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에 맞는 새 교권 확립해 나가자

2011.12.15 18:53:53

교권추락, 어떻게 회복할 것인가 ▨ 교총-중앙일보-KEDI 교육포럼

담배를 빼앗긴 중학생이 교감을 폭행하고 교사의 머리채를 잡는 등 교사에 대한 학생의 폭언, 폭행 사건이 잇따르고 있다. 교사에게 욕설을 서슴지 않는 학생 언어문화, 정치색이 가미된 학생인권조례 제정 등 막나가는 교실에서 홀로 떨어진 듯 어려움을 호소하지도 못하고 있는 교사들. 13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교권추락, 어떻게 할 것인가’ 교육포럼에서 이주호 교과부 장관은 “요즘 세대에 맞는 새로운 권위를 확립해 나가자”며 “학교문화를 개선해 교사도 학생도 행복한 학교를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양옥 교총회장은 “교권추락 문제를 해결할 주체는 교사일 수밖에 없다”며 “지금은 학부모, 정부가 교사에게 힘과 용기를 북돋워줘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폭력 등 불거진 사례보다 큰 문제는
일상적으로 교실에서 소외되는 교사

조례 아닌 학칙 바람직, 부산 100% 학칙 규정
언어가 인성의 기본…선도학교 100개교로 늘려

김태완
=최근 연이은 학생, 학부모에 의한 교원 폭언·폭행사건으로 교권추락, 교실붕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큽니다. 현장 실태를 김정희 선생님께서 먼저 말씀해주시지요.

김정희=한 마디로 소란스럽습니다. 몇 명이 분위기를 망가뜨리면 일반 학생도 동조합니다. 강력한 제재수단 없어 말로 되풀이하다보면 많은 시간을 수업보다 분위기 만드는데 할애하게 되죠. 상벌점제가 일부학생에겐 먹힐지 모르지만 큰 효과는 없습니다. 폭력 등 사회적으로 크게 부각되는 문제보다 작지만 이렇게 조금씩 무너져가는 교실, 교사를 소외시키는 문화가 더 큰 문제입니다. 어쩌면 학생인권조례 등의 지나친 부각으로 인권에 대한 이해도 없는 초등학생조차 아무렇게나 행동해도 된다는 생각을 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안양옥=교총은 그동안 교권추락에 대한 설문조사를 지속적으로 해왔습니다. 김 선생님 지적처럼 큰 건 제쳐두더라도 20%의 학생이 ‘교사의 생활지도에 불응하는 학생이 많아졌다’고 답했습니다. 작은 것 같지만 교실에서 7~8명이면 얼마든지 집단을 움직일 수 있습니다. 주광덕, 김춘진, 이상민 의원 등 여야를 막론하고 모두 인권조례제정 이후 학생이나 학부모가 교사를 폭행하는 수치가 늘었다는 국감자료를 내놓은 것을 보면 공감대는 형성된 것 아니겠습니까. 교과부가 좀 더 확실한 대책을 내주셔야 합니다.
 
최미숙=아이들은 정보습득이 빠른 만큼 파급도 신속합니다. 인성교육 없이 공부만 강조해 온 문화도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학부모입장에서 아이들을 때리지 말라고 하는 것은 쉽지만 어느 정도의 제약은 필요하겠지요. 교육청이 나서서 조례를 만드는 것이 과연 맞는가는 생각해볼 문제지만 두발이나 교복 등 실질적 면학분위기를 만들기 위한 노력을 문제로 보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이주호=인재대국으로 가기위한 첫걸음은 바른 인성입니다. 교권추락, 교실붕괴 문제는 교과부가 종합적으로 대처해야한다고 봅니다. 먼저 인권조례로 접근하는 것은 잘못이며, 체벌은 일률적 금지가 아닌 학교 내에서 학칙으로 규정하는 것이 맞습니다. 최근 교과부에서 교육벌 등 학칙자료를 조사했는데, 부산의 경우 100%가 학칙으로 정하고 있었습니다. 이런 사례들이 더 알려지면 좋겠습니다. 교총과 함께하는 언어문화개선캠페인 등도 교사존경 문화조성의 기반이 될 것입니다. 말이 가장 기본이니까요. 내년엔 언어문화선도학교 100개교로 늘리고 선플운동. 학생들에게 인기 있는 아이돌 등을 홍보대사로 위촉 좀 더 학생들에게 가까이 다가가려 합니다. 또 인성교육 차원에서 남을 배려하는 교육도 강조하려합니다. 수업을 재미있고 흥미롭게 진행하고 스포츠, 예술교육을 통해 즐거운 학교를 만드는 등 전체적 접근을 통해 근본적 해결을 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입니다.

김태완=언어 문제는 어떻습니까.

김정희=교사가 조금만 주의를 주면 대뜸 “왜요?” 이런 식으로 반응합니다. 초등 5학년 아이들은 심합니다. 다시 언어예절부터 가르쳐야죠. 수업을 하다보면 뒤에서 욕하는 소리가 들린다. “제 뭐래냐” 같은 말이 들리는 거죠. 교원능력평가 시기에는 더 심합니다. 교사도 그런 말 들으면 당연히 상처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최미숙=학사모에서도 ‘바른말고운말’ 운동을 하고 있습니다. 아이들의 불만, 스트레스를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냥 그렇게 말하지는 않을 테니까요.

