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돕는 마음

2007.03.20 17:01:00

푸른 하늘은 아니지만 비가 오지 않고 맑으니 좀 낫습니다. 날씨가 많이 따뜻해졌다고 하지만 그래도 차가운 기운은 여전히 남아있습니다. 우리학교에 온 지 보름이 넘었지만 하루도 마음에 여유가 없이 지내고 있습니다. 마음이 늘 빠듯합니다. 언제쯤 정신을 좀 차릴는지? 조금 여유 있는 날이 빨리 왔으면 합니다.

오늘 오전에는 농소 1동 동장님께서 학교를 방문해 주셨습니다. 저와 같이 젊은 분이셨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의욕이 대단한 것 같았습니다. 우리학교 앞에는 호계천이 있는데 이 강을 살리고자 하는 마음이 남달랐습니다. 우리학교에서도 호계천을 살리는데 동참해 달라는요청을 하기도 하였습니다. 당연히 협조할 것 협조해 드려야죠? 저도 온 김에 여러 가지 부탁을 드렸습니다.

학교 앞에 쓰레기 봉지 좀 버리지 않도록 조치해 달라고 했습니다. 그렇게 하겠다고 하니 기분이 좋습니다. 들어오는 입구가 좁아 학생들이 언제 교통사고가 날지 모르니 교문 앞까지라도 복개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씀을 드렸더니 여러 번 건의를 했지만 불가능하다고 하네요. 학생들을 위하는 일인데도 어렵다고 하니 의아해했습니다. 저가 있는 동안 여러 통로를 통해 계속해서 건의하고 건의할 것입니다. 학생들에 등,하교하는 데 불편함이 없도록 해야 할 것 아닙니까?

이대로 방치하다 교통사고라도 나면 누가 책임져야 합니까? 당연히 학교에서 책임지라고 할 것 아닙니까? 학교입구 주변에 불법주차를 막아주든지 복개해서 길을 넓혀주든지 해주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비단 저만의 생각은 아닐 것입니다. 우리학교에 대해 관심을 가지시는 분이 좀 많아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리고 동장님께 또 한 가지 부탁을 드렸습니다. 우리학교 담장에 줄장미를 좀 심어줬으면 좋겠다고 말씀을 드렸더니 흔쾌히 그렇게 하겠다고 말씀을 하셨습니다. 서로가 이 지역을 사랑하고 협조하는 마음을 가지면 이 지역은 말할 것도 없고 우리학교도 나날이 발전할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또 점심때는 우리학교 강당에서 배구연습을 하는 주민 대표 4명을 만났습니다. 우리학교 이웃에 사시는 분들인데 배구를 좋아하는 동호회를 만들어 매주 세 번씩 연습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분들이 올해도 강당에서 연습을 계속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말씀을 듣고 그렇게 하도록 했습니다.

그러면서 부탁도 드렸습니다. 운동을 하시는 분들은 몸도 건강하고 마음도 건강하고 생각도 건전하고 하니까 학교를 사용하고 나서는 깨끗하게 뒷정리를 하도록 당부했습니다. 그리고 운동 도중 학교 주변을 돌면서 자진해서 학교 청소도 스스로 자진해서 함으로 주민들에게도 본을 보이고 선생님들에게도 본을 보이고 학생들에게도 본을 보여 주었으면 좋겠다는 말씀을 드렸습니다.

지역주민들의 의식수준이 좀 낮은 것 같은데 높아지도록 본을 보여 달라고 당부했습니다. 그러니 의논해서 한 달에 한 번이라도 그렇게 하겠다고 하시더군요. 그게 서로 돕는 일이라 생각됩니다. 운동하시는 분들은 강당을 이용하여 운동을 하게 되니 좋을 것이고 학교는 손이 모자라 뒷정리가 안 되는 부분까지 깨끗하게 청소를 해 주신다고 하니 청결하고 쾌적한 환경을 기대할 수 있어 좋을 것 아닙니까? 저는 만나는 사람마다 주제넘게 학교 청결에 대해 강조를 하고 협조를 당부합니다. 그게 학교를 사랑하는 마음, 지역을 사랑하는 마음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조금 전 작년에 울산여고에서 함께 수고하신 어머니 회장님으로부터 전화가 왔습니다. 승진 축하전화와 함께 오후에 학교에 한번 들르시겠다고 하네요. 그런 후 얼마 되지 않아 어머니 회장님과 운영위원장님께서 예쁜 난을 갖고 오셨습니다. 교장실을 깨끗하게 잘 꾸며 놓으셨다고 하더군요. 그리고는 저와 잘 어울린다고도 하더군요. 그분들을 만나니 정말 반가웠습니다. 만나고 싶은 분들을 만나 더욱 그러하였습니다.

어머니 회장님은 정말 품격 높으신 분이셨습니다. 말없이 학교를 위해 노력해 주신 분이십니다. 그분들은 울산여고를 세우는 일에 숨은 공로자였습니다. 말씀도 품위 있게 하시고 인품도 뛰어나시고 하시는 일도 뒤에서 조용히 학교에 협력할 일을 협력하시는 분이셨습니다. 그 어머님의 요청에 의해 시숙되시는 분께서 천 만원을 기부하기도 하셨습니다. 어디 질녀가 다니는 학교에 그렇게 하시는 분이 잘 있습니까? 그런데도 그렇게 하셨습니다.

또 운영위원장님께서는 학교 일에 헌신적으로 노력하신 분이십니다. 수시로 학교에 오셔서 협조할 사항이 있으면 협조하곤 했습니다. 선생님들에게도 조금이나마 도움을 주려고 애를 많이 쓰신 분이십니다. 시험기간에는 남자로서 유일하게 시험감독도 해주신 분이십니다. 이제 애가 졸업을 하였지만 울산여고를 위해 계속해서 운영위원장으로 협조할 것으로 기대가 되는 분이십니다.

이 두 분께서 오셨으니 저로서는 영광이 아닐 수 없습니다. 짧은 시간 차 한 잔 드시고 가셨지만 앞으로는 부담 없이 시간 나는 대로 오셔서 함께 식사도 할 수 있는 기회가 오기를 기대합니다.
문곤섭 전 울산외국어고등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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