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장의 허전한 마음 처음이다

2009.02.14 23:31:00


우리 학교 제1회 졸업식, 성공적으로 성대히 끝났다. 학생들의 호응도 좋았고 교직원들의 평가도 우수하다. 학교장의 아이디어와 방침을 수용해 실천해 준 교감 선생님을 비롯한 교직원들이 고맙기만 하다.

졸업식은 울고 짜는 것보다 즐거움 속에 축제 형식으로. 졸업생 하나하나 모두를 주인공으로 만드는 것으로 기획되었다. 눈높이도 학생들에게 맞추어 사회도 재학생이 보고 축하 공연은 희망반(특수학급)의 난타, 재학생의 비트박스, 졸업생의 댄스와 가요로 구성하고 경기예술고와 영복여고의 특별 출연도 넣었다.

졸업생 376명 영상자료로 개인소개 줄글, 개인과 가족 사진, 교장과 담임교사의 영상 메시지 등을 넣으니 시선 집중이다. 졸업생들의 반짝이는 눈빛과 환호성을 보니 그 동안 졸업식 준비를 위해 애쓴 교직원의 노고가 헛되지 않았음을 느끼게 된다.

그러나 이건 무슨 일인가? 학교장의 마음은 허전하기만 하다. 마치 자식을 결혼시키고 떠나보낸 부모 심정이랄까. 귀한 그 무엇을 잃어버린 듯하다. '역사적'인 제1회 졸업식을 성황리에 마쳤으면 기쁨이 앞서야 하는데 그게 아니다. 오히려 쓸쓸하다.

졸업식을 마치고 식장 아래에 운집한 가운데 기념사진을 찍는 졸업생과 학부모를 보니 그렇다. 포토존 앞에 주차된 차량 2대는 포토존 현수막을 제구실 못하게 만든다. 운전자에게 연락을 취하여 옮기도록 하였지만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른 뒤였다.

부모 마음이야 자식들의 졸업을 축하해 주고 추억의 기념사진 촬영하고 점심 사먹이기에 마음이 바쁠 것이다. 담임들과 사진 찍는 모습이 곳곳에서 보인다. 그러나 교장과 함께 사진 찍자는 사람은 별로 없다. 학교운영위원 자녀들이 고작이다. 교장의 기대가 너무 컸는가?

교장이 먼저 반성해야 한다. 대의원회도 갖고 학생회 임원들을 대상으로 한 특강, 칠보산 동반등행 간부수련회 등을 다녀왔지만 마음이 통하지 않은 듯 싶다. 마음을 열고 그들을 진정으로 아들 딸 대하듯 해야 하는데 그게 아니었던가 보다.

사제지간의 정은 과거와 다르다. 담임과 함께 식사하려는 학부모도 없는가 보다. 3학년 담임들은 그들끼리 모여 식사를 할 수 있게 해달라고 한다. 허락을 하였지만 마음이 개운치 않다. 담임과 학생들이 희노애락을 같이 하면서 정을 쌓고 염화시중의 미소가 통할 정도는 되어야 하는데.

흔히들 기관장은 외롭다고 한다. 결재권자로서 최종 결정을 내려야 하고 그 순간은 항상 혼자이다. 이런 마음 누가 알아주지도 않는다. 알아달라고 하는 모습이 우습기만 하다. 교육행사의 아이디어를 짜내고 집에까지 교무수첩을 가져가 주간업무를 확인하고 빠뜨린 업무를 기록하고 체크한다. 가방 들고 다니는 교장이 되었다.

학교장, 거저로 놀고 먹는 줄 알았더니 막상 교장이 되고보니 머릿속은 학교교육에 대한 생각으로 꽉 차 있다. 학교의 발전과 수준은 교장의 열정에 달려있다는 말, 실감이 난다. 개교 2년차까지 학교표창이 전무하더니 3년차에는 무려 4개나 받았다. 학생 수준이 낮다고 지역여건이 열악하다고 탓하는 것은 책임전가다. 교장과 교감, 교사의 정열로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

교사 8명도 다른 학교로 발령이 났다. 후임자 발령은 조만간 날 것이다. 종업식날 학교장 훈화에서 재학생들에게 평생공부, 유종의 미, 성공된 삶에 대해 이야기를 했지만 허전한 마음은 가시질 않는다. 졸업생을 내보내고 발령 소식을 들으니 분위기 자체가 그런가 보다. 새내기 교장의 이런 마음, 처음이다. 
이영관 교육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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