안양옥=선도학교를 늘리는 것은 고무적입니다. 교권추락의 근본 원인을 언어문화로 보고 교총에 적극 협조해 주시고 있는 장관님께 감사드립니다. 맞습니다. 교실붕괴는 언어폭력에서 시작됩니다. 교사 사기저하는 학생으로부터 시작됩니다. 초5~6학년이 1~2학년에나 가르칠 것을 배워야하는 퇴화현상은 학교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학교와 가정, 사회가 협력적으로 범국민운동을 벌이지 않으면 이 문제가 해결될 수 없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공교육이 무너지면 그 손실을 고스란히 사회가 짊어져야 한다는 것을 간과해선 안 됩니다.

김태완=회장님 말씀대로 학교교육에만 책임을 돌릴 문제는 아닙니다. G20을 치르는 등 국격은 높였으나 문화의 격은 아직 그 수준에 이르지 못한 것 같습니다. 정부차원 노력이 필요하지 않습니까.

이주호=교과부, 여성가족부, 교총, 언론 등 범사회적 민관협동 운동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내년에 문화적 국격을 높이는 캠페인을 함께하면 좋겠습니다.

안양옥=책임은 한쪽에 있지 않습니다. 과거에 교사가 권위적이었지만 지금은 반대로 학생인권조례 등으로 교원이 침체된 상태입니다. 평교사는 돌파구가 없습니다. 교사에게 외적 동기가 아니라 직‧간접적 자극을 학부모가 주어야 합니다. 행정당국 교육청, 지원청에서 왜 교사가 담임을 회피하는 지를 헤아려야 합니다. 학급분위기는 담임교사에게 달려있지 않습니까. 집에서도 지원청에서도 돋우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은 필요합니다. 담임교사에게 승진 가산점을 줘서라도 지원하셔야 합니다.

이주호=권위에만 의존할 수 없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요즘 세대에 맞는 새로운 권위를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요. 스승의날 사제동행 콘서트를 하는 등 학생과 함께하는 행사를 하거나 학생 대상 시상식에 교원도 모시고, 학부모 연수에 교사가 함께하는 등 서로 소통하고 같이 학교의 문제점을 논하는 시간을 가지면 어떨까요. 참여하는 가운데 존중풍토를 이룰 수 있도록 교과부도 노력하고 있습니다.

안양옥=동의합니다. 네트워크사회, 통섭 시대에 맞는 좋은 프로그램이라고 생각합니다. 좋은 제안입니다.


스승의날 사제동행 콘서트 개최 등
함께 소통하는 새 ‘권위’ 만들어야

초임‧예비 교사 생활지도 연수 필요
학부모-교사 공감대 형성, 격려해야


김태완=교사-학부모, 교사-학생이 더 가까워질 수 있겠습니다. 내년 스승의날, 기대됩니다.

최미숙=좋은 말씀입니다. 학부모가 학교에 좀 더 편하게 갈 수 있는 기회가 많았으면 합니다. 학부모를 학교가 파트너로 삼아 개방적이 되면 좋겠습니다.

김정희=지역사회, 학부모와 함께하기 위해 학교는 이미 주5일제, 방과후 등 많이 열려있습니다. 다만 선생님이 내 아이에게 특혜를 줄 거라는 생각을 가지고 학교에 오는 학부모가 있다는 것이 교사의 입장에선 부담스럽다. 내 아이, 내 반 등 관련 없이 학교를 돕는 문화와 인식이 자리 잡았으면 좋겠습니다.

이주호=학부모정책과에서 지원 사업으로 학부모를 학교 봉사활동에 참여시킨 적이 있는데 반응이 참 좋았습니다. 함께하는 문화 조성을 위해 더 많이 지원하고 사례 전파도 해야겠습니다.

최미숙=맞습니다. 부모교육을 받지 않고 부모가 되고 학부모가 됩니다. 학부모교육도 평생교육차원에서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김태완=그럼 좀 분위기를 바꿔 법적 관점에서 성 교수님은 교권추락, 어떻게 보시는지요.

성낙인=교총에서 교권옹호위원장을 하면서 세상이 참 많이 변했음을 실감합니다. 지난주에만 25건의 교권소송을 심사했을 만큼 정말 소송이 많아졌어요. 군대도 그렇고 학교도 그렇고 웬만하면 덮고 가려합니다. 책임을 교장에게 묻는 제도가 갈등을 확대 재생산하고 있지 않나싶어요. 연대책임은 없애려는 것이 사회적 흐름이니, 학교와 군대도 시대상황에 맞게 교정할 필요가 있겠고 어쩔 수 없는 소송은 구조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이주호=공감합니다. 책임소재가 불명확한 소송은 교육청이 책임지는 내용을 담은 법안을 교과부에서 발의하려고 준비하고 있습니다. 학교장이 적극적으로 대처할 수 있도록 연수도 계획하고 있습니다. 학교안전공제사업을 확대해 정신적 피해도 구제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최미숙=학부모가 억울한 사례도 없도록 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안양옥=교장 연수도 필요하지만 초임이나 예비교사에 대한 교육과정이나 연수가 절실합니다. 초등 초임교사가 바로 고학년을 맡았을 때, 학생이나 학부모에 대처하는 방안 등이 준비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부분에 대한 교육이 꼭 필요합니다. 신경질환 등 소수학생 대응, 일반 학생 대응 기술 등을 교사에게 연수하고 미리 교육과정에 넣어야 합니다.

