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 중 2·3학년에 선택, 계열교과 심화교육

2013.04.25 19:59:40

▨ 네덜란드의 맞춤형 진로교육

중3 2학기 국가주도 적성검사 실시
공통교과 숫자 적고 난이도도 낮아

학생들은 14~15세에 미래에 어떤 일을 하고 살 것인가를 고민하고 진로를 결정한다.

인문계중·고교(VWO)와 상위보통중·고교(Havo) 학생들은 Klass 3 후반, 즉 한국의 중학교 3학년 2학기에 교육부가 전문기관에 의뢰해 만든 적성검사를 받는다. 이 적성검사 결과를 통해 학생들은 자신이 어떤 분야에 흥미를 갖고 있는지, 어떤 직업 분야가 적성에 맞는지 세세히 알게 되며 앞으로 어떤 학과의 공부를 중점적으로 해야 하는지도 확인한다.

각 학교 진학 담당교사와 담임교사는 이 적성검사 결과를 염두에 두고 학생 개개인의 성적을 점검한다. 3년 동안의 학업성취도를 바탕으로 과연 이 학생이 적성에 맞는 공부를 잘해낼 수 있을지 따져보는 것이다.

가령 의예과에 관심이 높은 것으로 나온 학생이라 할지라도 지난 3년 동안 생물, 수학, 자연 과목의 성적이 형편없이 나왔다면 의예과로 진학하고 진로를 정하는 것은 무리라고 판단하고 적성과 학업성취도를 고려한 공부할 방향을 조언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 면담결과를 갖고 최종적으로 교사와 학부모, 학생의 의견을 종합해 학습과정을 선택하게 된다.

인문계와 상위보통중·고교 학생들은 다음 4가지 프로필 중 하나를 선택해 고교 3년 동안 공부하게 된다. 문과의 경우 문화와 사회(Cultuur&Maatschappij, C&M), 경제와 사회(Economie&Maatschappij, E&M)이고, 이과는 자연과 건강(Natuur&Gezondheid, N&G), 자연과 기술(Natuur&Technik, N&T)이다.

문과의 C&M은 언어, 예술, 철학, 신학 등에 관심 있는 학생들이 선택하는 분야로 영어를 비롯해 프랑스어, 독일어, 라틴어, 그리스어 등 다양한 언어를 중점적으로 다룬다. 그리고 E&M은 경제, 회계, 경영, 법학 등에 관심 있는 학생들이 선택하는 분야로 언어 과목을 비롯한 경제, 경영, 역사 과목을 심층적으로 다룬다. 이 두 문과 분야를 택한 학생들은 수학은 기초적인 것만 배우고 생물과 과학 등 이공계 과목은 선택 사항으로 굳이 공부하지 않아도 된다.

이과의 N&G는 자연과 건강 관련 학문에 관심 있는 학생들이 선택하는 분야로 장래에 의료계나 생물, 자연과학 관련직에 종사하고자 하는 학생들이 선택한다. N&G를 선택한 학생들은 수학, 생물, 물리 등의 과목을 심도 깊게 배운다. N&G를 선택했던 필자의 큰 아이도 생물학 시간에 직접 동물을 해부하며 의학의 기초인 해부학을 배웠다. 마지막으로 이과의 N&T는 기술, 건축에 관심이 있는 학생들이 선택하는 분야로 수학, 과학, 기술 과목을 중점적으로 다룬다. 이과를 선택한 학생들은 언어, 역사 등 인문학 관련 과목은 본인의 선택에 따라 배울 수 있다.

이처럼 중·고생들은 같은 학교를 다녀도 자신이 선택한 분야에 따라 공부하는 과목이 다르고, 분야가 같아도 선택 과목에 차이가 있기 때문에 수업 시간이 제각기 다르다. 학생들은 중·고교 Klass 4(고1)부터 졸업 때까지 2~3년간 각자 미래의 진로와 관련된 교과를 꾸준히 공부한다. 이들은 자신에게 굳이 필요하지 않거나 관심 없는 분야를 붙잡고 6년 동안 공부하는 것은 시간 낭비라고 생각한다. 공통 과목 수가 많지 않은데다 학생 스스로 흥미로워하는 과목을 중점적으로 가르치는 효율적인 교육을 하는 것이다.

한국의 인문계고 학생들도 문과, 이과로 나뉘어 공부를 한다. 언뜻 보면 네덜란드의 교육 제도와 유사한 것 같지만 문과, 이과의 과목이 크게 다르지 않으며 공통과목의 난이도가 불필요하게 높다는 차이가 있다. 너무도 많은 과목을 힘들게 공부해야 하는 중압감을 안고 사는 것이다.

그런가 하면 한국의 실업계고와 유사한 네덜란드의 중·하위직업중·고교(Mavo)는 1년 빠른 Klass 2(중2)에서 학생에게 진로를 결정토록 한다. 중·하위직업중·고교는 4년제로 2년간 기초교육을 한 후, 나머지 2년간 각 분야의 전문 교육을 실시한다. 이 때문에 학생들은 Klass 1(중1) 때 ‘인간과 직업’이라는 과목을 수강하고 이를 통해 다양한 직업 정보를 접한다. 그리고 수많은 직업 중 어떤 일이 자신에게 맞을지, 자신이 어떤 일을 즐겁게 할 수 있을지를 생각해 공부하는 분야를 정한다. 이 분야는 크게 기술, 경영, 요양·복지, 농·축산업으로 나뉘며 세부적으로 다시 분류된다.

십대 중반인 어린 학생들이 공부와 성적에 연연해하지 않고 앞날을 준비하는 모습이 대견하고 부럽기도 하다. 한국의 또래 아이들은 입시 준비로 학원을 오가며 시험에 치이느라 미래를 고민하고 계획할 여유가 없다. 한국도 네덜란드처럼 학생 개개인의 적성과 능력에 따른 맞춤형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 대부분의 학생에게 수많은 과목을 똑같이 가르치는 것이나, 적성에 대한 고민이나 장래에 대한 뚜렷한 비전 없이 점수에 맞춰 대학에 가도록 진학하는 이제까지의 진로·진학지도는 너무도 비효율적이다. 새 정부에서는 자유학기제 등을 중심으로 진로교육을 활성화한다고 하니 개선되길 바라는 바다.
정현숙 ‘공교육 천국 네덜란드’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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