이창준=최근 참으로 부끄러운 패륜적 교권침해 사건 발생으로 선생님들이 많이 힘들어했습니다. 학생전출로 사태를 마무리는 했지만 아직도 많은 선생님들은 선진 교육제주에서 일어나서는 안 될 일을 경험한 기억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다행스러운 것은 교육감님이 단호하게 교권옹호 조치를 취해 주신 것입니다. 학생인권조례안을 바탕으로 한 학칙개정 등으로 교권은 학교수업을 정상적으로 진행할 수 없을 만큼 추락해 있습니다. 핸드폰, 전자기기 사용을 규제하지 못하고 있으며 두발, 복장, 흡연 등 학생기초생활 질서도 무너지고 있습니다. 학생자율권은 허락하지만 책임과 의무도 중요하다는 점을 심어 줄 수 있어야 합니다. 교사, 학부모, 학생, 지역사회가 어우러지는 시대에 맞는 교권보호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교사가 열정과 깊은 사랑으로 교육에 임할 때 중도탈락 학생을 줄일 수 있으며 사회가 요구하는 인재를 키울 수 있습니다.

양성언=모든 일간지가 ‘전북의 학생인권조례 부결’을 사설로 썼을 만큼 이 문제가 지금 전국적으로 이슈가 되고 있습니다. 이 회장님 말씀처럼 제주도 일련의 전국적 현상에서 예외는 아닌 듯합니다. 저는 교육은 기본이 튼튼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인성교육이 뭐겠습니까. 학생, 교사, 학부모의 3박자가 맞으면 되지 않겠습니까. 제주도 내 183개 모든 학교에 예산을 지원해 ‘사랑의 끈 잇기’ 사업을 통해 학습 및 생활지도에서 발생하는 문제점을 해결하고 예방하기 위해 계속 노력할 것입니다.

안양옥=‘사랑의 끈 잇기’ 사업은 좋은 롤 모델이 될 것 같습니다. 교총이 앞장 서 홍보하도록 애쓰겠습니다. ‘청정’ 제주에서도 그런 사건이 일어나는 걸보니 전국적인 현상이 맞는 것 같아 씁쓸합니다. 지난 달 제주교총 주최로 ‘제주어축제’도 열렸습니다만, 요즘 우리 아이들은 물론 교원들까지도 욕설, 수업시간의 이념성 발언을 하는 등 언어사용에 문제가 참 많습니다. 한국교총이 언어문화캠페인도 벌이고 있지만 학교와 가정, 사회가 함께 관심을 갖지 않으면 해결이 어려워봅니다. 오랜 경험을 바탕으로 조언 부탁드립니다.

양성언=인터넷 ‘선플달기’도 제주에서부터 시작된 운동이었습니다. 욕설은 그 자체로도 문제지만 학교폭력의 주원인이라는데 더 큰 문제가 있고, 앞서 지적하신 교권침해 사건이 빈번히 발생하는 것과도 관련이 있습니다. 따라서 문제의 심각성을 깊이 인식하고, 이를 개선하기 위한 범사회적 노력이 필요합니다. 한국교총이 펼치고 있는 학생 언어문화 개선 캠페인이 그 좋은 예라고 생각합니다.

이창준=맞습니다. 사라져가던 제주어가 ‘제주어축제’를 통해 학생들의 참여가 늘어나는 등 살아나고 있습니다. 조상의 얼과 함께하는 제주어의 보편적 사용은 한국교총에서 시행하는 언어문화캠페인과 일맥상통 합니다. 전자문자에 익숙한 세대들에게 올바른 언어사용은 바람직한 일이며 이런 책무는 현장에서 사명감을 갖고 이뤄내야 합니다.

안양옥=문화관광지가 많은 제주의 경우는 주5일 수업 정착이 다른 시도보다 빠를 것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내년부터 자율 실시되는 주5일 수업, 제주의 경우는 어떻게 준비하고 계시는지요.

양성언=격주 5일에도 걱정은 많았습니다만 이제 정착되지 않았습니까. 마찬가지일겁니다. 학생들이 다 학교로 오니까 어차피 출근해야하지 않나 생각하는 교원들도 많지만, 지역사회에서 프로그램을 많이 개발하고 협조하면 잘 정착될 겁니다. 저희는 모든 학교에 악기를 구입하도록 하고 스포츠클럽에 10억을 지원했습니다. 토요일은 ‘음악‧스포츠 데이’가 되어야 할 것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창준=교육감님 말씀대로 악기와 스포츠를 통한 정서 함양이 토요일 프로그램의 핵심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삼성초와 제주여고가 ‘전국학교스포츠클럽축구대회’에서 우승한 것도 교육감님의 클럽활동 지원 덕분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안양옥=교총은 문화체육관광부-교과부-교총 3자 MOU를 통해 주5일 수업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추진 중입니다. 학교를 살리기 위해 지역, 학부모, 기업, 관공서 할 것 없이 온 나라가 나서야 할 때입니다. 오늘 귀중한 시간, 좋은 의견을 많이 주셔서 멀리 제주까지 온 보람이 큽니다. 교총의 정책에 앞으로도 관심과 힘 실어주실 것을 부탁드립니다.


양성언은 40여 년 동안 교육 외길을 걸어온 제주지역 대표 교육자다. 외유내강형으로 '조용하고 부드러운 카리스마'의 소유자라는 평을 듣는 그는 초등교사 출신으로 제주도내 최초로 특수교사 자격증을 취득하고 대구대 교육대학원에서 특수교육을 전공, 특수학교인 제주시 영지학교 교감과 교장을 지냈다. 제12대 교육감으로 재직할 당시 서귀포시 지역에 특수학교인 온성학교를 유치하는 등 제주지역 특수교육에 남다른 관심을 쏟기도 했다.

이창준은 제주제일고, 경희대를 졸업하고 부산대 대학원에서 체육학 박사학위를, 러시아 국립게르젠사범대에서 명예체육학박사학위를 받았다. 제주대 체육학부 교수로 재직 중이며 제주대 자연과학대 학장과 생활체육지도자연수원장 등을 역임했으며 전국시도교총회장협의회장, 대한민국 ROTC중앙회 부회장, 제주특별자치도체육회 부회장 등을 맡고 있다.
서혜정 hjkara@kft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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