獨, 방학티켓 하나로 어디서든!

2015.08.03 09:16:00

5~20유로짜리 티켓으로
수용장, 박물관, 체험행사도
저소득층 가정 자녀는 공짜

독일에서는 여름방학과 휴가가 자동 연상될 만큼 많은 학생들이 방학에 가족여행을 떠난다. 일부에선 여행경비를 절약하려고 성수기를 피해 방학이 시작되기 며칠 전에 항공권을 예약하거나 개학 후에 돌아와서 종종 학교와 마찰을 빚기도 한다. 자녀의 학교 결석보다는 가족 휴가를 우선으로 생각하는 부모들이 있을 정도로 독일인은 휴가에 열광한다.

그러나 모든 청소년들이 이와 같은 혜택을 누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부모의 경제력이 뒷받침 돼야 하기 때문이다. 가정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에게는 여유 있는 휴가란 꿈같은 이야기다. 독일인 다섯 명 중 한 명은 여름휴가기간 동안에도 여행을 떠나지 않는다고 한다. 건강이나 개인 사정 등의 이유도 있지만 가벼운 주머니 사정 때문이라는 것이 주된 이유로 분석된다.

방학 때 여행을 떠나는 가족도 방학 全 기간을 집밖에서 보낼 수 있을 정도의 시간적·경제적 여유는 대부분 없다. 더욱이 맞벌이 부부에게는 자녀를 보살피는 일이 큰 부담이 된다. 경제적·시간적 문제로 긴 방학과 직장 휴가를 함께 조율한다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런 점을 감안해 독일에서는 학생들이 방학 동안 홀로 방치되지 않도록 각 지자체들의 산하기관, 교육기관 등을 통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아무리 빈곤층이라 할지라도 부모나 아이가 약간만 관심을 기울이면 적은 비용으로 방학 내내 알찬 시간을 보낼 수 있다.

특히 방학동안 사용할 수 있는 티켓을 발급하는 페리엔파스(ferienpass)제도가 각 지자체나 소도시 별로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다. 도시마다 다소 차이는 있지만 대부분 18세 미만의 청소년이 5~20유로(6400원~2만5000원 정도) 가격의 티켓을 사면 방학기간 동안 대중교통부터 스포츠나 놀이시설까지 비용을 내지 않거나 저렴하게 할인을 받을 수 있다. 지자체에서 주관하는 다양한 방학 프로그램이나 수련회 등에도 참여할 수 있다.

하츠피어(Hartz IV)라고 불리는 극빈자 가정이나 지자체로부터 집세를 보조받는 저소득층 가정의 자녀, 이주난민 2세들은 무료로 방학티켓을 발급받을 수도 있다. 미처 방학티켓을 신청하지 못한 학생이나 정보에 어두운 외국인 2세들을 위해 티켓이 없이도 바로 현장에서 신청하고 참여할 수 있도록 배려하기도 한다.

마인츠(Mainz)시의 경우는 6유로를 내고 페리엔파스를 사면 여름방학 동안 시내 각 수영장이나 동물원, 스포츠시설, 놀이시설, 박물관 등 450여 개의 공공시설과 놀이공간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보훔(Bochum)시는 10유로를 내고 이 티켓을 사면 시에서 주관하는 모든 프로그램에 무료로 참여할 수 있다. 18세 미만의 청소년뿐만 아니라 18세가 넘더라도 21세까지 학교에 다니고 있다거나 실업자인 경우에는 혜택이 주어진다. 보훔 시에서는 이번 여름방학에 동화연극과 미술수업, 문화수업, 승마, 다이빙, 댄스, 수상스포츠 등 다양한 여가활동 프로그램은 물론 성적이 부진한 학생들을 위해 무료 과외과정도 운영하고 있다.

페리엔파스는 바덴뷰텐베르크주가 11.5유로, 칼스루에서는 20유로로 지자체마다 격차가 있다. 자율적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가격도 다르고 이용범위도 다소 다르다.
박성숙 교육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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