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 교과서 공짜로 빌려본다

2014.03.03 11:30:46


구입비용 비싸 대부분 대여 후 반납
훼손 시 과태료 물려 장기간 재사용
바뀐 내용은 보조교재 등으로 보완

네덜란드는 교과서를 빌려보고 학년이 끝나면 다시 반납한다. 이 때문에 학생들은 교과서를 소중히 다루고, 국가적으로는 교과서 발행에 필요한 비용을 크게 줄이게 되는 일석이조의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네덜란드 학생들은 교과서를 무상으로 빌려볼 수 있다. 책을 구입하는 비용은 비싸기 때문에 대다수 학생들은 이런 무상대여를 통해 교과서를 빌려보고 학기가 끝나면 돌려주는 방식으로 교과서를 사용하고 있다.

초등학생들은 아예 교과서를 집에 가져올 수 없고 학교에서만 사용하도록 돼 있다. 학년말이 되면 학교에서 바로 전량 수거하기 때문에 교과서 사용 비용은 전혀 들지 않는다.

중·고교생의 경우는 2009년까지 출판사 등을 통해 연간 400~500 유로(약 58~73만원)에 달하는 비용을 들여 교과서를 대여하고 있었다. 그러나 교과서 구입비용은 이 금액의 배 이상이었기 때문에 이때도 교과서를 빌려보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필자도 두 명의 자녀를 중·고교에 보낼 때 이런 새 학기 책값 때문에 적지 않은 부담을 느꼈다. 다행히 이 당시에도 부모가 소득이 없거나 저소득층인 경우에 한해서 교과서 대여료를 정부에서 전액 지원해줘 시름을 덜 수 있었다.

이렇게 비싼 교과서 비용에 대한 학부모들의 불만이 지속적으로 제기되자 네덜란드 정부는 2010년부터 모든 중·고교생이 교과서를 무상으로 빌려볼 수 있도록 예산을 지원하게 됐다.

그러나 교과서 비용이 공짜라고 해서 학생들이 대여한 교과서 관리를 소홀히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무상으로 빌려주는 만큼 학년말에 학교나 출판사에 교과서를 반납할 때 책이 찢어지거나 낙서가 심한 경우 책 손상에 따른 과태료를 학생 개인에게 물리기 때문이다. 이런 시스템 덕분에 학생들은 교과서를 소중히 간직하고 깨끗하게 보기 위해 노력한다.

그런 노력의 일환으로 네덜란드 각 가정에서는 새 학기가 되면 교과서에 책 커버를 새로 입히는 작업을 하는 등 교과서가 손상되지 않도록 관리하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또 경우에 따라서는 책 앞부분에 몇 년부터 어떤 학생이 이 책을 사용했는지 이름도 적혀져 있다. 이렇게 잘 관리된 교과서는 대부분 3~5년 정도 재사용된다. 길게는 9년 이상 된 교과서들도 사용된다.

새 학년이 되면 학교에서 무상으로 제공한 교과서들이 다 쓰고 나면 학년말에 쓰러기 더미에 무더기로 버려지고 있는 우리 현실과 대비된다.

교과서를 장기간 대여해야 하기 때문에 교과서에 담긴 내용이 일부 수정되거나 변경되는 경우에는 전권을 새로 출판하기보다는 기존 교과서에 추가되는 내용을 보조교재 등을 통해 배울 수 있도록 한다. 또 학생이 책에 첨부된 연습장이나 자습서 등에 기록하도록 하는 방법을 사용하기도 한다. 최대한 교과서 제작비용과 대여료 지원 예산을 줄이는 방안에 안간힘을 쏟고 있는 것이다.

우리도 책을 매년 새로 출판하고 학교에서 구입해 나눠주기보다는 네덜란드처럼 아껴 사용하고 학년말에 되돌려주는 방식을 도입한다면 국가적으로도 매년 새 책을 구입해야 하는 예산낭비도 줄이고 학생들에게도 잃어버린 책의 소중함을 알려줄 수 있을 것이다.
정현숙 ‘공교육 천국 네덜란드’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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