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권침해 처벌 강화 필요…자녀 이기주의·과열입시도 바꿔야"

2016.08.19 14:57:44

<초대석> 우동기 대구시교육감



법률 근거 미흡해 훈방조치 태반
‘자식 이기주의’ 풍토 바로잡아야

교육계만으론 장기적 교육성과 한계
지역사회 하나로 묶기 위해 노력

인성은 공동체 유지시키는 원동력
‘인문교육’과 접목한 인성교육 추진

교육은 교사의 열정·헌신으로 완성
밝은 미래 위해 사명감 가져주길

"심각한 교권침해에 대해서는 엄격한 처벌 기준을 마련해 학교에서는 결코 폭력이 용인될 수 없다는 공감대를 이루는 게 중요합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학부모들의 자식 이기주의와 경쟁 위주의 입시교육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사회환경을 바꿔야 합니다."

우동기(64·사진) 대구시교육감은 18일 본지와의 서면인터뷰에서 교권침해가 갈수록 심각해지는 현실이 안타깝다며 이 같은 소신을 밝혔다.

이와 관련해 그는 자녀 연령별 맞춤형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등 학부모 교육에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 ‘내 아이만’이 아닌 ‘우리 아이들’을 위한 교육이 중요하다는 인식을 가져야 학교 교육에 대한 협력이 강화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우 교육감은 우리 교육의 미래를 희망적으로 내다봤다. 대구 교육의 침체기를 극복하고 올해 교육청 평가 5년 연속 1위를 성취하는 과정에서 교원의 우수성과 열정을 경험했기 때문이다.

그는 현장교사들에게 "교육의 완성은 결국 선생님들의 열정과 헌신에 의해 이뤄진다"며 "밝은 미래를 위한 교육의 맨 앞에 서 있다는 것을 항상 생각해달라"고 당부했다.

―시·도교육청 평가에서 5년 연속 1위를 차지했다. 비결이 있나.

"지난 2009년에는 꼴찌 수준이었는데 점점 순위가 올라 2012년부터 계속 1위를 하고 있다. 사실 교육계만의 노력으로는 장기적인 성과를 거두기 힘들다. 그래서 처음부터 교육을 중심으로 지역사회를 하나로 묶기 위해 많이 노력했다. 5년 연속 1위는 대구교육계와 시민들이 함께 만들어낸 것이다. 그래서 더 자랑스럽고 감사하다. 처음에는 참 힘들었다. 행정시스템을 완전히 뜯어고치고, 의기소침해있던 교직원의 분위기를 되살리는 한편, 바닥으로 떨어져있던 교육에 대한 지역의 신뢰도 얻어야 했다. 당연히 회의적인 시각도 있었고 거부감도 심했다. 설득하는 데 애를 많이 먹었다."

―올해 역점 추진사업은 무엇인가.

"역점 사업은 3가지다. 첫째는 인문소양교육을 통한 실천중심 인성교육이다. 학생들의 정서적인 감화를 높여 실천으로 잘 연결되도록 하려는 의도다. 대구의 대표 인문교육 정책인 ‘인문도서 100권 읽고, 100번 토론하며, 1권 쓰기’를 인성교육과 연결하고 인성 연극, 드라마를 도입하는 등 학생들의 눈높이에 맞는 방법을 계획하고 있다. 둘째는 협력학습 중심의 교실수업 개선이다. 협력학습을 통해 학생들이 자존감을 갖고 성취감을 느끼게 하는 수업이 되도록 바꾸는 것에 역점을 두고 있다. 셋째는 학부모들의 자녀교육 역량 강화다. 가정의 교육기능 회복은 매우 중요하다. 그래서 전국 최초로 학부모 역량 계발 교육과정과 자녀교육서를 개발하는 등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인성교육을 특히 강조하고 있는데.

"인성이 당장의 대학입시나 경제적 효과 창출에 기여하는 것은 아니지만, 장기적 안목에서 보면 공동체를 존재하게 하는 원동력이 된다. 그래서 교육은 ‘인성’에 주목해야 한다. 요즈음 학생들에게 필요한 인성역량은 회복탄력성이다. 회복탄력성은 시련과 실패를 발판 삼아 더 높이 튀어 오르는 마음의 근육 같은 것을 말한다. 긍정적인 마인드를 가진 사람이 대부분 회복탄력성도 높기 때문에 우리 학생들을 긍정적인 어른으로 성장시켜야 한다. 인성교육을 실천하는 학교문화 조성을 위해 권역별 컨설팅과 교원 연수 강화를 추진하고 있다. 특히 올해부터는 매년 100인의 전문가를 양성해 컨설팅 인력풀을 구축하는 ‘인성교육 전문가 100인 양성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특색사업으로 인문교육 강화를 추진하고 있다. 역점 활동은 무엇이고 어떤 성과를 거두고 있나

"2014년부터 초·중등 12년 동안 인문학 관련 책 100권을 읽고, 100번 토론하며, 1권의 책을 쓰는 ‘100-100-1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이를 기초로 인문 관련 동아리 운영, 인문정신 수업방법 및 자료 개발, ‘토론 어울마당 및 학생 책쓰기 축제’ 등 다양한 사업을 추진해왔다. 2014년 9월에는 교육부 요청으로 대구교육연수원에 인문소양교육지원센터를 개소하고 우리 교육청의 인문교육 정책을 전국의 교사, 학생들과 공유하고 있다. 인문교육은 인간이 중심이 되어 나는 누구이고, 무엇을 할 것이며, 어떻게 살 것이냐는 질문 속에서 인간의 성장을 돕는 데 의미가 있다."