김정희=오늘 제가 이 자리에 간다고 하닌 동료들이 교사의 전문성이 떨어져 이런 일이 일어나는 게 아니라는 말을 강조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생활지도 능력을 예비교사에게 가르치는 것은 필요하지만 학생에 대한 기초적 제제가 너무 가벼운 것이 문제임을 알아야합니다. ‘복도에서 뛰면 안 된다’는 명제를 어겼을 때 모든 교사가 공유하고 학생을 등교 정지 등 재제할 수 있어야 규율이 잡힙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선 이런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져있지 않습니다. 교사가 근거를 제시할 수 있도록 매뉴얼이 있어야 합니다.

이주호=공감합니다. 생활지도 전문성 강화를 위해 사례 중심으로 예비교사, 초임교사에게 연수하도록 교총과 협의하겠습니다. 학교에서 사용할 수 있는 대응 매뉴얼을 지금 교과부도 만들고 있습니다.
 
최미숙=연령, 급별로 만들어 주시면 좋겠습니다. 5세 공통과정 만드는 과정에서도 습관, 예절을 강조한 교육과정을 넣었다고 들었습니다. 생활습관이 몸에 배어야 합니다.

김태완=그동안 우리는 학교와 교육에 너무 많은 것을 기대해 온 것이 사실입니다. 경제파가 파탄나고 가정이 붕괴해도 교육과 학교에 그 책임을 떠넘겨왔습니다. 사회와 가정이 담당할 부분도 학교와 교사에게 전가하려는 태도는 반성해야 할 것입니다. 학교는 공동체적 성격을 갖습니다. 부모와 마찬가지입니다. 부모가 잘못이 있다고 부모 권위를 인정하지 않을 수는 없는 것 아니겠습니까. 학교와 교사가 부족한 부분을 채우고 지원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성낙인=대학에만 근무해 초중고 현장은 잘 모릅니다. 하지만 교육공동체라는 입장에서 근본으로 가자는 겁니다. 인격체, 한 인간으로 대우합시다. 국민윤리헌장을 지금은 낡은 것으로 보지만 그런 윤리나 도덕성을 회복하는 기제를 만들어 작은 실천부터 했으면 합니다. 조례를 부정적으로만 보지 말고 수용할 것은 수용하는 소통이 필요합니다. 교육자들 사이에서도 소통이 안 되는 상황에서 피교육자와의 소통을 논할 수 있겠습니까.

김정희=모든 선생님들이 체벌금지, 학생인권 반대하는 것이 아닙니다. 찬성합니다. 우려하는 것은 그 것만이 다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학부모와 교사 간 공감대가 형성되어야 합니다. 오늘 이 자리에서도 제가 좀 더 설득력 있게 말했어야 하지 않나 반성합니다. 학부모와 교사 간 소통이 잘 이뤄질 수 있도록 제도나 안이 마련됐으면 합니다.

최미숙=변화를 받아들여야 합니다. 국가가 학교를 만든 것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교사 혼자서는 힘들다면 학부모와 함께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옆에서도 동문서답하는데 중간에 다른 학생, 옆집엄마가 끼면 더 소통하기 힘든 것이 당연합니다. 소모적 논쟁하지 말고 학교별로 교사, 학부모, 학생 함께 의논해 학칙을 마련하면 좋겠습니다.

안양옥=교육문제를 통칭해서 모두에게 획일적으로 들이대는 잣대가 문제입니다. 급별에 따라 차별적, 단계적으로 해야 합니다. 초등1, 2학년에게 집회결사 권리는 맞지 않지만 고교에는 필요합니다. 조례라는 강제규범을 통해 정치적으로 풀고자 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입니다. 성 교수님 지적처럼 헌장 등 선언적 접근을 하거나 교칙을 통해 유연하게 교육적으로 풀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자발적으로 차등적으로 단위학교 자율성에 맞게 하자는 것입니다. 교권추락을 막는 핵심 요체는 결국 교사입니다. 교사는 좌절하지 않고 분연히 일어나야 합니다. 그리고 사회는 용기와 무언의 힘을 교사에게 줘야 합니다.

김태완=문제라고 논쟁을 하면 문제를 극대화하는 결과만 낳겠지요. 사고나 논쟁의 프레임을 일부에만 조명하고 극대화하면 전체가 다 문제로 보일 수도 있습니다. 교권추락도, 교실붕괴도 너무 부각만 시키지 말고 좋은 사례 등을 찾아 칭찬하고 격려하는 사회 분위기를 만들어 가도록 노력해 봅시다. 감사합니다.
서혜정 hjkara@kft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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