― 학부모교육을 강조하는 이유는.

"학생들의 변화를 이끌기 위해서는 부모의 변화가 선행돼야 하기 때문이다. 부모의 가치관이 바로 서지 않으면 좋은 교육정책을 아무리 쏟아 내도 실현되기 어렵다. 우리가 무언가를 ‘제대로’ 해보려 할 때 교육부터 열심히 받듯이 좋은 부모, 지혜로운 학부모가 되는 데도 교육이 필요하다. 2012년 2학기부터 모든 학교를 ‘학교평생학습관’으로 지정하고 학부모교육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교육과정과 교과서, 500여명의 강사까지 대구의 학부모교육 인프라는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다. ‘내 아이만’을 위하는 교육이 아니라 ‘우리 아이들’을 위한 교육이 답이다. 학부모들의 업그레이드 된 자녀교육 역량이 학교교육 활동에 대한 적극적 참여의 마중물이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대구시교육청은 기본과정과 심화과정으로 구성된 학부모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각 과정은 자녀의 학교급에 따라 총 8단계로 이뤄져 있다. 또한 학교에 못 오는 학부모를 위한 ‘찾아가는 교육’을 실시하고 있으며, 전국적인 명사나 학부모교육 강사의 강연을 동영상으로 만들어 제공하고 있다. TBC 제3교실’로 검색하면 시청할 수 있다.

―갈수록 교권침해가 심각하다. 교육청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한데.

"대구의 교권침해 건수는 2012년을 기점으로 점차 감소하는 추세다. 학생과 학부모의 교권에 대한 인식이 높아진 이유도 있지만 교권보호 종합대책도 한 몫을 하고 있다. 변호사, 상담사, 퇴직교원, 전문직으로 구성된 ‘교권119’를 운영 중이며, 에듀힐링 연수를 확대하고, 매년 교권보호 사례집과 리플릿을 제작·배부하는 등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올해는 교육부의 교원치유지원센터 시범 운영 공모에 선정돼 ‘에듀힐링센터-휴(休)’를 구축했다. 상담교수 인력풀을 구성해 어디서나 전문가에게 상담 받을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교원 사기 진작을 위한 노력도 기울이고 있다. 학교 현장의 미담 사례를 발굴해 ‘아름다운 선생님’ 인증패를 수여하고, 매년 스승의 날에는 교사들에게 경력 주기별 공로증서를 준다. 또한 대구교총회장배 교원체육대회 등 행사도 지원하고 있다."

―교총은 교권보호법을 개정해 처벌을 강화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

"학부모들이 ‘내 자식’만을 기준으로 학교를 평가하는 한 교사 폭행 사건은 끊임없이 일어날 수 있다. 따라서 단기적으로는 폭행 등의 심각한 교권침해 사안에 대한 엄격한 처벌이 필요하다. 하지만 현재는 법률적 근거가 미흡해 단순한 훈방 조치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엄격한 법적 근거를 마련해 사회 전반적으로 학교 안에서의 폭력은 용서하지 않는다는 공감대를 이루는 게 중요하다. 장기적으로는 꾸준한 홍보를 통해 학부모들의 ‘자식 이기주의’와 경쟁 위주의 입시교육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사회 환경을 바꿔 나가야 한다."

―지방교육재정 악화로 학교살림에 근심이 깊어지고 있다. 해법이 무엇이라고 보나.

"최근 경기 침체로 세수가 감소돼 지방교육재정교부금 교부액이 줄었다. 그러나 누리과정비, 교육급여 등 교육복지비와 학생안전사업 등 재정수요는 크게 증가하고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재정효율화를 통한 예산절감, 정책사업 우선순위 조정, 학교용지일반회계부담금 미상환액의 전입금 확충에 힘쓰고 있다. 하지만 지방교육재정이 근본적으로 안정되기 위해서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 비율 상향 조정 등 국가 재정지원이 필요하다고 본다."

―마지막으로 현장 교원들에게 하고 싶은 격려나 당부의 말씀은?

"먼저 대구의 선생님들께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다. 기존의 관행을 벗어나 새로운 시스템과 정책을 시도할 때, 현장 선생님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해주지 않았다면 지금과 같은 성과가 나타나지 않았을 것이다. 전국의 선생님들께도 당부의 말씀을 드리고 싶다. 교육은 불확실한 미래 사회에 주도적으로 대처해야 하는 사명이 있다. 시·도교육청들이 저마다 노력하고 있지만, 결국 교육의 완성은 교실에서 선생님들의 열정과 헌신에 의해 이루어진다. 나는 대구교육이 침체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선생님들의 우수성과 열정을 경험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나라 교육은 분명히 희망적이다. 밝은 미래를 위한 교육의 맨 앞에 선생님들이 서 있다는 것을 항상 생각했으면 좋겠다."
강중민 기자 jmkang@kft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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